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사랑해.
토요일 저녁이었다.
‘주말인데, 오늘은 뭐했어?’ 엄마의 메시지가 왔다.
‘응, 나 별건 안 했고, 쉬었지 뭐.’
그러고선 엄마에게선 답이 없었다.
별 다른 말없이 끝난 대화.
난 평화로운 주말을 보냈다.
그런데 일요일 늦은 밤에야 알게 되었다.
엄마의 목 쪽 신경이 눌려서, 지난주 내내 몸이 이상하게 아팠고,
일터에서 나이 먹고 자꾸 아프다는 말을 듣기 싫어서 그는 참고 참다가
금요일에서야 병원을 갔고, 그래도 안 되어서 어제 응급실까지 다녀왔다는 사실을.
엄마의 ‘아픈 순간에 비밀로 했다가, 위급한 순간이 다 지나고서야 공유하는 능력’은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었다.
(물론 그 능력은 고대로 나에게 내려왔다.)
‘아팠을 때 말해야지, 내가 달려갈 수도 있잖아.’
번번이 말해도, 엄마는 늘 같은 패턴이다.
‘그런데 있잖아, 다 지났으니 하는 말인데, 내가 어떻게 아팠냐면...’
아팠던 그 순간에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누구라도 곁에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을까.
엄마의 또 다른 패턴,
‘그래도 딸 목소리 들으니, 다 나은 것 같다’
그 말에 나는 참았던 눈물이 났다.
엄마, 자꾸 아픈 거 참으며, 딸 걱정시키고 싶지 않은 게 엄마의 마음이라면,
그런 말 듣고 자꾸만 눈물이 나고 미안해 죽겠는 건 어쩔 수 없는 딸의 마음이야.
딱히 애교가 많지는 않은 딸이지만,
너무 오랜만에, 이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엄마, 사랑해.’
(커버 이미지: 제주에서, 사랑하는 엄마와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