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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오션 Aug 01. 2023

한국 고전명화를 게임 소재로 넣는다면

한국풍 게임에 대한 간단한 망상

이 글은 매우 짧고 엉터리일 것이다. 책 내용이 많이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다. 




썸네일 이미지: 안견의 몽유도원도 (출처) 




저번 달(23-6) 초와 저저번(23-5) 달 말에, 나는 온라인 독서 인증 클럽을 하면서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이란 책을 읽어야 했다. 또다른 독서 모임 선정 도서라 읽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역사 속 그림의 명인들이 그린 여러 작품을 가져와서, 작품 자체의 아우라와 배경적 정보를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책이다. 예를 들어 달마도가 있으면 우선 특유의 획이 어떤 느낌을 자아내는지와 여기서 무채색이 어떤 의미인지 등으로 작품의 미적 예술적 가치를 해설하고, 달마란 인물은 누구고 그가 속한 선종 계파는 어떤 것이며 어떤 일화가 있는지 등으로 작품의 주제와 의의를 설명하고, 작가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계기로 그렸는지 등을 통해 작품 외적인 요소까지 서술하는 식이다. 


다른 예를 들면 이러하다. 

[고사관수도] 

선비가 계곡 바위에 고요하게 퍼져 여유를 즐기는 그림 

예술적 가치 -  가볍고 경쾌한 선, 보아라 저 선비 얼마나 여유로운가? 필시 깊은 생각을 하고 있을터! 

주제와 의의 - 당시에는 고요하게 사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라 보았다, 선비 사상에 대한 설명, 왜 계곡이냐면 상선약수의 정신, 왜 바위인지 바위의 상징성 

작가 - 이 그림을 그린 강희안은 조선시대 문신으로 재능이 넘치지만 성격이 많이 소박했다  


국내 고전명화를 다시 보며 해설하는 책이라 그런지 어휘가 낭만적이다. 

"물을 바라보는 선비의 시선이 물의 흐름처럼 잔잔하다" 

"달마의 성향을 닮은 묵직하고 꾸밈없는 붓질"

"바위를 닮은 듬직한 선"

"그림이 자신을 작가로 하여금 그리게 했는가" 

"눈빛은 침착하고 고요한데 선에서 의지가 느껴진다"

그림 해설하는 부분에는 이런 표현이 다수라 조금 취향을 탈 순 있을 것 같다. 사실 낯설기 때문에 자칫 어려울 수도 있는 고전 명화를 쉽게 설명해주려면 이런 몰입하듯 말하는 표현이 적절할지도 모른다. 미학과 일화를 얘기하는 김에 실제 그림 어디에 그런 느낌이 담겼는지 독자가 이해 잘되게 해석해주려는 것이 저자의 목적일테니까. 


책에서 사용하는 표현이 톡톡 튄다. 예를 하나 들어서, 

"이 스님은 아마 죽을 때까지 김명국이 풀어놓았던 싸늘한 해학질을 결코 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문장이 쓰였었는데 여기에 싸늘한 해학질이란 명사절이 참 재밌다.



책 소개는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https://search.shopping.naver.com/book/catalog/32494100985?cat_id=50005645&frm=PBOKPRO&query=%EC%98%A4%EC%A3%BC%EC%84%9D%EC%9D%98+%EC%98%9B+%EA%B7%B8%EB%A6%BC+%EC%9D%BD%EA%B8%B0%EC%9D%98+%EC%A6%90%EA%B1%B0%EC%9B%80&NaPm=ct%3Dljr6dgoo%7Cci%3D803d59d30df806d74df29ea539bd62b5811c2ba8%7Ctr%3Dboknx%7Csn%3D95694%7Chk%3Dbc3ccf1073d9a7b3e14cdce14304d45c40f2a263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참조해주세요. 





그리고 그 독서 인증 클럽에서 최종 목표로 '글 하나 쓰기'라고 정했기 때문에 쓴다. 어줍잖게라도. 



고전 명화를 게임 속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아이템, 버프나 너프 등의 스킬, 스테이지, 아군과 적군 등으로 나눌 수 있을 거 같다. 


(가) 스테이지는 유저가 활동하는 공간이다. 그림의 특성에 따라 마을, 사냥터, 던전, 힐링 스폿 등 다양한 설정을 줄 수 있다. 슈퍼 마리오 64라는 마리오 시리즈의 첫번째 3D 게임이 있는데, 쿠파 성에 잡혀간 피치 공주를 구하기 위해 쿠파 성의 그림 속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열쇠를 찾는 스토리다. 이 게임처럼 그림 안에 들어갔다 나오는 방식으로 맵을 구현한다면 어떨까? 안견의 <몽유도원도>의 경우 안견이 꿈에서 본 상상 속의 낙원을 그린 것이다. 몽유도원도에 들어가면 광활하고 아름다운 산맥이 펼쳐지는 거다. 낙원이 오염되었단 설정을 넣어, 그림 속에 침투한 악당을 잡아 정화시켜도 좋고, 악당 없이 보물이 숨은 구역으로 만들어도 좋다. 전자라면 클리어 후에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해 특별 상인 .NPC를 두거나,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양한 변화를 주거나(꽃이 피거나 눈이 내려앉는등), 이벤트 맵으로 쓰고 매번 다른 변형을 주거나(그러려면 튜토리얼 던전으로 설정해야 한다), 빠른 체력 상승 등의 버프 효과를 깔 수 있을 것이다. 후자의 방식이라면 커비나 마리오처럼 수집형 시스템이 되겠지. 


그러나 스테이지로 모든 것을 깔아버리기에는 힘들 거 같다. 김홍도의 서당 같은 그림은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몽유도원도 같은 그림은 평면적인 모습 뒤에 넓은 공간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기 쉽다. 그러나 서당은 비교적 넓히기 어렵지 않을까. 물론 엄청 넓고 복잡한 서당이 있을 순 있지. 아니면 (마스터 오브 판타지처럼) 게임 내 학당 시스템이 있고, 그것에 등록한 유저에게 서당 그림을 워프포인트로 줘서, 수업 중일 때와 아닐 때 그림에 보이는 걸 다르게 하면 어떨까? 또는 무슨 이유로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해서, 그림에 대고 특수한 절차를 거쳐야만 각 영역에 입장권을 주는 식으로 상점, 사냥터 등을 하나하나 오픈하게 해도 될 거 같다. 


(나) 스테이지로만 쓰면 재미없지. 아이템이거나 또는, 아군과 적군으로 활용하는 거다. <고사관수도>는 선비가 물가에 앉아 고요하고 여유롭게 쉬고 있는 그림이다. 광폭화(상태 이상)에 걸렸을 때 고사관수도 스크롤을 사용하여 선비가 가진 느긋함으로 치료받는 건 어떨까? 상시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쓴다면 힐러? <달마도>의 달마는 묵직하고 꾸밈없고 강하다. 탱커가 어떨까? 잠시 소환하거나 플레이어블은 아니지만 데리고 다닐 수 있는 npc 동료라면 방어 스킬을 쥐어줄 수 있을 것이다. 또는 달마 동료를 보초 서게 하면 플레이어가 텐트 치고 휴식하는 동안에 기습 받을 확률을 대폭 감소해는 효과를 넣을 수도 있다. 그럼 달마도가 귀신을 쫓는 효과가 있다는 설화랑 맞지 않나. 비슷한 동료로 처용을 넣으면 되겠다. 


상시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구성할 거라면 동료를 얻는 퀘스트를, 그림에 들어갈 수 있는 입장권을 얻어 그림 속에서 쉬고 있는 선인들에게 시험을 받는 구조로 가면 되겠다. 아니면 그림 속에서 안식을 취하고 있는 영혼을 현실로 꺼내고 각성시킨다. 이때 선인의 영혼이 들어갈 육체를 구성하는 방법은 (진짜 육체는 무덤 속에 있을테니) 도교의 이기론이나 음양오행을 활용하면 어떨까 싶다. 이가 갖추었으니 맞는 음양오행 구성요소를 가져와서 기를 보충해야 한다거나... 짜맞추기 마련이지 뭐 어떤가! 



(다) 스킬 또는 퀘스트로 활용할 수 있을듯 하다. 신윤복 칼춤 그림으로 칼춤 스킬을 배우게 하고, 김홍도 씨름 그림으로 씨름 대결에서 이겨 필수 아이템을 얻는 미션을 준다. 아니면 달마가 내 동료가 되어주지는 않지만, 모험 중후반부에 만나는 특별한 npc라서 좋은 스킬을 알려준다면? 







그런데 사실 판타지로 활용할 수 있는 그림 소재는 한정적이지 않은가? 

그럼 어떤 그림은 신성한 힘이 담기고, 어떤 그림은 같은 고전 명화인데도 활용되지 않는 모순을 어떻게 변명할까? 어떤 신령한 요소에는 신령한 힘이 깃든다고 해두자. 


몽유도원도 같이 신비로운 공간: 꿈과 환상의 힘이 담겨 구현됨 

달마도 등 선인, 위인: 그들의 영혼이 사람들이 존경하는 원본 그림에 잠들어 안식을 찾음. 사람들이 그림의 마력 때문에 신비로운 아우라를 느꼈고, 그것이 영혼을 끌어당기게 됨 

칼춤, 서당 등의 그림: 무슨 이유로 인해서 사람들이 도술을 부려 그림을 활용하는 것 

 

그럼 풍속화는? 신윤복 그림들은? 기생들이 계곡에서 씻으려 하고 동자승이 훔쳐보는 그림이나, 양반과 기생이 담벽에 기대 꽁냥대는 그림은 어떻게 활용할 건가? 

이런 경우는, 어떤 이유로 사람들이 지배 당하고 일상을 뺏겼다고 설정하면 실마리가 보인다. 미토피아처럼 최종보스가 사람들의 얼을 빼서 정신을 나가게 했고, 신윤복의 풍속화를 얼을 되찾는데 활용한다. 사람들은 신윤복을 저속한 미치광이 화가로 생각했지만 사실 그(녀)는 이걸 예상해서 천천히 준비해온 거였으며, 혼자서는 구출할 수 없어 고민하던 차에 주인공 일행을 만나 얼을 되찾는 의식을 치루게 된다. 또는 얼이 나간 건 아닌데 안예은 리럴 킹덤 노래처럼 세뇌 상태에 빠져 기존의 저속하고 자유로운 일상 대신 모범적인 삶만 살게 되었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이런 그림 소재는 다른 것과 같이 활용했을 때 더 풍부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화, 동화, 음악, 많잖은가? 예를 들어 오늘이 설화의 오늘이의 퀘스트 구조를 따라가면 오늘이 직업으로 전직하게 만들어도 좋고, 오늘이를 테마 던전(메이플스토리 차원의 도서관처럼)으로 따로 내서 특수한 스킬이나 보상을 줘도 좋다. 한국 명화와 삼국유사 설화를 엮는다면, 과부네 집에 침투하려는 지렁이 남편과 외부인은 내쫓는 달마의 싸움을 서브 퀘스트 스토리 하나로 내면 어떨까? 아 근데 이건 어차피 처용 설화와 비슷하네. 쩝쓰. 






너무 짧고 두서 없고 전문성 떨어지고 참신하지도 않고 아무튼 내 기준 별로인 글이지만 올리고 치우련다. 



이 글이 좀더 설득력 있으려면, 

한국 고전명화 종류에 대해 더 조사하고(최소 책을 끝까지 다 읽고) 

각각의 그림이 가지는 속성에 대해 정리하고(달마도-듬직하다, 거칠지만 정갈하다 등) 

그 속성들이 어떻게 활용될지 브레인스토밍하고(달마도의 붓질은 언뜻 단순한듯 하지만 정제되어 있다는 점을 살려서, 시전 시간 길고 연타 없지만 치명타 크게 주는 스킬 등)

현재 게임들에서 문화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조사하고(한국풍 게임만 조사해도 되지만 해외 문화를 적용한 사례까지 죄다 스크랩하면 더 펄풱트) 

또 가능하면 웹툰, 웹소설, 드라마 등의 콘텐츠에는 어떻게 활용되었을지 파악하고

게임 장르마다, 게임 요소(아이템, 맵, 스킬 등)마다 어떻게 활용했는지 사례를 구분하고

명화 외에 한국 문화는 대략 어떤 게 있고 어떻게 엮을 수 있는지 

게임 트렌드를 살폈을 때 어떻게 적용하면 좋을지 힌트를 얻는 

등의 분석을 더 하면 좋았겠지만 너무 빡세요. 


최소한 책에 나온 그림을 책에 나온 설명을 기반으로 쫙 정리하고 

게임 내 활용 사례를 조금이라도(한 2~3개의 게임이라도) 조사해보고 

게임 요소 당 어떻게 정리할지 좀더 구상해보면 좋았을 것 같다. 


아니면 평소에 게임 관련해서 좀더 재미로 찾아보거나 

좀더 상상을 많이 해둿어야 하는데... 

내공이 부족하다. 하핫~




저에게 게임 기획 업무를 주시면 여을심히 해보겠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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