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주장글
인문사회대 교수들은 가끔 리포트 과제나 서술형 시험을 통해서 고찰을 요구한다. 사회적 동향을 분석하라거나 이 쟁점에 어떤 입장을 지지하는지 논해보라는 식이다. 문제를 탐구하고 가치관을 형성하도록 돕는 게 대학교육이라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시도다.
하지만 진짜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스럽다. 무언가를 제대로 알려면 전체 모습, 각 부위, 측면, 내부 등 여러 시점에서 봐야 한다. 하지만 대학은 질문만 주고 탄탄한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은 돕지 않는다. 그래서 바쁜 학생들은 남의 관점을 반복하거나 불충분한 논리로 글을 끝맺는다. 게다가 제출한 이후엔 문제를 더 생각해볼 여유가 없다.
여러 자료를 찾아보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기본적으론 학생의 몫이다. 그러면 대학은 무엇을 개선해야할까? 교수님, 학우와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그 대안이다.
그 분야 전문가인 교수님이 피드백을 해줘야 한다. 주장이 정확한 사실에 근거해 있는지, 특정 사실을 놓치고 생각을 전개한 건 아닌지, 관련 이론은 뭐가 있는지, 논지를 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정도는 알려줄 필요가 있다. 교수님의 의견은 좋은 참고거리가 된다. 사회적 역할이 다른 사람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교수는 본인 생각을 참고용으로만 제시해야 한다.
학우들과 의견을 나누는 시간도 필요하다. 물론 그 안에서도 성별, 관심분야, 경험에 따라 생각이 나뉜다. 의견을 서로 비교해보면서 놓친 포인트를 확인할 수 있고 어떤 관점에서 시각이 차이난 건지 분석할 수 있다. 게다가 나랑 상황이 비슷한 내집단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체적인 여론은 어떤지 얼추 파악할 수 있다.
경쟁을 넘어 신뢰사회로 가려면 협력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기존의 과제와 시험문제는 평가용일 뿐 깊이가 없다. 누가 더 멋진 생각을 하는지 평가하는 것에서 서로한테 배우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집단지성이 관행을 대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