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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토끼 Jan 30. 2021

회사에서, 혼자 알아서 성장하라고요?

그럼, 일하는 방법은 누가 알려주나요? 


A: “언니, 제가 회사에서 일을 잘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어떻게 하면, 좀 더 일을 잘할 수 있는지 팁이 있을까요?” 

나: “상사한테 피드백을 받아보지 그러니?” 

A: “평가 시즌에 평가를 주시긴 하는데, 너무 두루뭉술하고, 딱히 도움이 되는 얘기가 없어요. 바로 윗 직급 선배는 ‘잘하고 있는 것 같은데’ 하면서 무성의한 답만 하고 말이죠. 나도 성장하고 싶은데, 어떤 부분을 더 잘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성장을 각자 알아서 하라구요?

내가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했던 2009년에 비해 아직 10년 조금 넘게 시간이 흘렀는데도, 우리 사회의 분위기와 기업 문화는 엄청나게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마치 상전벽해 같은 느낌으로. 

지난 대선 때였나,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누군가 들고 나왔고, ‘52시간 근무제’라는 법안이 발의되고, 마법 같이도 야근이 당연했던 문화가 바뀌기 시작했다. 

‘미투 운동’이 시작되며, 직장 내 공공연하고 은근한 성희롱적 발언과 행동들에 대해 “상무님, 요즘 이런 말 하시면 안 되는 거 아시죠? 철컹철컹? 하하하” 하고 농담 반 진담 반 멘트를 날리며 쏘아붙일 수 있게 되었다. 

‘워라밸, 욜로, 엔잡러’ 등 직장 외 시간이 소중하다는 인식이 생겼고, 마치 인생의 전부 같았던 직장 생활은 ‘내 삶의 여러 가지 중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꼰대, 라떼는~’이라는 말이 등장하며, 수직적인 직급을 강조하는 말에 대하여 극혐하는(?) 문화가 생겼고, 서로 지적질 같아 보이거나 그렇게 들리는 말은 굳이 하지 않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하나하나의 변화들이 늘 새롭고 낯설기만 했지만, 돌이켜보면 모두 좋은 방향으로 사회가 발전해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은선배가 후배에게 피드백을 주고 후배가 발전할 수 있도록 일하는 법을 알려주는 문화가 함께 사라지고 있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정말, 스스로 성장해야만 하는 걸까

회사는 학교가 아닌데, 누가 누굴 가르치냐!라고 하는 사람들도 많고, 최근의 직장 사회는 이러한 느낌이 더 강해지는 것 같긴 하다. 그러면서 아이러니하게도 고연차 부장님, 과장님과 저연차 사원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서로 대화도 하지 않고, 불신이 높아지는 요상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물론 요즘은 선배, 후배 운운하는 것도 꼰대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몇 년이라도 직장생활을 해본 선배가 여러 가지 일하는 법을 알려주면 분명 도움이 될 텐데, 이렇게 선배들마저 외면하면, 후배는 정말 일을 배울 기회가 거의 없어진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선배들의 목소리다. 

“솔직히 잔소리라고 받아들이지 않을까? 걔 멘탈까지 신경 쓰느니, 그냥 내가 일을 해 버리는 게 나아.” 

“라떼는~ 나올 것 같아서, 괜히 욕먹느니 말을 안 하는 거지. 솔직히 말해서 뭘 알려주는 것도 내 노력인데, 그거 알려준다고 월급 더 주나? 귀찮아.” 

“요즘 그런 거 얘기하면 안 돼. 맡은 일만 각자 하고, 성장도 각자 하고, 집에나 가자. 나나 걔나, 일 잘한다고 월급 더 주냐?”


다음은 후배들의 인터뷰다. 

“솔직히 말하면, 누가 말하느냐에 따라 그게 잔소리처럼 들리기도 하고, 진짜 조언처럼 들리기도 해요.” 

“제가 일해서 가면, 선배가 다 고쳐버리고, 뭘 고쳐야 하는지 얘기도 안 해주시는데, 그럴 거면 자기가 하지, 왜 날 시키는 거죠?” 

“저희도 회사에 있는 시간에 열심히 일해서 성장하고 싶어요. 꼭 칼퇴한다고 일을 안 하고 싶다는 게 아닌데, ‘쟨 맨날 칼퇴하면서 뭘 자꾸 가르쳐 달래’하면서 욕먹는 게 속상해요.”



우리도 성장하고 싶어요!

내가 주니어 연차였을 때를 생각해봤다. 


나도 첫 직장이 컨설팅이었다 보니, 선배가 친절하게 일 가르쳐주고 자세히 피드백 주고 하는 문화는 아니었다. 항상 모두가 너무 바빴고, 내가 일을 잘못하면 욕을 먹고 다시 해야 했고, 선배가 일하는 법을 어깨너머로 알아서 배웠어야 했다. 엄청 소심하게 고민하다가 회의에서 발언을 했는데 분위기가 별로면 ‘아, 다음부턴 그 말은 하지 말아야지’하며 눈치로 배우기도 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만든 자료가 '누가 이런 알아들을 수도 없는 자료를 만들어왔냐'며 아주 쌍욕을 먹기도 했다. 아주 가끔은 '이 일은 네 의견이 맞는 것 같다'라고 누가 동조해주면, '아, 내가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구나'하고 스스로를 토닥토닥하기도 했다. 욕도 먹고 칭찬도 듣고, 외면도 받고... 외로운 스스로의 성장의 시간이었지만, 그 수많은 티키타카의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일하는 법’의 기본을 갖추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빨리 성장하고 싶어서, 피드백이 고파서 항상 프로젝트가 끝나면 상사를 쫓아다니며 “저 이번 프로젝트에서 퍼포먼스가 어땠어요? 어떤 점이 괜찮았고, 어떤 점이 좀 아쉬우셨어요?” 집요하게 피드백을 요구했다. 대부분의 경우, ‘잘하고 있어, 지금처럼만 해’라는 두루뭉술 피드백을 들었지만, 그래도 간혹 꼼꼼한 피드백을 주는 선배도 있었고, 다른 칭찬받는 선배들의 퍼포먼스를 보면서...  그 과정에서 조금씩 고칠 점들을 스스로 찾아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수많은 후배들과 일을 하며, 대부분의 경우 바빠도 업무 피드백을 하려고 노력했다. 아마도 나 스스로가 항상 피드백에 고팠기 때문에 더욱 후배들에게는 기회를 주고 싶었던 것 같다. 

나도 꼰대라는 말은 듣기 싫은 소심녀이다 보니, 후배들을 만났을 때 항상 업무 피드백을 원하는지를 물었고, 원한다고 하면, 그제야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냈다. 성장을 원하지 않는 후배는 정말 단 한 명도 만나보지 못했다모두가내 어릴 적처럼 피드백을 간절히 원했고성장하고 싶어 했다.

     

어느 정도 선배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일하는 법을 배우는 것에는 어느 정도 선배의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이메일 쓸 때, 전화받을 때, 발표를 할 때, 회의를 할 때, ‘이런 행동은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이런 말투보다는 이런 말투를 일반적으로 많이 쓰긴 한다’ 등 후배가 몰라서 욕먹기 전에 조금씩 팁을 주는 정도는 요즘 시대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무서운 것은, 과거 도제식 문화에서 현대의 ‘프로페셔널 문화’로 바뀌면서 기업들이 ‘경력직’을 찾기 시작하는데, 저연차 때 일을 제대로 못 배우면 시간이 흐를수록 인정받지 못하고, 이직을 해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그냥 도태되어 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최근에 ‘열정은 있지만 일을 제대로 못 배우고 3-5년 차가 되어버린 후배’들이 평가를 낮게 받고 속상해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되었는데, 나 역시 정말 속상했고, 그들의 선배들이 밉기도 했다. 100세 시대가 오면 더 오랫동안 일을 해야 할 수도 있고, 다양한 회사를 옮겨 다니며 일을 해야 할 것일 텐데, ‘일하는 법을 제대로 못 배웠다니!’ 분명한 위기 상황이고 사회적 이슈라 생각했다. 


이러한 위기의식(?) 속에서 ‘일하는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몇 가지 팁들을 몇 편으로 나누어 연재해보려고 한다. 많은 후배들이 나에게 물어봤고, 실제 도움이 되었다고 이야기한 부분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했다. 





(커버 이미지) 스페인 세비야의 거리의 화가

"내 그림은 누군가의 마음에 들고 있을까요?  내가 그린 그림을 봐주고, 의견을 주고, 내가 잘 하고 있는지 의견을 줄 수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요!  아, 갑질/꼰대질은 사양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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