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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토끼 Oct 11. 2019

피부관리샵

내가 쉴 수 있는 곳,

  나는 간간이 피부관리샵에 간다.


  만약 샵에서 고객 등급을 관리한다면, 나는 ‘큰 손은 아니지만, 꾸준히 5년째 샵에 다니고 있으며, 1-2년에 한 번씩 결제를 하지만, 할 말을 똑바로 하긴 하는, 약간 피곤한 고객 등급’에 속할 것 같다.


  마사지는 곧 자기 위안이었다. 바빴던 지난 컨설턴트 시간 동안, 중요한 보고가 끝나면 어딘가에서 쉼을 찾아야 했다. 관리 베드(bed)에 누우면, 관리사 선생님은 메이크업을 지워주고, 묵은 각질을 제거해주고, 손을 이용해 종일 피곤에 쪄든 얼굴과 목과 어깨를 주물러준다. 약 20-30분 팩을 올려놓는 시간 동안 따뜻한 등을 느끼며 살짝 잠이 든다.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서 누군가에 의해 내 몸이 이완되고 긴장이 풀리니, 꼭 누군가가 진심으로 ‘정말 고생했어요. 당신은 이런 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되어요’ 하고 위로해주는 것만 같다.


  자본주의에서는 비싼 비용을 내고, 내 몸을 쉬게 하는 서비스를 받은, 물물교환이겠지. 그렇지만 그 잠깐의 위로 아닌 위로를 위해 나는 그 비용을 지불한다. ‘기꺼이...’라고 하면 허세고, ‘나 열심히 살았는데, 이 정도는 할 수 있잖아’ 하는 합리화를 하면서.


  오늘도, 피부관리샵에서 꿀잠을 잤다. 한동안 불면에 시달렸는데, 그곳에선 잠이 잘도 온다. 악동뮤지션 노래 중에 ‘매력학과라도 전공하셨나’라는 가사가 있는데, 만약 샵이 사람이라면 ‘편하게 해 주기 학과’라도 전공했냐고 묻고 싶을 지경이다.


  어쨌든 내가 쉴 수 있는 곳이 어디라도 있다면, 그건 참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그게 피부관리샵이라니, 어쩐지 좀 짠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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