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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니니 Mar 20. 2019

유럽여행까지 와서 맥도날드라니..

여행 8일 차에 먹은 첫 맥도날드, 대실패.

#식비를 아껴보자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나의 가장 큰 행복이다. 때문에 '식사'는 여행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혼자 여행을 오니, 매 끼니를 맛있는 레스토랑에서 챙기는 어려웠다. 여행 8일 차, 나의 지갑에서 현금이 서서히 말라가는 게 보였다.


식비를 줄이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었다. (가장 싼 건 굶는 거지만.)

1) 빵+음료로 끼니를 때운다

2) 마트에서 재료를 사서 직접 요리해 먹는다

3) 열심히 찾아서 가성비 최강 맛집을 찾아간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자면, 4) 맥도날드나 버거킹 같은 프랜차이즈 가게를 가는 거다.

마트를 찾는 것도, 가게를 찾는 것도 귀찮고 만사가 귀찮았던 오늘의 선택은 4번.



#주문이 불편한 유럽

유럽에 오니 식당에서 한국처럼 '여기요!' 이렇게 부르거나 '띵똥'하는 벨을 누를 수가 없었다. 웨이터에게 무례한 행동이라고 해서. 항상 나를 쳐다봐줄 때까지 눈치 게임을 하거나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내 옆을 지나가면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얘기해야 했다.


주문할게요, 영수증 주세요, 결제(카드/현금)할게요. 같이 최소한 2~3번은 불러야 하는데, 매번 타이밍을 자연스럽게 잡기가 외국인인 나에게는 너무 어려웠다. 특히나 웨이터가 바쁠 때는 먹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긴 적도 있었다.


반면에 프랜차이즈는 얼마나 편리한지. 특히나 키오스크가 있으면 내가 원하는걸 쏙쏙 선택하고 옵션도 편안한 마음으로 바꿀 수 있다. 번호표가 나오면 디스플레이에 뜨는 내 번호만 기다렸다가 가져가면 된다.



#오늘 나는 고독한 맥식가

10일째에 드디어 스페인 마드리드를 떠나 리스본에 도착했다. 호스텔에 들어오니 시간이 벌써 9시. 주변에 버거킹과 맥도날드가 있었는데, 밖이 어두워서 버거킹보다는 아주 조금 더 가까운 맥도날드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구글 맵 평점이 패스트푸드점 치고 굉장히 낮았다.


'프랜차이즌데, 설마 그렇게 맛없겠어?'


그렇게 버거킹 쪽 골목보다 조금 더 밝고 조금 더 큰길에 있는 노란색 M을 향해 걸어갔다.



#인생 최초 맛없는 햄버거

키오스크로 휘리릭 결제를 하고 받게 된 햄버거는 엄청난 크기를 자랑했다. 문제는 크기만 하고 맛이 없었다. 분명히 빵+고기+야채+소스인데, 만든 지 오래됐는지 빵은 눅눅하다 못해 축축했고 야채는 빵에 생기를 뺏겨 풀이 죽어있었다.


늦은 저녁에 나갈까 말까 고민을 하고 어둠을 헤쳐 온 곳이 이런 맛이라니.. 한국 맥도날드와 맘스터치가 매우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학생 때 매점에서 먹었던 싸구려 햄버거도 이것보단 맛있었다. 저녁을 맛없게 먹으니 이처럼 우울할 수가 없었다. 한 끼 식사에 기분이 좌우되는 이 상황이 웃기기도 했다. 햄버거를 남긴 건 내 인생 최초 이 곳의 맥도날드가 처음이다.


내일은 그래도 저녁에 비싸고 맛있는 식당.. 예약했으니까..



퇴사하고 한 달 유럽여행

DAY08. 스페인(마드리드)->포르투갈(리스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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