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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토끼 Nov 13. 2022

왜 상사는 나에게 피드백을 주지 않을까

전체를 봐야 빈 곳이 보인다 (상사에게 전체를 보여주기) 


오랜만에 후배 민우를 만났다.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해 좋은 회사 마케팅 기획팀에 입사한 민우인데, 얼굴빛이 조금 어두워 보였다. 

 

“저 고민이 있어요. 팀장이 항상 피드백이 별로 없어요. 
 어제도 제가 열심히 일해서 보고서 중간본을 가지고 팀장에게 갔거든요. 
 팀장은 또 계속 해오라고만 하더라고요.
 물론 다 완성 못한 중간본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만, 의견을 좀 줘야 보완해서 최종본을 만들잖아요? 
 그런데 다른 동기한테 물어보니까 그 친구는 피드백을 받고 있는 거예요. 
 팀장이 저만 미워하는 걸까요? 왜 피드백을 안 줄까요?”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민우야, 혹시 어떤 수준으로 중간본을 가지고 갔니?” 민우는 작년 프로모션 결과와 올해의 시장 환경을 분석해서 올해의 프로모션 방향을 만드는 업무를 맡았다고 했다. 민우가 어제 팀장에게 가져간 중간본은 제일 앞부분인 작년 프로모션 결과를 열심히 분석해놓은 것이었다. 마치 수학의 정석 책에서 앞 3장만 열심히 공부해서 까매진 느낌이었다. 

민우야, 상사의 관심사는 아마 뒷부분 ‘올해의 프로모션 방향’일 텐데, 너무 앞부분 중심으로만 중간본이 되어 있으니 할 말이 없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 더군다나 작년 프로모션 결과는 팀장이 이미 잘 아는 내용이잖아. 전체적인 너의 생각을 전달해야, 상사도 피드백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상사의 피드백을 부르는 법

누군가의 보고서 초안은 상사의 피드백을 잘 받고, 누군가의 보고서 초안은 상사의 할 말이 없게 만든다. 상사의 피드백이 절로 나오는 초안을 만드는 핵심은 전체를 보여주는 것이다. 전체를 보여주는 방법은 크게 2가지다.

 

첫째는 보고서의 ‘전체 구조’를 보여줘야 한다.

상사들은 ‘구조화병’이라는 것이 있는데, 끊임없이 머릿속에 자료나 논리의 구조를 만들어서, 바쁜 상황에서도 쉽게 기억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정리하는 프로세스다. 그들은 ‘구조’가 파악되지 않으면 집중을 잘하지 못하고, 길을 잃는다. 그들에게 ‘팀장님, 제가 그린 길은 ‘ㄷ’ 자 길인데요.’하고 먼저 알려줘야 길을 가다가 2번의 커브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커브를 할 때마다 놀라지 않고 따라오는 것이다. 


내가 보고하는 중에 상사들이 길을 잃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첫 번째 유형은 열심히 일자 길을 가고 있는데 아직 커브가 나오기도 전에 ‘그래서 길이 어떻게 생겼냐’며 결론을 자꾸 묻거나, 묻다가 혼자 짜증을 낸다. 두 번째 유형은 일자 길을 가다가 이제 커브가 나오는데, 본인이 돌고 있다는 것도 모른다. 즉, 이미 딴생각하느라 무관심이다. 그들은 아직 피드백을 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해서 관심 스위치를 끄고 별다른 피드백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전체 구조를 보여줄 수 있을까. 초안을 만들고, 보고를 할 때 아래와 같은 구조를 가장 먼저 상사의 머릿속에 고이 넣어준다. 어떻게 생각하면, 보고서의 전체 목차라고 생각해도 괜찮다. 상사의 머릿속에 전체 구조가 먼저 들어가야, 상사는 내 보고를 듣는 동안 어디쯤 가고 있는지를 예상할 수 있다. 

 

1. 작년 프로모션 결과 

2. 올해 시장환경 분석 

3. 올해 프로모션 방향 및 실행 안

4. 기대효과 

 

둘째, '결론을 포함한 내용적인 구조'를 보여주어야 한다.

상사가 최고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결론, 그리고 결론까지 어떻게 다다르게 되었는지 그 세부 내용을 보고해야 하는 것이다. ‘초안에서 어떻게 이 많은 것을 한다는 말인가! 그걸 다 알면 그게 완성본이지!’’ 하고 생각할 수 있다. 신입사원이나 주니어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아니, 과장 차장들에게도 이 부분은 어려울 때도 있다. 그렇지만, 일잘러들은 일을 하면서 이 과정을 무한 반복하고, 이 과정이 습관화되어 있다. 


일잘러들은 결론까지 빠르게 닿기 위해 일을 할 때 시간을 잘 배분한다. 앞부분에서 시간과 노력을 너무 빼지 않도록 빠르게 움직인다. 모든 결론을 다 내기보다는 앞부분의 리서치나 분석을 바탕으로 1-2개의 결론이라도 빠르게 도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들은 절대 완벽한 리서치나 분석을 하는 데 진을 빼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내용적인 구조를 보여줄 수 있을까. 자료에서 내용적인 구조가 바로 파악될 수 있도록 아래와 같이 정리해보자. 보고서의 전체 요약본을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도 괜찮다. 내용적인 구조가 정리되면, 상사는 일의 앞부분부터 뒷부분까지가 어떤 내용과 흐름을 가지고 가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대략의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1. 작년 프로모션 결과 

신규 고객 10% 증가 (특이사항은 10대 소비자 급증 : 전년 대비 00% ↑) 

신규 채널(SNS) 판매량 150% 증가 

2. 올해 시장환경 분석 

온라인 쇼핑을 하는 소비자 지속 증가 (온라인 채널 성장률 00%). 특히 SNS 채널 강세 (온라인 내 SNS 채널 시장 점유율 00%) 

- 10대 구매력 확대 

3. 올해 프로모션 방향 및 실행 안

- SNS 채널 마케팅 강화 필요 (인스타그램, 릴스 활용방안 등) 

특히, MZ세대에 맞는 메세징 및 소통 방식 필요 (짧은 영상, 요약된 카드 뉴스 등)

4. 기대효과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 비어있는 내용, 잘못 잡힌 구조 등 빈 곳을 얼른 찾아내는 것이 일의 완성도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혹시 그동안 앞에서 힘 빼느라 전체를 못 보고 있지는 않았을까? 내가 위 내용의  보고서를 쓰고 있는데, 작년 프로모션 결과를 10가지로 정리하느라 힘을 빼고, 올해 시장 환경을 전문 연구보고서처럼 분석하고, 가장 최근 통계를 찾느라 내 피땀눈물을 쏟아내고 있지는 않았는지 한번 생각해보자.




일잘러는 절대 혼자 처음부터 100%를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이 ‘김과장의 일은 정말 군더더기 없이 완벽하네!’하는 말을 듣는 이유는 절대로 앞부분만을 100%로 만들어서 가져가기 때문이 아니다. 앞에서부터 중간 부분까지는 70%, 결론 부분은 60%를 얼마나 잘 만들어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처음부터 일을 주는 사람도, 일을 하는 사람도 모두가 다 알고 일을 하지는 않는다. 대략 이렇게 만들면 ‘주상복합 아파트’가 될 줄 알았는데, 막상 설계도를 그려보니 ‘대형 빌라 단지’가 되었다면, 무언가 잘못된 것이다. 상사도, 실무자도 미처 고려 못했던 부분은 없는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대안을 찾으면 된다. 어쩌면 회사 일이라는 것은 전체 조감도 또는 설계도를 그려놓고 끊임없이 빈 곳을 찾고 보완해가는 것일지 모른다.           


(커버 이미지: 경주 동궁과 월지 (안압지). 우리는 경주에 와있는데, 상사는 저기 어디 바다에 가 있을지 모르니, 전체적인 그림을 잘 그려주자. 달도 그려주고, 건물도, 호수도 최대한 알려주어야, 서로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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