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 (feat.문제해결능력 키우는 방법)
일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 (feat.문제해결능력 얻기)
내가 신입 컨설턴트였던 시절, 며칠을 할애해 만든 PPT와 Excel 파일을 가지고 선배에게 갔다. “선배, 리서치를 해보니, 현재 건설 시장 환경은 이렇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경쟁사들의 대응을 보니, 비관련 다각화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확장하고 있었고요.” 전문적이고 멋져 보이는 단어들을 총동원하여 나의 노력을 ‘있게 보이게’ 말해보고 싶었다, 마치 ‘선배, 제 실력 어때요?’ 하는 것처럼. 그런데 한참을 듣던 선배는 무표정으로 이렇게 물었다. “그래서, 문제가 뭐야?”
이렇게 열심히 시장 환경에 대한 리서치를 해 갔는데, 문제가 뭐냐니. 머리를 한 대 쾅 맞은 느낌이었다. ‘당신이 시장 리서치 해오라고 해서 한 건데요’하는 대답이 목구멍 끝까지 올라왔다. 솔직히 듣기에 기분 좋은 말은 아니었다. 나를 무시하는 발언 같기도 하고. 회사어를 써서 그나마 순화된 표현이 된 것이지, ‘왜 뻘짓을 했어?’하며 나를 비웃는 느낌이었다. 이렇게 점잖게(?) 욕을 하다니, 역시 선배는 강자였다.
그런데 감정을 조금 진정시키고 내가 만든 자료를 다시 보니, 갑자기 ‘내가 이 리서치를 왜 한 걸까? 선배는 어떤 생각을 하고 또는 어떤 결과를 예상하고 이 리서치를 시킨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 트렌드가 변화한 부분을 알고 싶었던 걸까, 우리 고객사와 경쟁사의 차별점을 알고 싶었던 걸까? ‘왜 내가 이 일을 한 걸까? 도대체 문제가 뭘까?’ 사실은 진작 했어야 했던 생각이었다.
‘회사 일’의 본질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
이때부터였을까, 컨설턴트 직업병이라고 할 만큼 모든 사안에 ‘문제가 뭐지?’하는 질문을 떠올리게 되었다. 나는 문제가 정확하지 않으면 가급적 일을 시작하지 않는 습관이 들었고, 가끔 빨리 일부터 시작해야만 하는 순간에는 중간중간 ‘이 일이 무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일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컨설팅 회사에서 컨설턴트 면접을 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이 ‘문제 해결 능력’이다. 그리고 컨설턴트들이 어느 회사에 가도 업무적으로 빠르게 적응하는 이유도 바로 이 ‘문제 해결 능력’이 몸에 배어있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 능력이라는 놈, 중요한 역량인 것이 틀림없다.
사실 우리는 이 ‘문제 해결 능력’이라는 말은 지겹게 들어왔다. 포털사이트 시사상식사전에는 ‘NCS 직업기초능력 10개 영역 중 하나로, 문제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창조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통해 이를 적절하게 해결하는 능력. 하위 능력으로 사고력과 문제 처리능력이 있다’라고 나와있다.
그런데 정말 아이러니한 것은, 모든 공기업과 주요 대기업에서 채택하고 있는 중요한 ‘직업기초능력’ 중 하나이지만, 의외로 직장인들이 체계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는 능력이 바로 이 ‘문제 해결 능력’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일잘러들의 필수템으로 탑재되어 있어 그들을 빛나게 하는 비밀병기 중 하나도 바로 이 ‘문제 해결 능력’이다.
누군가 나에게 문제 해결 능력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정확히 도출해내는 역량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이 ‘문제 해결 능력’의 시작은 바로 ‘문제를 정확히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것도 덤으로 말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문제를 정확히만 정의할 수 있다면, 뒤에 풀어나가는 과정은 어렵지 않게,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도 문제 해결의 순간에 자주 직면한다. 친구들끼리 여행을 가려고 하는데 한 명이 뭔가 여행코스에 불만이 있는 것 같다. ‘왜일까, 뭐가 문제일까’를 풀어나가기 시작하면, 그 친구가 생각하고 있는 여행 예산과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예산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예산을 먼저 통일하고, 다시 그 예산 안에서 논의를 시작하면 된다.
가족 식사를 하는데 아빠가 뭔가 불편해 보이신다. 알고 보니, 아빠는 술을 한 잔 하고 싶으셨는데 이야기를 하기 조금 껄끄러웠던 것이다. 문제를 알고 나면, 해결은 쉽다. 술을 한 병 시키고 먹고 싶은 사람들만 먹기로 한다. 이렇게 우리는 매일 매 순간 수많은 문제 해결을 해 나가며 살아가고 있다.
회사에서도 문제 해결은 우리의 일상이다. 우리가 그것을 ‘문제’의 관점에서 보지 않아서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구매팀에서 임원에게 보고하는 원가절감 방안은 우리 제품의 원가율이 높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고, 마케팅팀에서 올해의 차별화된 마케팅 방안을 도출하는 작업은 작년까지의 마케팅이 다소 진부하여 성과가 미진한 것 같아(문제) 색다른 것을 시도하기 위함이다. 기술팀에서 신기술을 개발하는 이유는 경쟁사들의 기술 수준이 우리 회사와 유사해졌기 때문(문제)이다.
문제를 알기 위해서는 ‘2 Why’를 외쳐보아요
그렇다면 일잘러들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고 있을까. 수많은 문제 해결의 방법들이 있겠지만, 가장 핵심이 되는 방법은 바로 ‘Why를 여러 번 생각하는 것’이다. 여러 책에서 많이 본 내용이지만, 막상 회사에서 잘 관찰해보면, 오직 일잘러들만이 실천하고 있는 행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 스스로도 한번 생각해보자. 과연 내가 모든 일을 받았을 때, ‘Why’를 생각했던 적이 있었던가.
“선배, 그런데 Why를 생각한다는 게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여러 책이나 강의에서 나오는데 도대체 방법을 모르겠어요.” 마음속에서부터 올라오는 찐고민을 토로하는 후배들을 위해 정리한 ‘Why를 생각하는 구체적인 실천과제’는 2단계가 있다. 투블럭 말고, ‘투와이(2 Why)’라고 이름을 붙여보았다.
1단계. 그 업무 자체에 대한 Why를 생각해보자.
‘이 일은 지금 왜 필요한가, 도대체 문제가 무엇인가?’가 질문 콤보세트이다. Why를 생각하다 보면,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어느 날 팀장이 “상무님이 지시하셨는데, 우리 회사 각 사업부 간 협업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건수를 데이터로 뽑아올래요?” 하고 말했다면, 일을 시작하기 전에 딱 한 번만 생각해보자. ‘왜(Why) 갑자기 협업 건수를 보려고 하실까? 앞으로 협업이 더 증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현재 협업이 너무 적은 것은 아닐지 고민하시는 걸까?’
그리고 혹시 물어볼 수 있다면, 일을 시작하기 전에 팀장에게 살짝 ‘Why’에 대해 질문해 보는 것도 좋다. 또는 사전에 질문하기 조금 어려웠다면, 업무를 마치고라도 내가 생각한 ‘Why’에 대해 팀장에게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 “팀장님, 협업 건수는 이렇게 정리하였는데요. 혹시 현재 협업이 너무 적을 생각하시고(문제), 앞으로 확대하는 방향을 생각하셔서 그러신 것일지요?” 이렇게 질문했을 때, ‘시끄럽고, 거기까진 네가 생각할 필요 없으니, 숫자나 주세요!’하는 나쁜 상사는 없을 것이다.
2단계. 문제의 원인을 잘게 쪼개어 또다시 ‘Why’라고 질문해보자.
문제를 더욱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제와 그 원인을 쪼개고, 또 쪼개고, 계속해서 쪼개 나가야 한다. 데이터를 보니 사업부 간 협업이 증가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질문해보는 것이다. 왜(Why) 협업이 증가하지 않았을까? 특정 사업부들끼리 경쟁을 하느라 오히려 협업을 안 한 걸까? 사업팀에서 협업을 왜 해야 하는지 몰라서 안 한 걸까? 협업을 하라는 메시지가 너무 막연하여 ‘협업하는 방법’을 모르는 걸까? 협업 관련된 프로그램이 제대로 홍보가 되지 않아서 그런 걸까?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추가로 분석해야 하는 부분과 대안이 달라진다. 특정 사업부들 간의 협업을 보고 싶으면, 사업부 단위로 다시 한번 데이터 분석을 해야 하고,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경쟁이 아닌 협업이 가능한 사업을 정의하거나, 협업을 장려하는 제도적 장치를 고민해야 한다. 사업팀의 마인드에 대한 문제가 의심된다면, 추후 설문이나 인터뷰를 해보는 것도 추가 업무가 될 것이다. 대안은 좋은 협업 사례를 발굴하여 여러 사람들이 느낄 수 있게 공유하거나, 협업을 장려하는 캠페인을 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일잘러들은 이렇게 업무를 하는 것이 이미 몸에 배어서 짧은 시간 안에 문제와 원인 분석, 그리고 대략의 대안을 생각해낸다. 그러나 이 방법을 처음 해 보는 사람이라면, ‘2 Why’ 중 1단계부터 한번 시도해보자. 익숙하지 않은 상태로 2단계를 모두 시도하다가는 오히려 업무 속도가 너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 Why’의 매직 효과
나에게 ‘2 Why’ 비법을 듣고 난 후배 민영이는 작업했던 결과 데이터와 함께 본인이 생각한 문제와 대안을 간단히 정리해서 팀장에게 보고했다. 거기까지 일을 시켰던 것은 아닌데, 팀장은 민영님의 결과물에 놀랐다. 분석한 원인과 결과가 맞지 않다고 하더라도 시키지도 않은 일을 스스로 고민해왔다는 노력과 열정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이후 개선과제를 만드는 일까지 민영이에게 맡겨보기로 한다. (일을 더 받은 것이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일복 터지는 것은 일잘러들의 숙명이다.)
‘2 Why’를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는 것의 좋은 점은 첫째로는 일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정리 작업이야, ‘Why’를 생각하지 않아도 결과물에는 영향이 없겠지만, 보고서를 쓰는 작업은 문제를 파악하지 않고는 잘못된 방향으로 일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두 번째 좋은 점은, 같은 일을 해도 결과물 보고에 있어서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좋은 점은, 스스로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이다. ‘Why’를 아는 사람은 내가 지금 이 회사에서 무슨 일을 왜 하고 있고, 무엇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안다. 이는 면접을 볼 때, 답변에서 단적으로 구분된다.
평범인: “저는 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보고서를 쓰는 일을 했습니다.”
일잘러: “저는 전 회사에서 사업부 간 협업률을 높이고 시너지를 내기 위한 업무를 했었습니다.
협업 데이터를 주기적으로 분석하고, 협업이 잘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고민하고,
개선방안을 찾는 일을 했습니다. 그 결과, 2년 간 협업률을 약 1.5배 높일 수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저자이자 강연자인 사이먼 사이넥(Simon Sinek)은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이 무엇을(What)→어떻게(How)→왜(Why) 순서로 생각하지만, 비범한 사람들은 그의 반대인 왜(Why)→어떻게(How)→무엇을(What) 순서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조건, ‘왜(Why)’부터 생각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아침에 내가 일잘러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들의 습관을 조금씩 따라 해 볼 수는 있다. 회사는 언젠가 퇴사하겠지만, 나의 일 잘하는 방법은 어딜 가도 나만의 자산으로 남아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일을 받았을 때, 무조건 외쳐보자. ‘그래서 문제가 뭐야? 왜 이 일을 해야 하는 거야?’
(커버 이미지: 캐나다 빅토리아, 이너하버 항구. 2015년 여행 때였어요. 빅토리아 이너하버에 예쁜 배들이 옹기종기 정박해있었지요. 항해하는 배처럼, 직장 생활에서도 방향을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사실 문제해결능력은 개뿔, 누가 그냥 알려주면 좋겠어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