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일복 있는사람의, 의미 있는 자아성찰
요즘은 일이 너무 많다,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본업에 프로젝트까지 동시에 맡게 되었는데,
하루에 회의가 4-5개가 있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높은 임원들과 일하는 경우도 많다 보니,
업무 시간 중에 정리하고 회신해야 하는 일이
너무 많다.
내 몸은 하나인데,
날 기다리는 사람들은 모두
본인 일이 가장 중요하고 급하다.
성의 없게 바쁜 척했다간 ‘너만 바쁘냐’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
9시 출근하면, 간단한 팀 미팅.
9시 반부턴 본부 회의다.
2탕 회의를 하고 나면,
10시 반. 리뷰 회의다.
바로 본부장이 자료를 검토하자 하신다.
수정사항은 “최대한 빨리” 반영하자, 하신다.
대표님 보고해야 한단다.
음, 현재시간 오전 11시.
나는 오후엔 바로 강남에서 회의라,
이동해야 하는데... 일할 시간이 없다.
팀에 업무를 나눠서 설명을 해놓고,
봐야 할 자료를 출력해서 택시로 이동하면서
내가 해야 할 부분(보고서 스토리 잡기)을 한다.
글로벌 회의가 하나 있었는데,
일정 조율을 해 놓아야 한다.
12시.
강남에 도착해서, 삼각김밥을 사서 자리에 앉는다.
팀원들이 정리해준 자료를 보고서에 넣는다.
초안을 얼른 잡아서는, 넘긴다. 겨우 끝냈다.
오후 2시, 프로젝트 회의
나를 기다리고 있던 프로젝트 회의에 돌입한다.
오늘은 집중해서 모든 결론을 내야 하는 회의다.
오후 4시, 우리 팀 업무 검토 요청이 들어온다.
4시에 한 건, 4시 반에 한 건,
순식간에 전화와 구글 미팅으로
2건의 검토를 마친다.
5시엔 또 다른 작업이다.
다음 주에 있을 경영진 미팅 자료를
얼른 만들어 보내야 한다.
왜 다 나지, 다른 팀장들도 둘이나 있는데.
(물론 내가 막내 팀장이지만 ㅠㅠ)
불평을 생각할 시간에 일이나 하지 싶다.
6시. 아까 보냈던 자료 수정사항이 또 왔다. 얼른 수정해서 보내본다. 옆에 있는 다른 동료가 ‘김밥이라도 먹겠냐’고 묻는다. 꿋꿋하게 ‘아뇨, 집에 가서 밥 먹겠다’고 답한다.
8시. 자료가 완성되었다, 보내고 나니 또다시 프로젝트에서 날 기다리는 다른 회의가 있다. 늦어서 미안하다 하면서 얼른 논의한다.
9시 반, 하루가 다 끝났다, 집에 가서 밥 먹을 거다.
사주를 볼 때마다
“저는 재물복이 있나요?” 물으면
“너는 일복이 있어.” 하는 답이 돌아온다.
“아뇨, 그런 거 말구요.
왜 짠 하고 투자가 대박이 난다든지,
복권이 당첨된다든지..
어쩌다 사업을 하게 되는데 대박 난다는지
그런 거 말이에요” 하고 다시 물으면,
“일하는 만큼만 딱 돈이 들어와.
일이 끊임없이 있으니 뭐 배고프진 않겠어” 한다.
일복이라…
복이 없다는 것보다 많지만,
왜 그 많은 복 중에 일복이 나에게 왔을까.
나는 언젠가 그래도 공짜 재물복이 오진 않을까 싶어,
내년에도 똑같은 질문은 해볼 작정이다.
#꽤나 서운한 반응
‘요즘 진짜 일이 너무 많아,
내가 컨트롤이 안 될 정도로’ 하면,
간혹 주변 사람들은
“넌 언제나 일이 많잖아” 또는
네가 일이 적었던 적이 있긴 했어? 한다.
사실 꽤나 서운한 반응이다.
#꽤나 서운한 질문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일을 해?” 하는
질문을 받는 적이 참 많은데,
불행히도 “나도 모른다.”
정말 깊이 생각해보기도 했었는데,
왜 나한테만 일을 주시는지 힘든 거 알면서,
왜 나는 일을 받았을 때 ‘싫어요’ 하지 못하고
‘아, 저 일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야~’ 싶은지
모르겠다.
본능인 건가 그냥.
누군가는 나에게 “노예근성”이라 했다.
꽤나 서운한 반응이지만,
10년 넘게 이런 행태의 반복인 것을 보면,
이제는 맞는 말 같기도 하다.
#꽤나 서운한 사실
내 주변에도 일복이 있고,
일을 몰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정말 밤마다, 또 주말까지 일한다.
그런데도 그들은 꽤 긍정적으로 보인다.
“안 힘드세요?” 하면 “다 힘들죠 뭐.” 하고 넘긴다.
일복 있는 사람 중에
나처럼 아직도 방황하는 이는 없는 건가.
난 왜 늘 버겁다 느끼는 중간자인지…
정말 꽤나 서운한 사실이다.
(이런 바쁜 일정을 못 견디는 거 보면,
난 역시 사업운이나 회장님 운은 없다보다, 싶다.)
이번 주엔 장염 증세가 자꾸 나고,
손가락과 손목이 저릿해왔다.
몸이 고장 나는 것을 보니, 휴가를 가야지 싶었다.
#이성적인 고백
일복과 함께 버거움을 느끼는 누군가가
내 글을 읽는다면 (정말 반갑겠습니다!)
가끔 그래도 내가 하는 그나마 긍정적 생각을
나눠보고 싶다.
너무 바쁘지만, 적어도 후회 없을 정도로,
평범하지만 열심히 살고 있잖아요 우리.
언젠가 내가 죽게 되는 그날엔,
아마도, “좀 더 열심히 살걸”이란 생각은
안 하지 않을까, 싶다.
글을 쓰던 도중, 정말 우연히
박진영이 집사부일체에 나와서
비슷한 얘기를 한 동영상을 봤다.
주변에서 다들 왜 그렇게까지 바쁘게 사냐, 고
말했다던데, 그때 이유를 모르면 최악이라 했다.
본인은, '좋아서...'라고.
'왜냐면, 꿈이니까...'
음, 나는 곰곰이 생각해보니,
박진영처럼 '꿈이니까...'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다.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최대한 하는 게 좋다'
라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빠도, 내가 남들보다 빨리, 잘할 수 있는 일에
가치를 만들 수 있으면,
그건 아마 좋아서 하는 것일 테니.
다만... 너무 바빠서 나를 잃을 정도면 안되니까.
지금보다는 딱 30%만 덜 바쁘면,
그땐 조금은 더 긍정적으로 '바쁨'에 대해
논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땐 정말 일'복'이 될 수 있으려나?)
(커버 이미지: 셀프 코너에서 ‘먹을 수 있을 정도만 담아주세요’ 문구가 있듯,
누구나 사람은 소화할 수 있을 정도만 일해야 한다. 아니면, 배탈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