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가 아닌, 스토리로!
“아니 XX,
무슨 다 경력직만 뽑으면
나 같은 신입은 어디서 경력을 쌓나?”
방송에서 화제가 된 유병재의 말이다.
나는 약 12년 간 많은 후배들의 이력서를 첨삭해주고,
같이 이야기를 나눠왔는데,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이것이었다.
“언니, 저는 특별한 스펙은 없는데, 자기소개서 쓸 수 있을까요?”
나는 “그럼, 당연하지.”하고 대답하며,
그들의 ‘없는 스펙’을 창조해(?)준다.
내가 마법사도 아니고,
자기소개서에 거짓말을 할 수도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우리의 모든 대학 시절의 경험과 활동이 바로 스펙이다.
경력직의 경우에는,
회사에서 했던 모든 프로젝트나 업무가 스펙이 된다.
(저는 대학교 취준생이나, 사회 초년생 경력직을 대상으로 글을 쓰고 있어서,
경력 많으신 분들은 참고만 해주세요!)
인턴이 가장 좋고,
그다음은 아르바이트,
학교 동아리 활동은 좀 더 의미가 작고...
하나하나의 스펙이 회사와 얼마나 연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은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스펙에 경중이 있지는 않다.
말하기에 따라,
모두 의미 있는 스펙이다.
또, 스펙이 많다고 반드시 합격하는 것도 아니다.
회사와 직접 관계있는 경험이 아니거나,
또 회사가 원하는 방식으로 전달되지 않으면,
정말 의미 없는 스펙이 되기도 한다.
스펙을 나열만 하는 경우,
상당 수의 지원자들이 떨어지게 되는데, 이것이 그 이유이다.
내가 후배들과 함께 없는 스펙을 창조해냈던 방법은,
딱 2단계만 거치면 된다.
[1단계] 스토리 찾기
[2단계] 회사가 듣고 싶은 이야기 뽑아내기
2단계만 거치고 나면,
이력서는 몰라보게 달라져 있다.
‘1단계-스토리 찾기’를 위해
나는 보통 30분 이상 후배들을 인터뷰한다.
나: “일본 교환학생을 갔다고 쓰여 있네.
그런데 자소서에는 왜 이 경험이 하나도 없지?”
후배 A: “아, 사실 가서 하고 온 게 거의 없어요. 그냥 어학원 같은 곳이었거든요.”
나: “그럼 거기서 어떤 활동을 했었는지 설명을 해줄래?”
후배 A: “음, 공부는 열심히 안 했지만, 교환학생들 학생회를 만들었어요. 제가 처음으로 만들었거든요. 그거 만들 때 서로 생각이 달라서 설득하고 규칙을 만드느라 힘들었어요. 그런데 그 학생회가 다른 지역에 소문이 났는데, 공무원이 연락이 와서 자문위원(Advisor)으로 행사에 초대되기도 하고. 아무튼 재밌긴 했어요.”
나: “정말 좋은 경험 같은데? 교환학생 학생회를 A가 주도적으로 만들면서,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조율했고,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규칙도 만들었고, 또 정부 관계자랑까지 연결이 되어 타 지역에까지 영향을 주는 좋은 성공 프로젝트라 할 수 있겠네.”
후배는 과연 이런 학생회 활동 경험을
기업에서 관심 있어할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후배는
이 사례를 이력서에 잘 녹여냈고,
글로벌 금융기업에 취업 성공하여
현재 신나게 회사 생활을 하고 있다.
스토리를 찾고 이를 차별화시키는 것은,
반드시 차별회 된 소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생각의 차별화’가 필요한 일이다.
남들이 볼 때 일반적일 수 있는 경험도
그때의 나의 생각과 느꼈던 교훈, 만들어낸 결과 등에 따라서
충분히 차별화될 수 있다.
다음은 ‘2단계-회사가 듣고 싶은 이야기 뽑아내기’이다.
이때는 뽑아낸 스토리를 구체화하고,
회사나 직무에서 많이 쓰는 용어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나는 또 후배에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나: “리서치 회사에서 인턴 하면서 설문조사를 열심히 했다고 썼네. 이 프로젝트가 정확히 뭐니?”
후배 B: “정부 기관의 사업성과를 평가하는 프로젝트였어요. 실제 도움을 받은 고객 기업들에게 만족도 조사를 했어야 했어요.”
나: “그럼 설문지 설계도 하고, 설문도 진행하고, 설문지 취합한 다음에 데이터 분석도 했겠네?”
후배 B : “네, 맞아요, 언니. 진짜 고생했어요. 설문지 답변도 원래 잘 안 해주거든요. 답변해주시면 어떤 인센티브를 줘야 하나, 등도 고민 많이 했었지요.”
나 : “그럼 설문을 수행하는 전략까지도 네가 같이 수립한 거네. 이런 좋은 경험을 왜 안 썼니? 네가 지원하는 마케팅 직무는 고객들의 만족도와 경험을 어떻게 조사할지 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맞게 설문도 설계하고, 취합된 데이터를 분석해서, 더 좋은 개선방안을 찾는 업무를 하는 곳인데.”
후배의 이력서는 ‘리서치 회사에서 설문조사 지원’ 내용에서 ‘정부의 사업성과 평가를 위해 고객 만족도 설문 전략 수립, 설문 설계, 설문조사 및 데이터 분석, 개선방안 도출’이라는 훨씬 풍부한 내용으로 바뀌었다.
후배는 몇 차례 도전 끝에 마케팅 업무 직무에 취업 성공했고,
지금도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
회사의 시점을 획득해야 한다.
회사가 익숙한 용어를 사용하며 내용을 풀어가야,
‘아, 이 지원자가 우리 회사에서 원하는 경험을 미리 쌓고 왔구나’라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엄청나게 멋진 스펙이란 없다.
히스토리가 아닌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고,
이를 회사에서 원하는 내용으로 풀어쓰면서 어필하면 된다.
회사를 다니고 있는 현직자 선배나 친구를 통해
자기소개서 피드백을 받아보는 것도 유용한 방법이다.
< 도움이 되려고 준비했어! "작은 Tip" >
매력적인 자기소개서 쓰는 방법 정리
1단계) 스토리를 찾는다!
- 나의 다양한 경험과 이력들을 풀어내 본다.
2단계) 회사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뽑아낸다!
- 지원하고 싶은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 지원하려고 하는 직무의 용어 등을 따서 자기소개서 곳곳에 넣는다.
혹시, 위의 단계들이 어렵고 상의할 사람이 필요하다면?
숨고, 프립, 코멘토 등 다양한 자기소개서 첨삭 컨설팅과
선배들의 도움을 1회 정도는 받아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원리만 알면, 1번이면 충분하다는!)
(커버 이미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옆 작은 섬에 가는 길
"어찌 보면 짓다 만 것 같은 벽돌집이 우리의 커리어와 비슷하다 생각했어요. 조금씩 돌을 위로 올리다 보면, 진짜로 멋진 '내 집'이 될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