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출근 #1. 당신의 아침은 안녕한가요
뚜루루루~ 따라라라~
기상 알람에 단 한 번도 한 번에 몸을 일으킨 적은 없다. 드라마나 예능에서 여배우들이 아주 기분 좋은 표정으로, 기지개를 예쁘게 켜면서 폭신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것은, 음, 정말 내 얘긴 아닌 듯하다. 현실은 첫째, 오만상을 쓰며 알람을 끄고, 둘째, 또다시 울리는 알람들에 '아우, 씨~ 피곤하네.' 하며 겨우 눈을 뜬다. 셋째, 그렇게 일어난 내 모습은 결코 쌩얼의 미녀가 아닌, 머리가 산발이 되고 옷 한쪽이 배 위로 올라가 있는 출근하기 싫은 불쌍한 영혼 한 마리다.
겨우 몸을 일으켜, 세수를 하러 화장실에 간다. '아우~ 못났다' 잠에서 채 깨지 못한 내 얼굴에 일단 찬물을 끼얹는다. 어쩌면, 반만 깨어있는 영혼을 2/3만큼 더 깨우는 것은 세숫물이 아닐까 싶다. 밤새 조용히 인간들을 기다렸다가 시원한 물을 끼얹어주는 하얀 세면대는, 눈을 제대로 뜬 내가 가장 먼저 만나는 친구인 것만 같다. 일어나라! 세수를 하고 얼굴이 뺀뺀~해지니, 얼굴이 이제 꽤 볼만해졌다. 아깐 눈 못 뜨는 한 마리 동물 같더니, 이제 인간이 되었군.
새벽 기상이 유행하던 한 때는 친구와 새벽 기상을 했던 적도 있었다. 하루라도 약속한 6시에서 5분이 지나 일어나면, 5천원 벌금이 있었더랬다. 일어나서 주로 했던 일은 내가 좋아하는 책 읽기, 원하는 강의 듣기, 아주 가끔은 유튜브 켜놓고 운동하기. 회사를 가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1시간이라도 한다는 그 느낌이 좋았다. 그런데 새벽 기상의 핵심은 일찍 잠자리에 들어 좋은 호르몬을 12시~2시 사이에 축적하고, 아침 가장 맑은 정신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인데... 점점 다시 취침시간이 늦어지면서, 나는 4시간, 3시간을 자는 좀비가 되었다. 다시 인간답게, 한 시간이라도 더 자기로 하고, 새벽 기상을 과감히 포기했다.
아, 딴생각 그만하고 얼른 준비해야지. 옷을 골라야 한다. 붙박이장을 열고 옷들을 스캔한다. 이 순간은 아주 중요한 시간인데, 어떤 옷을 입는지에 따라 오늘의 나의 무드(mood)가 정해지고, 가끔은 그날의 성격까지 좌우되기 때문이다. 풀 정장에 7cm 힐을 신은 날엔 나도 모르게 프로페셔널한 내가 된다. 이런 날엔 시계까지 차 줘야지! 가끔 핸드폰으로 봐도 되는 시간을 시계로 봐주면서, 분 단위로 바쁘게 쪼개어 하루를 보낸다. 이런 날엔 회의에서도 조금 더 날카롭고, 정확해진다! 한편, 적당한 면치마에 블라우스를 입은 날엔 굽이 있는 운동화를 신어주고, 귀걸이도 조금은 캐주얼하게 골라준다. 이런 날엔 왠지 너그럽고 친근한, 언니 같은 팀장이 된다. 회의에 가서도 (나 혼자만 아는) 조금은 밝고 귀여운(?)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어느 날엔 '야, 너 왜 귀여운 척하냐'는 동기의 핀잔을 듣기도 했다, 음, 나 귀척한 거 아니고 그냥 옷 때문에 업된 건데... 어떤 옷을 입느냐는, 마치 요술지팡이를 뾰로롱- 맞은 것마냥 그날의 나를 만들어준다.
아침식사는 스킵하고, 영양제를 입에 털어 넣는다. 햇빛을 많이 못 볼 테니 비타민D, 만년 빈혈이니까 칼슘과 마그네슘, 건강한 장을 위한 유산균, 피부는 소중하니까 콜라겐... 아침 영양제는 진리다. 아직 일어난 것밖에 한 게 없지만, 오늘 하루 힘을 쓰고 머리를 써야 하니, 미리 충전을 해 두는 것이랄까. 이들이 있어야 오늘 하루 힘을 낼 수 있다.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뒤 3년 정도까지는 아침밥을 먹었다 (thanks to my mom). 그러나 프로젝트로 8시 출근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아침밥을 먹기보다는 10분이라도, 15분이라도 잠을 택했고, 아침식사는 출근 후에 간단한 빵이나 요거트로 대체되었다.
이제 가방 챙겨서 집 문을 나서려는데, 10초간 멍을 때린다. '아, 출근하기 싫다...' 출근하기 싫을 때, 나의 신공이 있다. 내 월급을 20-25로 나눈 후, "오늘 내가 일단 회사로 몸을 옮겨두면, (예를 들어) 20만원을 버는 거구나. 일단 몸만 옮겨두자." 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땅 파면 20만원이 나오나, 절대 안 나온다. 나는 오늘도 20만원을 벌기 위해 성실하게 대문을 열고, 문 밖으로 발을 옮긴다. 일단 문 밖으로 발을 내딛으면, 회사에 '가게 된다'. 자, 이제부터 걸으면서 온갖 긍정적인 생각들을 해보는 거다. 그래도 취업을 해서 회사가 있는 게 어딘가, 우리팀 사람들이 좋은 게 어딘가, 내 윗사람이 괜찮은 게 어딘가. 그러다 보면, 기분이 나쁘지 않다. 점점 좋아지기도 한다. 자, 일터로 가자!
이렇게 새로운 '진짜 하루'가 시작된다.
안녕, 나의 하루! 안녕, 나의 아침!
* 이미지: 우연히 웨스앤더슨 전시, 성수 그라운드 시소 /
매일 아침 벌룬처럼 두둥실, 내 몸은 회사로 향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