출근길의 단상

가장 보통의 출근 #2.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어요

by 하늘토끼

집에서 전철역까지는 약 7분 거리.

아침의 하늘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오늘은 하늘이 참 파랗고 예쁘다, 역시 가을 하늘! 이게 얼마 만에 보는 맑은 하늘인가. 하늘을 보며 흠-하고 숨을 들이쉬니 온몸에 깨끗한 공기가 순환되는 느낌이다. 아, 좋다.

마치 이 순간이 멈춘 듯이 하늘을 오감을 동원해 느끼고 있지만, 사실 내 발은 ‘누구보다 빠르게 또 남들과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항상 시간을 간당간당하며 나오는 탓에, 전철 하나만 놓쳐도 바로 지각이다. 전속력을 다해 (그래도 뛰진 않고) 걷는다.


간혹 아파트 단지에 서식하는 고양이를 만난다. 그가 나의 출근길에 마주치는 유일한 지인. (아, 지’인’은 아니네, 지’묘’ 라고 해야 하나) 나이 먹었다고 또 주변을 의식하는 탓에 그와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누진 못하지만 그래도 나는 늘 그를 애정 한다. '안녕, 반가워!'하고 마음속으로 가만히 인사해본다. 그는 늘 내 인사를 받고 있는 걸까, 고양이라는 종족은 정말 알 수가 없다.

(물론 정말 업된 어느 날엔 소리 내어 인사하기도 한다, 그땐 최대한 귀엽게, “안뇽!” 하고. 민망하여 재빨리 주위를 스캔하면서...)


전철역으로 들어서면, 교통카드를 찍는 단말기가 나를 반긴다. 그는 아주 냉정한 공무원 같다. 삑- 하고 1250원/1250원 하고 찍히는 날엔 “아, 오늘이 1일이네!” 하고 느끼게 된다. 오늘의 1250원은 내일의 3750원이 되고, 모레는 금세 6250원이 된다. 하루에 두 번 전철을 타는 탓에, 단말기에 의해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을 아주 잘 느끼게 된다. 그렇게 숫자가 변하는 것을 보다가, 어느 순간 더 보지 않게 된다. 그러다 보면 또 1250원/1250원이 되는 그날(매월 1일) 이 온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또 돌아오고, 또다시 흘러간다. 난 그만큼 출근을 했었다는 뜻이리라.


전철에서의 30분의 시간. 가끔 운 좋게 앞사람이 내리면, 개이득! 하고 생각하며 자리에 앉는 그 순간이 아주 꿀맛이다. 보통 밤새 온 지인들의 카톡을 잠깐 보고, 인스타 스토리를 하릴없이 눌러보다가, 나의 루틴인 신문 앱을 켠다.


여당이 어떻고 야당이 어떻고. 대통령이 추진하겠다고 했던 정책에 누가 반대를 하고 있고. 기업은 어디 신규 투자를 하고 있고. 일본에서는 중국에서는 미국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나랑 큰 상관은 없지만 세상 돌아가는 일을 읽다 보면, 기묘한 생각이 든다. 가끔은 신문 기사를 봐야 그 안에서 내가 살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또 가끔은 너무 나와는 큰 상관없는 이야기들에 '과연 내가 살아서 여기에 존재하고 있는 건 맞나' 싶기도 하다. 급하게 1면부터 국제면, 비즈니스 면까지 훑어보고 있다 보면, 어느새 내려야 할 역에 도착한다. 삑- 하고 교통카드를 찍고 나가면 거대한 빌딩이 나를 맞이한다.


웰컴 투 회사 월드. 마치 새롭고 낯선 세상에 온 것만 같다. 회사에 발을 내딛는 순간, 나도 풀 정장에 새초롬한 숄더백을 들고,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마치 전문가가 된 것처럼, 또 다른 얼굴로 변신을 한다. 커피까지 깔끔하게 한 손에 들고 멋지게 사무실에 입성(?)하고 싶지만, 현실은 지각하여 졸라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서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으면, 그렇게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출근하자마자 퇴근하고 싶은 이 감정은 국룰!)



* 이미지: 출근한 아침, 회사에서 내다보는 하늘의 풍경. 가을 하늘인가, 완전 날씨 좋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너무나 현실적인 아침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