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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토끼 Feb 07. 2021

일잘러들의 일 잘하는 방법 - 3단계 피드백

최소한, 열심히 한 만큼 인정받고 싶어!


[선배의 뒷담화

아니 글쎄, 내가 걔한테 일을 줬거든! 아주 일주일이 되도록 소식이 없는 거야. ‘그 일을 하고는 있냐’고 물어보고 싶은데 물어보기도 뭐하고. 결국 일주일 동안 꾹꾹 참는데 걔가 어찌나 미워보이던지! 결국은 한 10일 정도 되고 나서 “00씨, 혹시 그 일 어떻게 되어 가요?” 했더니, “언제까지 드리면 되는데요?” 하더라고. 아니, 그걸 왜 이제야 묻는 거야, 진작 물어야지? “가급적 빨리 주세요.” 하고 말했지. 그랬더니 오늘 주는데, 진짜 너무 엉망이라 그냥 처음부터 내가 다시 해야만 했어. 그냥 주지 말걸 그랬어, 괜히 10일 가까이 되는 시간만 버렸다 야. 요즘 애들하고 일 못하겠어 정말. 


[후배의 뒷담화

나 진짜 그 선배 때문에 짜증나 죽겠어! 일을 정말 아무런 방향도 없이 그냥 해오라면서 주는 거야. 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는 기본적으로 얘기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그래서 내가 일주일 동안 엄청 끙끙 대고 열심히 하고 있는데, 어제는 다짜고짜 남 얘기하듯이 “그 일 어떻게 되어 가요?” 하면서 가급적 빨리 달래. 아무것도 알려준 것도 없으면서 재촉만 하는 거지. 나름 열심히는 했는데 완성은 못한 결과를 줬더니, 아무 답도 없어. 피드백도 없고, 그러더니, 자기가 다 다시 해서는 위에 보고하더라? 그럴 거면 나는 왜 시킨 거야? 똥개 훈련시킨 건가? 


각자의 뒷담화를 들으면, 다 말이 된다. 사실 선배도, 후배도 잘한 게 없는 것 같다. 만약 선배가 초반에 좀 방향성을 줬더라면, 아니, 중간에 한 번만 같이 보면서 서로 의견을 얘기했더라면, 후배가 그렇게 개고생할 필요가 있었을까. 아니, 뒤에 피드백이라도 줬으면, 후배가 저렇게 서운한 감정이 들었을까. 만약 후배가 일을 받은 후에 한 번이라도 자기의 생각을 선배한테 이야기했으면, 방향을 조금은 들을 수 있지 않았을까. 또는 결과물을 제출하고 나서라도, 선배한테 피드백을 요청했으면, 앞으로는 어떤 방향으로 일해야 하는지 조금이라도 알 수 있지 않았을까. 서로 궁금하고, 서로가 필요한데 묻지는 못하고 결국 불신만 쌓여버린, 바야흐로 직장인 불신시대다. 




남들은 어떻게 일하길래 선배와 트러블 없이 멋진 결과물을 낼까. 남들은 어떻게 하길래 ‘슈퍼 신입사원’ ‘슈퍼 주니어’라는 말을 들으며 연차가 얼마 되지 않는데도 회사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걸까. 선배를 바꾸지 못하면 내가 바뀌는 것도 좋다. 어쨌든 나는 이 회사에서든, 다른 회사에서든 선배의 노하우를 쭉쭉 빼먹으며 성장해야 하고, 내가 한 일에 대해서는 적어도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위의 선배와 후배의 뒷담화 같은 상황은 의외로 많다. 

물론 선배들의 항변도 있겠지만, 오늘은 ‘일잘러들의 일하는 기본’에 대해 신입사원, 또는 주니어 후배의 입장에서의 방법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먼저, 내가 혹시 잘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셀프 체크리스트! 

선배들이 느끼기에 후배가 아래 3가지 요건을 가지고 있으면, 그 후배에 대해 ‘일을 못한다’는 평가를 한다. 즉, 내가 상사로부터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은 없는지 생각해보자. 
 
 [상사 입장] 

1) 후배에게 일을 줬는데, 소식이 없다. 

2) 후배가 잘하고 있냐 물어봐도 건성으로 답한다, “네, 하고 있어요!”  

3) 결과를 가지고 와 보라고 하면, 오 마이 갓, 완전히 다른 방향의 결과를 가지고 온다. 


그럼, 이번엔 나 스스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체크해본다. 
  
 [후배 입장 (내 입장)] 

1) 나는 처음에 일을 받을 때,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2) 나는 상사와 중간 공유를 하지 않는다. 

3) 내가 일한 결과물을 가지고 갔을 때, 뭔가 선배의 표정이 별로면 더 묻지 않고 서둘러 자리로 돌아온다.  




내가 기억에 남는 후배는 2년 차였고 내가 보기엔 아주 똑똑하고 빠른 친구였는데, 조직의 평가가 별로였다. 왜 사람들이 이 친구를 그렇게 평가했는지를 보니, 정확히 위 3가지 조건에 부합했다. 아무도 그녀에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어떻게 잘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주지 않았고, 그녀는 그냥 회사 내에서 ‘C 평가를 받는 주니어’가 되어 있었다. 후배는 ‘내가 이 회사와 맞지 않나, 이직해야 하나’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 상황을 참을 수 없는 나는, 피드백을 주기 시작했다. 


일단 우리 프로젝트에 들어왔으면, 뭐라도 배우고 나가야 하고, 좋은 평가를 받아야지! 그러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자구. Y님, 같이 한번 해봅시다! 나는 월요일에 후배 Y에게 동종업계 회사들의 사업방향을 리서치하는 업무를 줬고, 이 업무는 다음주 월요일에 고객에게 보고를 해야 했다. 그러고 나서 내가 후배에게 가르쳐준 것은 아래 3가지 ‘일하는 방법’이었다. 


첫째빠른 시일 내에 상사의 머릿속의 그림을 확인하라

내가 주니어였을 때, 항상 상사로부터 일을 받고 나서 초반 몇 시간, 며칠이 가장 힘들었다. 이때 많은 리서치와 많은 생각을 통해 얼른 업무의 방향과 예상되는 결과를 아주 빠르게 스케치를 해야 한다. 


첫 번째 단계는 상사와 내 머릿속의 그림을 확인하고, 일치시키는 단계다. 집 짓기에 비유를 하자면, 항상 바빠서 시간이 없는 상사가 큰 생각 없이 ‘집을 지어와’ 했을 때, 이게 ‘아파트를 지으라는 건지, 상가건물을 지으라는 건지. 이 건물을 지으면 뭐에 쓰려고 하는 것인지’ 등 내 생각을 정리해서 그게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사실 가장 어려운 단계다. 쥐뿔 모르겠는데, 초능력을 발휘하여 재빨리 결과물의 일부를 만들어서는 '제가 이렇게 하려 하는데, 이런 방식이 맞을까요?' 하고 가지고 갈 수 있어야 한다. 최대한 명확히 설명이 되어야 하고, 잘 모르겠을 땐 나는 1,2,3안까지 만들어갔을 때도 있었다. 


사실은 이 첫 단계만 제대로 되어도, 뒷부분은 순조롭게 나가게 된다. 월요일 아침에 일을 받았다면, 빠르면 월요일 퇴근 전에늦으면 화요일 오전까지는 이 작업을 하는 것이 좋다. 당신의 생각을 들으면서, 아무 생각 없던 상사도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아니면 상사가 그 업무의 배경과 본인이 생각하는 결과를 술술- 풀어내줄 수도 있다. 상사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큰 그림을 서로 확인하고 나면, 이제 구체화 단계로 넘어간다. 


둘째내가 구체화하고 있는 결과가 맞는지 중간 점검을 한다

큰 그림은 서로 맞췄지만, 실제 실무진 입장에서 일을 진행하다 보면, 여러 가지 궁금한 점들이 많다. 경쟁사 A는 식품 업계로 진출하려고 하고, B는 화학 업계로 진출하려고 하는데, 너무 방향이 다르고, 어느 정도 깊이로 리서치를 더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등이 많이 발생하는 사례다. 


내가 하고 있는 부분까지를 정리하고, 궁금한 점들을 정리해서 상사의 의견을 한 번만 더 듣는다. 이 작업은 적어도 수요일 퇴근 전까지는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들은 의견을 목요일에 반영할 시간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또다시 집짓기로 비유하자면, 아파트긴 한데, 대단지 아파트를 지어야 할지, 특색 있는 소규모 아파트 단지를 지어야 할지, 고급 아파트 단지 또는 대중화된 큰 아파트 단지인지 등등. 세부적인 방향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어떤 자재를 써야 하는지, 어떤 부대시설들을 추가로 만들어야 하는지 등이 정해진다. 


이제 마지막 단계로최종 제출하면서는 가급적 결과물을 설명하면서추가로 고민되었던 부분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이야기한다많은 후배들이 “여기요!” 하면서 설명 없이 결과물을 던지거나, 이메일로 “자료 송부드립니다” 하고 띡-보내 놓기도 한다. 내가 노력한 결과가 나의 의도가 잘 설명되지 않은 채로 그냥 훅-하고 전달되는 것이다. 


간단하게라도 상사에게 아래와 같이 설명하는 것이 좋다. 

“하늘토끼님, 동종업계 경쟁사 동향 리서치 결과를 송부드립니다. 말씀 주신 것과 같이 주요 경쟁사라 할 수 있는 A, B, C로 한정하여 사업방향을 정리했으며, 관련 업계로의 확장과 비관련 업계로의 확장으로 구분하여 정리해보았습니다. 

작업 중 내부적으로 역량을 강화하는 회사와 M&A를 통해 확장하려는 회사로 또 다른 구분이 가능해 보이긴 했는데, 의견 주시면 추가로 더 조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작업본 한번 보시고, 보완해야 할 내용은 의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너무 장황하고 길게 쓸 필요는 전혀 없지만, 최소한 어떤 관점으로 내가 이 작업을 했고, 또는 어떤 결과가 대략 나왔고, 하다 보니 어떤 것들을 더 해야 하나 고민도 되었다는 등의 내용이 전달되면, 그간의 열심히 한 과정과 결과가 함께 전해지는 효과가 있고, 상사는 피드백을 줄 수밖에 없게 된다. 




내 후배 Y는 나와 함께 프로젝트를 하면서 몇 시간이면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업무부터 일주일 가까이 걸리는 큰 업무까지... 다양한 업무를 위의 방법론을 테스트해보며 해보았다. 물론 아주 단순한 업무는 3단계까지도 필요가 없고, 아주 간단한 1번과 3번 단계만 거치게 된다. 반면에 규모가 크고 깊이가 깊어야 하는 업무는 2단계가 몇 차례 반복되기도 하고, 아예 나와 공동 작업을 하기도 했다. 


Y는 처음에는 어려워했다. 상사의 의견을 물어보려면, 스스로의 의견이 정확히 정리가 되어야 했고, 혼자 일하는 것보다는 2배의 노력이 들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그녀는 정말 많이 성장했고, 이전에 조직에서 C라고 낙인찍혔던 상황에서 벗어나 이제는 조금 더 컨설턴트로서 인정받고 있다. 이 3단계 방법만으로도, 업무의 성과가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같은 이야기를 다른 후배에게 해줬더니, 본인의 상사는 혼자 바쁜 척을 다 하면서 ‘아 그냥 두고가! 왜 자꾸 물어봐!’ 한다고 했다. 그런 상사에게는 “팀장님, 딱 5분만 시간 내주실 수 있으세요?”라고 하며 접근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바쁜 사람도 5분 못 내는 사람은 없으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자기의 생각을 얘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만약, 정말 그렇게까지 했는데도 의견을 안 주려는 상사가 있다면, 그 상사는 떠나는 것이 답일지도 모른다. 




직장은 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도 친절하게 일을 가르쳐주지 않으려 한다. 그렇지만, 왜 학교처럼 매번 나를 평가하고 시험 보고, 게다가 갈구기까지 하는 걸까. 내가 지난 10년 이상을 후배와 나눴던 이야기들과 다양한 시도들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길 바라며... 몇 번은 더 이런 팁과 사례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혹시, 지금 너무 힘든 일이 있다면, 또 힘들었었는데 답이 없었던 경험이 있다면, 댓글로 나누어주면, 계속되는 시리즈 기획에 참고가 될 것 같다.  




(커버 이미지) 양양 서퍼비치의 서퍼들 

"서핑보드 위에 올라서기까지 수많은 넘어짐과 물먹음과 고생들이 있겠지만, 언젠가 보드 위에 균형잡고 서서는 파도를 온전히 느낄 수 있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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