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시간에 대하여
기다림이 필요한 때가 있다.
손에 잡힐 듯, 잡힐 듯 하지만,
저 멀리 내다보아도 끝이 보이지 않는
그 어떤 시간들이 있다.
아무도 모르지만, 나만 알 수 있는,
결국은 나 혼자 견뎌야만 하는
심연의 시간.
우리는 각자에게
시간이 필요한 때가 있음을 알지만,
어느 겨울날 동도 트지 않은 이른 새벽에 집을 나설 때의 선뜻함처럼,
굵은 장대비 속을 아무 생각 없이 걸으면서도 느껴지는 이유 모를 서러움처럼,
그 시간을 겪어내는 순간만큼은
숨이 막히게 외롭고, 고독하고, 또 아프다.
기다림이 되려 상처가 되지 않게,
긴 여정에 마냥 아프지만은 않게,
잘 버텨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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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잘 지나갈 거고,
꼭 잘 될 거야.
(커버 이미지: 방콕 왓사켓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