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면 행복할까
4년 전,
회사 일이 힘들고 번아웃이 왔다.
당시 나는 팀장으로 인정받으며 꽤 괜찮은 회사 생활을 했었는데,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찾아갔던 두 번째 회사였는데.
회사 내외의 이해관계자들을 조율하면서, 설득하면서, 다독이고 상황을 설명해가야만 하는 그 역할 속에서,
리드하면서도 동시에 다른 사람들을 서포트해야 했던 그 어려운 역할 속에서,
정작 나를 살피지 못했고, 나를 살펴줄 사람도 없었다.
(아니, 힘들다 보니 그렇게, 혼자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일종의 번아웃이 오자,
병은 몸으로도 나타났다.
늘 건강하던 나였는데, 두통과 불면에 시달렸다.
남일인 줄만 알았었는데, '중단 선언'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그렇게 일단은, 퇴사했다.
퇴사한 후 나는 건강 회복을 핑계로 잠을 실컷 자고, 누워서 하루를 보내는 잉여로운 생활을 했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모른 채, 늦잠자도 밥 먹고 또 자고, 일어나서 또 먹고...
TV 앞에서 이동하지 않는 시간을 보내보니,
정확히 1주일 만에 허리도 너무 아프고 우울하고 지겨워졌다.
스페인으로 해외여행도 갔지만, 그때만큼 행복하지 않았던 여행도 없었다.
여행에서마저 잠을 자지 못했던 것이다.
정확히 1달 만에, 나는 길을 잃은 백수가 되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뭘 해도 우울했다.
몸을 일으켜 웃을 기운이 없으니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일단 좀 쉬고 나면 괜찮을 거야...'라고 누가 말했었는데,
적어도 나에겐 해당하지 않았던 솔루션이었던 것 같다.
지금 돌아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나답지 않은 1달 여의 시간이었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프리랜서 일을 구했다.
워낙 일을 좋아했던 나였기에, 프리랜서로 일을 하다 보니,
여러 개의 일을 중복으로 하게 되었고,
이렇게 혼자 야근하며 일하느니
다시 회사에 가서 동료들과 일을 하자, 싶어서.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후배들이 나를 찾아와 '퇴사하고 싶다, 이직하고 싶다'는 말을 할 때,
나는 흔쾌히 '일단 그 회사에서 나와' 하지 못한다.
아마 스스로, 아직도 내가 당시에 퇴사하고 왜 그토록 우울했었는지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오늘 '행복해지려는 관성'이라는 책을 보다가
무릎을 탁 치며 이유를 찾게 되었었다.
"퇴사만 하면 행복해질까. 증상에 따라 처방을 달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마치 퇴사가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설파되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멈추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이 퇴사인지, 단 며칠간의 돌아봄인지 따져볼 노릇이다" - 행복해지려는 관성 p.130, 김지영
나 역시 퇴사 이후에 무엇을 할지, 무엇을 해야 행복해질지에 대해 전혀 생각해보지 않고,
'그냥 쉬면, 나답지 않은 시간을 좀 가져보면, 행복할 거야'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퇴사만 하면, 일단 엔진을 끄고 멈추고 나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내가 가장 잘못 생각했던 부분이었다.
물론 가끔은 현상을 피하거나, 중단하는 것이 '내가 사는 길'이 될 때도 있다.
그렇지만 '행복을 위한 방향성이 없는 의사결정'은 때때로 실패한다.
무엇을 해야 내가 행복할지, 무엇을 해야 내가 회복할지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보고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 '완전한 중단'보다는 '잠시의 휴식'을 원하는 것인지,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모두의 퇴사를, 그리고 이직을, 또 버팀을,
그렇게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응원한다.
(태국 코사맷. 놀땐 놀더라도 '행복을 위한 방향'을 만들고 나서, 더 신나게 놀아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