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나의 아저씨'와 우리들의 회사

당신의 회사엔,'박부장님'이있나요?

by 하늘토끼

많은 사람들의 인생 드라마라길래,

느지막이 한번 나도 봐볼까, 싶었다.

<나의 아저씨>


드라마 속 박동훈 부장(이선균)은

과거에 괴로워하는 지안(아이유)에게

"아무도 모르면 돼.

그러면 아무 일도 아니야.

아무도 모르면, 아무 일도 아니야" 말한다.

1.png (출처: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망한(?) 연예인 최유라(권나라)의 대사가

영 이상했는데,

계속 생각이 났다.

"망해도 괜찮은 거구나,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망가져도, 행복할 수 있구나,

안심이 됐어요." 하는 말이.

2.png (출처: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박동훈 부장과 지안의 대화는,

슬프다.

그런데, 슬프지만, 아름답다.

"니가 날 살리려고 여기에 왔다보다"

"난 아저씨 만나서 처음으로 살아봤는데"

3.png (출처: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나의 아저씨에는 회사 장면이 많다.

박부장과 지안이 회사에서 만났고,

회사에서 얽히게 되는 사이여서

더 그렇겠지.


나는 내가 선택한 회사에서

꽤 좋은 동료들과,

꽤 괜찮은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회사 외부의 남들이 볼 땐

멋진 모습의 커리어우먼 일지

모르지만,

직장생활은 생각보다

찌질하고 유치하고,

'프로페셔널'이라는 이름 하에

각자 진짜 모습을 아주 익숙하게

숨기고 있다.


내 찌질하고 쪽팔린 모습을

누군가에게 말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아, 널 이해해"라고

말해줄 사람이 있을까.


그 사실을 듣고

나에 대해 판단하거나,

나중에 교묘하게 이용해먹지 않고,

정말 순수하게 나를 인간으로서

받아들여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나를 이해해주고,

품어줄 수 있는,

단 한 사람만 있으면 되는데.


"별일 아니야, 망해도 괜찮아"

그 말이 듣고 싶다.


이직의 가장 많은 사유가

'사람' 때문이라던데,

그만큼 직장생활을 버티게 해 주는

이유 역시 '사람'이다.


'나의 아저씨'만 있다면,

직장생활의 스트레스와

온갖 유치뽕짝 마음의 상처들도

다 치유될 수 있을 것만 같다.


가만히 떠올려본다.

나에겐 회사에서

'나의 아저씨'가 있었던가.

나에겐 '박부장님'이 있었던가.


바빠 죽겠는데 왜 저렇게

사람을 챙기지, 싶었던

선배 한 명이 생각나고,


일 얘기보단

'그저 살아라'며

항상 뒤에 서계셨던

윗분 한분이 생각난다.


정말 아무런 이해관계없이,

순수하게 누군가의

힘이 되어 줄 수 있을까.


'그저 그렇게, 서 있어주는 것'이

참으로 힘든 직장 생활이다.

'그저, 들어주는 것'이

정말 어려운 회사 생활이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라도,

'나의 아저씨'가 되어준 적이

과연 있을까. 하고,

가만히 생각해본다.


여러분의 회사엔,

박부장님이 계신가요?




(커버 이미지 : 벚꽃이 흐드러진, 석촌호수의 어느 밤. 어둑어둑해진 순간에도 조명을 받으면 한껏 아름다운 벚꽃처럼, 우리네 직장생활도 조금은, 예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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