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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오션 Jul 06. 2023

우리 집 양치컵은 바닥이 깨져있다

16년도에 쓴 시 





우리 집 양치컵은 바닥이 깨져있다





이게 부끄러운 거라고
생각한 적 없다



너무 뜨거우면 속에 열불 난다
비가 안 와도 비가 오듯이
해님이 전신에 물풀을 바른다
그래서 너희들은 소방하러 간다
강으로 계곡으로 호수로 바다로

허망한 꿈 거짓된 공상 그래서
슬픈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철없는 꿈은 꾸지도 마라

엄마의 어깨엔 누가 돌을 심었나?
삼천사백은 아름다운 눈물
보석눈물이 파편에 맞아
여러 개가 되어 깨진다
잔인했던 발버둥 무자비한 발버둥
어머니의 눈물도 씻어 내리지 못한 삼천사백 개의 한
아쉬운 청춘을 불살라버린 삼천사백 개의 한

그것은 쓸수록 사라진다
조금만 건드려도 가루가 되어 흩어진다
손바닥엔 아무것도 없다
밤하늘 별조각처럼 사다리 타면 딸 수 있을 거 같은데도
한낱 종이 쪼가리인데도
손바닥엔 아무것도 없다



컴퓨터는 울지 않는다
양치컵이 일주일 간 깨져있다
바퀴벌레가 움을 튼 지 오래다

그 겨울날은 손이 시리도록 그릇을 닦았다
엄마의 숭고한 눈물이 침묵을 감돌았다



한적한 어느 날
속아서 속절없이 슬픈 울음소리가 들리면




또 어디선가


고개를 드는 바퀴벌레



또 어디선가



고개를 든



바퀴벌레!











예에전에 쓴 시인데 

얼마 전에 바퀴벌레 어쩌고 하는 글을 올려서 

생각난 김에 가져왔다. 

당시에는 열심히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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