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회사엔,'박부장님'이있나요?
많은 사람들의 인생 드라마라길래,
느지막이 한번 나도 봐볼까, 싶었다.
<나의 아저씨>
드라마 속 박동훈 부장(이선균)은
과거에 괴로워하는 지안(아이유)에게
"아무도 모르면 돼.
그러면 아무 일도 아니야.
아무도 모르면, 아무 일도 아니야" 말한다.
망한(?) 연예인 최유라(권나라)의 대사가
영 이상했는데,
계속 생각이 났다.
"망해도 괜찮은 거구나,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망가져도, 행복할 수 있구나,
안심이 됐어요." 하는 말이.
박동훈 부장과 지안의 대화는,
슬프다.
그런데, 슬프지만, 아름답다.
"니가 날 살리려고 여기에 왔다보다"
"난 아저씨 만나서 처음으로 살아봤는데"
나의 아저씨에는 회사 장면이 많다.
박부장과 지안이 회사에서 만났고,
회사에서 얽히게 되는 사이여서
더 그렇겠지.
나는 내가 선택한 회사에서
꽤 좋은 동료들과,
꽤 괜찮은 조건에서
일하고 있다.
회사 외부의 남들이 볼 땐
멋진 모습의 커리어우먼 일지
모르지만,
직장생활은 생각보다
찌질하고 유치하고,
'프로페셔널'이라는 이름 하에
각자 진짜 모습을 아주 익숙하게
숨기고 있다.
내 찌질하고 쪽팔린 모습을
누군가에게 말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아, 널 이해해"라고
말해줄 사람이 있을까.
그 사실을 듣고
나에 대해 판단하거나,
나중에 교묘하게 이용해먹지 않고,
정말 순수하게 나를 인간으로서
받아들여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나를 이해해주고,
품어줄 수 있는,
단 한 사람만 있으면 되는데.
"별일 아니야, 망해도 괜찮아"
그 말이 듣고 싶다.
이직의 가장 많은 사유가
'사람' 때문이라던데,
그만큼 직장생활을 버티게 해 주는
이유 역시 '사람'이다.
'나의 아저씨'만 있다면,
직장생활의 스트레스와
온갖 유치뽕짝 마음의 상처들도
다 치유될 수 있을 것만 같다.
가만히 떠올려본다.
나에겐 회사에서
'나의 아저씨'가 있었던가.
나에겐 '박부장님'이 있었던가.
바빠 죽겠는데 왜 저렇게
사람을 챙기지, 싶었던
선배 한 명이 생각나고,
일 얘기보단
'그저 살아라'며
항상 뒤에 서계셨던
윗분 한분이 생각난다.
정말 아무런 이해관계없이,
순수하게 누군가의
힘이 되어 줄 수 있을까.
'그저 그렇게, 서 있어주는 것'이
참으로 힘든 직장 생활이다.
'그저, 들어주는 것'이
정말 어려운 회사 생활이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라도,
'나의 아저씨'가 되어준 적이
과연 있을까. 하고,
가만히 생각해본다.
여러분의 회사엔,
박부장님이 계신가요?
(커버 이미지 : 벚꽃이 흐드러진, 석촌호수의 어느 밤. 어둑어둑해진 순간에도 조명을 받으면 한껏 아름다운 벚꽃처럼, 우리네 직장생활도 조금은, 예쁠 수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