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면접은 과연 소개팅인가, 일방향 맞선인가.
나는 오랜 시간을 누군가가
면접을 잘 보기 위한 도움을 주는
일을 해왔다.
인턴, 신입사원 면접부터 시작해서
요즘은 후배들의 경력직 면접까지
노하우를 알려주곤 했다.
한국의 '면접'이라는 제도에 대해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었는데,
어느 날 가만히 생각해보니,
면접이라는 것이 참...
일방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최근 면접 문화가 많이 바뀌었음에도
여전히 일방향 면접 문화는 남아있다.
1. "자기소개 좀 해주세요"
처음 면접을 들어가면,
자기소개를 시킨다.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
근데 왜 나만 소개하고,
니들은 다 누군데?
시꺼먼 사람들이 줄지어 앉아서는
누가 어느 부서, 임원인지, 팀장인지
난 니들이 뭐하는 사람들인지
1도 모른다.
2. "주요 경력 소개 부탁합니다"
인사를 하고 나면,
나의 주요 스펙 또는 경력을 묻는다.
"전 직장에선 이런 일을 하셨네요!"
...
근데 왜 내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게 될진
말 안 해?
내 스펙 코치코치 다 묻고,
내 장단점 계속 물어놓고,
왜 어떤 일을 하게 될 것인데,
그런 성향들이 어떻게 작용할 것 같아서 묻는 건지,
왜 아무도 말 안 해?
난 아주 대략적인 Job description을 보고 왔지만,
결국 정확히 무슨 일을 하게 될지,
1도 모르고, 질문만 당하고 집에 가게 된다.
3. 내가 궁금할 권리
1시간 가까이 되는
긴 면접 시간 동안
정신없이 질문에 대답하고 나니,
혼이 쏙 빠진다.
면접의 마지막을 알리는,
마지막 질문이다.
"혹시 저희한테 궁금하신 거 없어요?"
...
근데 그걸 왜 이제 물어?
마지막에 한마디 하고 나가라, 이거야?
왜 내가 회사에 대해, 업무에 대해
궁금해할 권리는 마지막에 1회 주어지는 거야?
4. 그래서 연봉은 얼만데?
사실 지원자 입장에서,
정말 간절하게 직접 물어보고 싶은 건,
“제가 받게 될 연봉은 얼마예요?”인데…
긴긴 면접 시간 동안 이 주제는 나오지 않는다.
또, 그렇다고 지원자가 직접 묻는 것은
아직은, 한국에선 약간의 자살행위 같은 느낌이다.
…
아니 왜, 가장 중요한 연봉 정보는
늘 “사규에 따름. 당사 규정에 따름” 이야?
나 아직 입사도 안 해서,
니네 사규, 규정도 모르는데?
합격하고 나서, 연봉 때문에 고민하게 하지 말고,
제발 좀, 면접 볼 때 말 좀 해주면 좋겠다.
(많은 후배들이, 나에게, 이직 면접에서 연봉을 물어봐도 되는지 묻는다. 나도 정말, “당연히 되지! 그건 지원자의 당연한 권리야!” 하고 얘기해주고 싶지만, 아직 한국에선… 그러지 않는 편이 합격률을 높이는 방법이라, 슬프지만, 합격하고 물어보라고 조언하는 편이다.)
요즘 많은 경우, 면접을 소개팅에 비유한다.
면접관과 지원자가 서로에 대해 알아보고,
얼마나 잘 맞는지 판단하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소개팅이라 하면,
서로가 평등해야 하고,
서로가 서로를 상호 탐색해야 하는데…
면접에서 면접관이 갑, 지원자는 을이라는
상하관계가 철저하게 형성되어 있다는 것과,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탐색한다기 보단,
면접관에 의해 지원자가 조사를 당하는 것에
가깝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건 뭐,
여자가 말도 잘 못하고 남자에 의해
선택당하는 느낌의 한국의 80년대 맞선인가.
이건, 소개팅이 아니지…
일부 IT 기업이나, 대기업에서는
상호 대화하는 형식의 면접 방식을
도입했다고는 하지만,
막상 내 주변의 면접 본 친구들의 후일담은,
오히려 대화형을 빙자한, 1:1 압박면접이라고 했다.
진짜로 서로 쿨하게 “대화”하는
그날이 오길 바라며…
나부터, 다음 면접을 보게 된다면,
지원자들과 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다!
(커버 이미지: 강릉, 강문해변. 이렇게 찰칵하고 찍어놓은 ‘오늘의 면접 문화’가 몇 년 후 사진에는 조금 더 나아진 문화로 바뀌어 있겠지요. 참 신기하게도, 세상은 느리지만 천천히, 좋은 방향으로 바뀌어가나 봐요. 그렇지만, 바람직한 방향의 변화라면, 아주 조금만 더 속도를 내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