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비극도 끊어낼 수 없는 사랑의 대물림, <나나 올리브에게>
H, 주말 오전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카페에서 너가 선물해준 책을 다 읽었어.
오랜만에 책장을 덮으며 맑고 투명한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 닦아내도 자꾸만 차오르는 마음을 어쩌지 못해 옆 사람들에게 창피하지만, 뿌에엥- 하며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어.
전쟁이라는 참혹한 허기 속에서도 기어이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네가 왜 이 책을 내게 건넸는지 알 것 같았어. 이 책은 슬픔의 기록이라기보다, 견뎌내는 사랑에 관한 긴 편지 같더라.
#1. 특별한 위로 없이도 충분했던 연대
책 속의 사람들은 서로의 무너진 마음 앞에서 거창한 말을 보태지 않아. 그저 곁에 앉아 묵묵히 밥을 나누고, 서로의 고통이 지나가길 기다려줄 뿐이지. "힘내"라는 말 한마디보다, 그저 옆에 있어 주는 침묵이 얼마나 큰 구원이 될 수 있는지 다시금 배웠어.
우리의 삶도 가끔은 전쟁 같을 때가 있잖아. 그럴 때마다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잡아주던 너의 온기가 떠올라 울컥하더라. 특별한 위로 없이도 충분했던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나누어온 시간들이 겹쳐 보였어.
#2. 세대를 타고 흐르는 따스한 온기
할머니의 굽은 등에서 손녀 올리브에게로, 그리고 다시 그 손에 들린 아이들에게로. 삶이라는 건 참 신기하지? 한 시절이 저물면 끝인 줄 알았는데, 그 사랑이 양분이 되어 다음 세대의 생을 피워 올리는 걸 보며 마음이 참 뭉클했어.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이 헛되지 않고 누군가의 삶으로 이어진다는 것. 그 장엄한 흐름을 지켜보며, 우리도 언젠가 그런 따스한 뒷모습을 남기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생각했어. 나나 올리브의 집에 키를 표시해둔 아이들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면서, 우리도 이런 세대의 흐름 중간 어딘가를 지나고 있겠구나, 싶더라. 그 대단한 여정에, 너와 내가 친구로 함께라서, 참 좋다!
#3.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사는 나나 올리브
"어떡하죠, 할머니..."
어떤 풍파가 닥칠 때마다 마음속으로 할머니를 찾는 나나 올리브를 보며, 나도 모르게 우리 외할머니를 자꾸만 불렀어. 할머니에겐 언제까지나 '당신의 코흘리개'일 뿐인 나나 올리브. 그 마음이 너무 예쁘고도 아려서 자꾸 눈물이 났나 봐.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는 마음속에 저마다의 ‘나나 올리브’를 한 명씩 품고 사는 게 아닐까 싶어. 그 대상은 할머니가 될 수도, 엄마나 아빠가 될 수도, 혹은 곁에 있는 소중한 친구가 될 수도 있겠지. 너의 삶에는, 어떤 '나나 올리브'가 있을지 문득 궁금해지더라. 나 역시 나나 올리브처럼 평생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살겠지만, 그 그리움은 아픔이라기보다 언제든 돌아가 쉴 수 있는 마음의 고향 같은 것일 거야. 그리고, 그 고향은 한 세대가 지나가고, 다음 세대가 또 지나가도, 내 마음 속에 늘 남아있을거야.
H, 이 귀한 문장들을 내게 보내주어 고마워.
주말 아침, 네 생각이 많이 난다. 곧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