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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토끼 Oct 30. 2019

4. 연락 좀 먼저 해줘라, 나 심심하다 진짜!

내가 손을 들면, 불을 켜줘 (feat.자동점멸시스템)


  악, 나 여기 있어요!

  화장실에 앉아 브런치를 읽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새로 올라온 글을 집중해서 읽는 데 화장실 한 칸은 최적의 공간이다.


  갑자기 불이 꺼졌다. 요즘 공공화장실에 ‘자동 점멸 시스템’이 도입되어 일정 시간 사람의 움직임이 없으면 불이 꺼지는 시스템이다. 아놔, 그래도 읽던 글까지는 마무리하고 나가야지. 밖에 다른 사람이 오지 않으면 불이 켜지지 않는다. 나는 어둠 속에서 글을 마저 읽고 밖으로 나왔다.


  사람 관계에 있어서도 손을 들면, ‘아, 너 거기 있었어?’ 하면서 불이 켜지면 좋겠다. 친구들은 결혼하고 애를 키우느라 여유가 없어졌다. 우리의 연락은 자연스럽게 끊겼다. ‘어떻게 지내? 잘 지내?’ 연락 한 번 하기가 어렵거나, 또는 부담을 줄까 괜히 미안하다.


  그렇게 서로를 잊은 동안 우리 사이에 불이 꺼졌다. 일정 시간 동안 움직임이 없으면 꺼지는 자동 점멸 시스템처럼. ‘야, 나 여깄어!’ 하면서 손을 들면, 우리 관계에도 다시 불이 켜질 수 있을까. 오늘은 보고 싶은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 봐야겠다.


  내가 손 들 테니, 그럼 너도 같이 불을 켜줘.


 나 생각해서 연락 좀 먼저 해줘라,
 달달한 얘기는 바라지도 않는다.
 나 심심하다 진짜...!!!



tvN 드라마 <또 오해영>



(커버 이미지 : 강원도 철원, 도피안사. 선선하면서도 귀 끝이 서늘해지는 가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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