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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토끼 Jan 15. 2022

나를 위한 업무 계획 짜기

회사에서 내 페이스를 지킬 수 있는 방법 


    “선배, 요즘 우리 팀장이 이상해요. 천천히 하라고 해놓고, 자꾸 와서 얼마나 됐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팀장님이 천천히 하라고 하셔서 천천히 하고 있었는데요. 그럼 언제까지 할까요?’ 하면 또 ‘아니야, 민대리. 천천히 해. 그냥 물어본 거야.’ 하고 가시더라고요.” 

    “선배, 우리 팀장은 ‘빨리빨리 병’에 걸린 것 같아요. 보고서를 금요일까지 달라고 해 놓고, 수요일부터 와서 자꾸 묻는 거예요, ‘민수씨, 내가 시킨 거 다 됐나? 얼마나 했나?’ 하고요. 또 목요일에 와서 ‘민수씨, 한번 그냥 지금 버전을 열어봐요. 아니, 왜 이렇게 느려? 내일까지 다 할 수 있어요?’ 하고 짜증을 내는데, 진짜 대폭발 할 것 같더라고요.”   


(도대체 이 세상 팀장들은 왜 이리 이상한 걸까)
 

 


          

    회사에서 일을 할 때, 우리는 최대한 정해진 데드라인 내에 일을 완성하려 하지만, 회사와 상사는 우리를 가만히 기다려주지 않는다. 위의 사례처럼 말을 계속 바꾸거나 계속 재촉을 하는 상사도 있고, 괜히 불안하니 중간에 와서 방향을 바꿔버리는 사람도 있다. 우리 미생들은 이렇게 회사의 속도에 휘말려 휘청대다가 스트레스는 쌓이고, 정해진 기한에 일을 완성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면, 억울하게도 우리에게 돌아오는 피드백은 ‘민수씨는 너무 느리다’ 또는 ‘민수씨는 일을 잘 못한다’다.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회사의 속도에 절대 휘둘리지 않는다. 자신의 속도와 페이스를 잘 지킨다. 또한, 그 ‘속도’는 회사의 속도와도 일치하여 보통 그들이 듣는 피드백은 ‘세훈씨는 정말 빨라. 항상 정해진 시간보다 빨리 일을 끝낸다니까.’가 된다. 일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다른 점은 무엇일까? 바로 ‘업무 계획 짜기’다. 




일잘러들이 ‘업무 계획’에 진심인 이유 

  

    일잘러들은 ‘업무 계획 수립’에 진심이다. 안 그래도 일도 많아 죽겠는데, 무슨 업무 계획까지 짜야 하나, 또 다른 일을 만드는 것 아니냐, 하고 물을 수도 있지만, 업무 계획은 내가 효율적으로 업무에 집중하기 위하여 ‘나를 지키는 최소한의 울타리’다. 업무 계획이라는 것은 내가 언제까지 일할지 혼자 계획을 세우는 것인데, 그게 어떻게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는 것일까.   

    먼저 ‘업무 계획’의 정의부터 시작해보자. 업무 계획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업무 계획’은 특정한 개별 업무를 1) 언제 시작해서, 2) 언제쯤 끝내고, 3) 언제 상사와 중간 점검을 할지 등에 대한 내용이다. 

    물론 이보다 더 디테일하게 언제까지 리서치를 하고, 언제까지 정리를 하고, 언제까지 보고서를 작성하고, 하는 등 정말 세부 작업 단위의 계획도 있다. 또 한편으로 연간 업무 계획, 분기 업무 계획처럼 큰 방향에 대해 만드는 계획도 있다. 그러나 이번 챕터에서는 우리의 하루하루, 우리의 한 주 한 주를 좌우하는 ‘지시받은 일(Assignment) 단위의 업무 계획’에 대해 이야기해보기로 하겠다.              

    흔히 ‘업무 계획’을 나 혼자 세우는 계획이라고 생각하지만, 회사에서의 ‘업무 계획’을 만들고 상사와 함께 이에 대해 소통한다는 것은 ‘서로 불안해하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합의’라고 이해하면 좋다. 내가 그 일만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소통과 합의의 과정은 정말 필수적이다.              


    내가 언제 정확히 ‘그 지시받은 일’을 시작할 수 있고, 얼마나 걸려서 언제 완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상사와 내가 서로 이해하고 합의하고 있어야, 그 일을 하는 시간 동안 서로 안심할 수 있고, 나는 내 페이스(속도)를 지키며 마음 편히 일할 수 있다. 특히 중간 점검의 시간을 가질 것임을 상사에게 알리는 것은 더욱 상사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부분이다. 자, 이제부터 ‘업무 계획 세우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내 속도와 역량을 최우선에 둔 ‘업무 계획’ 만들기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는 ‘우리는 회사 또는 상사의 속도에 맞추어 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예전에는 그 말이 100프로 맞았을 수도 있다. ‘닥치고 다음 주 월요일까지’ 하고 하늘과 같은 상사님이 말씀하시면, 주말 출근까지 해서 어떻게든 업무를 마무리해야만 했다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가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요즘의 회사나 상사들은 ‘지키지 못할 데드라인’을 주는 것보다는 ‘직원의 역량과 속도, 그리고 상황을 고려한 데드라인’을 주려고 노력한다. (물론 경영진 보고 등 데드라인이 빠듯하고 바꿀 수 없는 일들은 제외하고 말이다.) 이때,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내가 3시간 동안 이 일을 끝낼 수 있는가’를 빠르게 판단하는 것이다. 즉, 나에게 맞는 업무 계획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상사는 ‘화장품 시장 리서치’를 하루면 끝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 일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항상 리서치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막막했었고, 그 내용을 정리하는 것도 늘 어려웠었다. 내가 나를 아는데, 하루 안에 하기는 어렵고, 하루나 이틀 정도 더 있으면, 좀 더 정리된 형태로 보고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상사에게 ‘팀장님, 제가 그동안 몇 번 리서치를 해봤을 때, 그 일에 대해 감이나 경험이 부족해서 항상 남들보다 시간이 좀 더 걸렸었습니다. 가능하시면, 하루 이틀 정도 시간을 더 주실 수 있으세요? 참고자료들도 좀 더 찾아보고, 조금 더 깔끔하게 정리해서 보고 드리고 싶습니다.’ 하고 말해보자. 이를 이유 없이 거절할 상사는 없을 것이다. 


    눈치챘겠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나의 업무 속도’와 ‘나의 업무적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잘 알고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모든 스타일의 일을 빠르게 처리할 수는 없고, 모든 사람이 모든 스타일의 일을 다 잘하지는 않는다. 특히 빠른 속도로 익숙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남들보다는 조금 더 속도가 걸리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 주니어 시절에 남들보다 엑셀을 빠르게 다루지는 못해서 대규모 데이터를 다뤄야 할 땐 늘 엑셀 수식을 다시 한번 찾아보면서 해야만 했다. 단축키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수식을 외우고 있던 동기들에게 배워야 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보고서를 작성하고 구조를 잡는 일은 누구보다 빠르게 할 수 있었다. 나의 이러한 특성과 속도를 고려해서 ‘업무 계획’을 잡곤 했던 기억이 난다.              

    다만, ‘나의 특성’을 잘 감안하여 합리적인 수준의 업무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평균적으로 이틀이면 할 일을 ‘팀장님, 제가 일이 너무 느려서요. 아시죠? 저는 이 일을 2주 정도 주셔야 할 것 같아요.’ 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다. 그러나 3-4일 정도를 제시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하다.  팀장만 합의하면, 나는 그 일을 약속된 3-4일 정도 걸려서 해내면 되는 것이다. 




상황별 일잘러의 ‘업무 계획’ 엿보기!              

    그렇다면, 일잘러들이 실제 회사에서 업무 계획을 만들고, 소통하는 방법을 상황 별로 직접 엿보자. 

 

*상사가 데드라인을 주지 않을 때 => 업무 계획을 제시해요

상사: 은수씨, 화장품 시장 리서치를 해야 하는데, 시간 될 때 틈틈이 해서 줘요. 천천히 해요.

일잘러 은수씨: 팀장님, 그래도 언제쯤 필요하신데요? 제 생각엔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 마무리하고 내일부터 시작하면, 3일 정도 후에 중간본 한번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고, 다음 주 수요일까지 최종 마무리하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렇게 해볼까요? 


*상사의 데드라인이 지나치게 빡빡할 때 => 가능한 수준까지의 업무 계획을 이야기해요.

상사: 형욱씨, 이거 엑셀 돌려서 정리 좀 해줘요. 3시간이면 할 수 있죠? 

일잘러 형욱씨: 팀장님, 데이터가 너무 많은데, 사업부별 정리까지는 3시간 내 가능할 것 같은데, 상품별 정리는 시간이 조금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사업부별 정리까지만 해서 일단 드려볼까요?  


*상사가 동시에 두 가지 일을 지시했을 때 => 어떤 것부터 할지 물어봐요. 

상사: 우성씨, 이거 전무님께 보고해야 하는 급한 일인데, 내일까지 되나? 

일잘러 우성씨: 팀장님, 어제 급하다고 하신 구매 보고서도 내일까지 달라고 하셔서 쓰고 있는데, 그럼 어떤 것을 먼저 할까요? 

상사: 아, 그래? 그럼 구매 보고서는 이리 주고, 김과장한테 마무리하라고 할게요. 이게 더 급하니, 이걸 우성씨가 해줘요. 




일잘러는 ‘천천히 하라’는 말을 믿지 않고, 무리한 데드라인에 ‘넵!’ 하지 않아요.                

    사람마다 회사를 월급을 받으러 다니기도 하지만, 내 역량을 펼치고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 일을 하기도 한다. 무리한 업무 데드라인에 ‘넵!’ 한 후에 스트레스받지 말고, 내 성과를 저평가받지 말자. 상사의 ‘천천히 하라’는 말을 절대 믿지 말자.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는 ‘나의 속도와 역량’을 고려한 ‘나만의 업무 계획’을 만들고, 상사와 소통해보자. 회사의 속도가 아닌 나만의 속도를 지키는 방법, 상사에게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내 계획 안에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 바로 ‘업무 계획’ 이 그 답이다. 

    오늘부터 '나를 위한 업무 계획'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무주 덕유산 눈꽃산행, 하얀 눈꽃처럼 우리는 모두 고유의 아름다움이 있어요. 회사에 휘둘리지 말고, 나의 고유함을 지키면서 일을 해 보아요!  회사지만, 내가 중심이 되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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