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하게 ‘나’를 만나러 가는 시간
제주로 도망치면 꼭 찾는 곳은 바로,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737번지에 있는 작은 서점이다. 마을의 수호신 나무를 지나 3분 정도 걸으면, 꼭꼭 숨겨놓은 듯한 곳에 작은 서점이 하나 있다, ‘소심한 책방’이라는 푯말과 함께.
작은 동네 서점은 나에게 늘 편안함을 준다. 사람이 거의 없는 한적한 서점의 구석에 앉아 몸을 웅크리고, 켜켜이 쌓인 책들 사이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며 책장을 넘기다 보면, 세상에 그런 나만의 아지트가 없다. 따뜻한 무릎 담요와 핫초코까지 함께라면, 오늘은 거기서 자리를 까는 거다.
조용한 시간에, 조용한 나만의 감성에 빠지다 보면, 그 순간엔 그 누구도 아닌 ‘온전한 나’ 일 수 있다. 책을 보다가, 또는 서점에서 사랑에 빠지는 영화나 드라마가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이도우 작가님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책에서도 주인공들이 시골의 작은 동네 서점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며 사랑에 빠졌었지. 딱 나의 로망이다. 책을 읽고 있는데, 부드러운 음성의 남자가 말을 거는데, 이야기가 정말 잘 통하는 거지, 이런 사람이 그동안 어디에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으, 갑자기 감성 돋는다.
다시 또 종달리의 ‘소심한 책방’에 가고 싶다. 나이를 먹을수록, 어딘가에 가고 싶다고 바로 갈 수 없는 마법 같은 것에 걸린 것 같다. ‘나이’와 ‘역할’, 그리고 ‘책임’이라는 덫에 걸려 탑에 갇혀있는 공주님? 왕자님?처럼 말이다. (아놔, 또 이렇게 공주님이 되네? ㅎㅎㅎ)
얼른 종달리에 가고 싶다. 거기서는 행복이라고 느낄 만한 달콤한 나만의 시간을 만나게 되겠지.
(컬러링북, '제주 카페 컬러링 여행'에서 '소심한 책방'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