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전송 취소, 하고 싶습니다만
때는 7년 전. 나는 회사 메신저로 선배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성격이 나쁘지는 않지만, 해도 해도 너무 일하기 싫어하고 고지식했던 고객사 과장, 그가 대화의 주제였다. 한참 대화를 하고 있는데, 과장이 내 자리에 왔다.
과장 : “이 일 아까 주셨는데, 저는 오늘 A 업무를 하고 싶어서, 주신 일은 못할 것 같아요.”
나 : (예상했던 대로 새로운 일을 절대 받지 않는군. A 업무는 도대체 몇 주 째 하고 있는 거야, 어제는 오후 내내 자리에서 야구 중계 보고 있더니. 그냥 일하기 싫으면 싫다고 얘기를 하든지. <= 여기까지, 마음의 소리)
“네, 과장님. 일단 알겠습니다.”
<메신저 대화창>
나 : 언니, 저거 봐. 아놔, 저 A 일은 도대체 몇 주 째 붙들고 있는 거야.
.....
그렇다, 모두가 예상한 바로 그 상황. 나의 메신저는 무의식 속에 ‘수신인: 과장’을 눌렀고, ^^..... 띠링, 하고 그에게 전달되었다. 내가 1초도 안되어 ‘헉!’하고 그 사실을 알아챘지만, 그 과장은 1초도 안 되는 순간에 내 메신저를 확. 인. 했다.
본인 얘기인지 모를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다, 빼박 캔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한 번쯤 회사에서 메신저나 메일을 잘못 보낸 경험, 있을 것이다. 누군가의 뒷담화를 하는데, 그게 그 사람에게 갔다니, 정말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식은땀이 삐질 하고 나며, 머리가 띵-하고 아파오는 순간이다. 전송 취소 누르고 싶지만, 그런 기능이 없거나, 그 기능을 쓰기 전에 이미 상대방은 메시지를 즉각 확인했다.
카카오톡에 (상대가 확인하기 전이라면) 메시지 전송 취소 기능이 생긴 것은 정말 신의 한 수다. 이제는 카카오톡이 회사 메신저 대용으로도 사용되는 시대에, 잘못 보내진 메시지는 상대방의 마음의 비수를 꽂을뿐더러, 나의 이미지에도 엄청난 데미지를 준다. 하아, 마음의 소리였습니다만... 상대에게 전달된 순간, 삭제는 불가능하다.
일전에 토론 동아리를 같이 했던 친구들 여덟이 모여 책을 쓴 적이 있다. 말을 잘하는 법에 대한 <말을 잘하고 싶습니다>라는 책이었는데, 책 리뷰에 또는 강연을 할 때 은근 ‘회사 메신저 잘못 보낸 경우, 어떻게 사과해야 하나요?’하는 질문이 꽤 나왔었다.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나도 말하기 고수, 말하기 달인은 아니지만, 이런 순간엔 정말 답이 없다. 누구라도 같은 행동을 해야만 한다. 잘못 상대에게 상처를 줬으면, 정말 솔직하게 사과하는 것이 답이다.
고객사 카운터파트를 욕하다 걸렸다니, 정말 쪽팔리군. 그렇지만 나는 정말 얼른, 바로, 즉각 과장님 자리로 가서 조용히 이야기했다.
나 : 저... 과장님, 메신저를 잘못 보냈어요. 정말 죄송해요. 사실 최근에 과장님이 일을 같이 좀 분담해주셔야 하는데, 자꾸 A 업무만 한다고 하셔서 제가 좀 속상하고 서운했어요. (사실은 약간의 하얀 거짓말도 섞어서) 다른 것들은 협업 잘해 주셨었는데, 이 일만 최근에 유독 못하겠다고 말씀하셔서 직접 얘기도 못 드리고 혼자 끙끙 앓았네요. 그래도 나쁜 의미로 그렇게 말한 건 아니니까 너무 기분 나쁘진 않으시면 좋겠어요.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과장 : 잘못 보낸 것 같더라고요. 괜찮아요. 제가 A 업무 빨리 끝내고 그거 할게요.
나 : 화, 안 나셨어요?
과장 :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 뭐...
정말 괜찮은 건지, 그냥 한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솔직히 말하니 그는 의외로 쿨하게 넘겼고, 나도 너무 쩔쩔매지 않고 과장과 서먹하지는 않게 지낼 수 있었다. (그 과장이 착해서 정말 다행이었다, 흑흑)
그 후로, 나는 정말 회사 메신저를 조심히 다루게 되었다, 수신인 확인, 또다시 확인.
마음의 소리(?)를 담아 메신저나 이메일을 잘못 보내는 것은 엄청나게 끔찍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응축된 마음의 소리가 밖으로 뛰쳐나간 경우엔, 솔직히 잘못을 인정하고, 상대방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 용서를 구할 땐 ‘내가 원래는 당신을 좋아하는데, 이 행위에 대해서만 좀 서운해서 그랬다’는 식의 레퍼토리를 구사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좋다. (솔직히 말하자고 해놓고 하얀 거짓말을 섞는 건 반칙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내 말 때문에 다친 상대방의 마음을 풀어줘야 하기 때문에 ㅠㅠ)
누구나 한 번쯤 실수할 수 있다. 그리고 누구나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상대방에게 서운해질 수 있다. 지나치게 악의적인 메시지가 아니라면, 누군가의 실수도 한 번쯤은 용서할 수 있기를 바라며...
그래도 메신저의 수신인, 참조인은 항상 확인, 또 확인이 필수다. 며칠 전에 회장님한테 미안한 후로, 또 사과만 하는군. 이번엔, 과장님, 쏴리~ 정말 너무 미안했어요!
커버 이미지 : <미스터 브레인워시> 전. 아라 모던아트 뮤지엄. 그의 Street Art가 그 당시 내 머릿속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