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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오션 Jul 24. 2023

어쩌다 로맨스를 보고(대충 쓴 글)

사랑에 대한 글쓰기 #3


24일까진데 레쓰기인 나는

글을 풀어서 쓰지 못하고 생각만 대충 적게 되는데...


아니 나도 막 상상으로는 읽기 재밌는 영화 감상문 적었지

하지만 그런 고급진 글은 떠오르지 않고, 오로지 이런 생각들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어쩌다 로맨스는 로맨스 코미디 영화고 클리셰를 깼다.

영화 소개는 생략하고


뭐라 말해야 하지, 이데올로기?

사회가 권장하는 이상향, 신화 같은 게 있다.


그리고 라떼의 신화는 능력주의 신화다.

영웅 신화는 인류 역사 상 바뀐 적 없는 것 같다.


공부를 잘해서 명문대를 가고 대기업을 다녔어야 하는 나와, 현실의 나 사이의 간극은 개개인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남겼다.

그걸 치료하며 현실의 나를 긍정케 돕는 콘텐츠 예시: 소설 달의 바다.

그런 환상을 재생산하며 욕망을 충족시키고 신화를 보강하는 콘텐츠: 웹소설 판소 장르


여기에 여자들만이 추가로 떠맡는 신화가 바로 로맨스다.

그 이유는 누구나 알 테니 생략하고

그래서 여자들은 두 번이나 실망해야 한다.

어느 쪽에 더 실망할진 본인 선택인데...

사실 딱 잘라 구분할 수 없다.

나의 안락하고 성공적인 삶에는 다정하고 핸썸한 그 이가 있는 법이니까.


어쩌다 로맨스는 달의 바다와 같은 위치에서 상처를 치유해주고 본인을 긍정하게 만드는 콘텐츠라 판단했다.

로맨스와 평범한 여성 주인공에 대해 더 깊은 이야깃거리가 있겟지만, 아이 필 프리티랑 엮을 수도 있겠지만, 나는 빠가사리니까 다루지 아니한다.




암튼 환상을 부정하고 현실의 나를 긍정한다는 영화의 핵심 교훈을 가지고 생각를 마저 적겠다.


주인공은 완벽하게 포장된 삶과 현실과의 괴리를 느끼고 염세적인 사람이 되어 개인의 욕망을 비웃는다.


그가 비웃는 여성향 로맨스 코미디 컨텐츠 특징은?

- 고의 남친 (관계) : 존재 담보

    연애란 자신의 존재를 긍정해줄 관계를 찾기 위한 가장 흥분되는(에로스적 열정으로) 모험이다.

- 커리어적 성공(성취) : 자아 증명

    관계 맺기와 다른 방식으로 내 존재를 사회 속에 증명하는 행위일 것이다.

- 좋은 친구, 집 (환경) : 안전감

    말해뭐해~


진짜 누구나 가지는 대중의 공통된 욕망을 포장했다.


그렇다면 이런 콘텐츠가 나쁜 건가? 우리 욕망을 포장하는 건 나쁜 거야? 하지만 우리는 이미 이상적인 연애 대상이 되도록 강요받고 있잖아...

-> 아니다! 나쁘지 않다. 로맨스 영화가 허황되고 무가치하다고 까려는, 어설프고 흔한 비판 의도가 이 영화에 없다.

그럼에도 내가 이걸 얘기하는 이유는 현실을 긍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내 존재를 보장해줄 누군가를 찾고, 사회 속에 내 자아를 증명하고, 내 환경을 안전하게 꾸리는데에 꼭 저런 완벽한 삶만 가능한 건 아니다.




대중문화 콘텐츠는 완벽한, 이상화된 대상을 보여준다.

생물의 본능은 우수한 유전자와 교배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린 이상형 상품에 흠뻑 취한다.

나쁘지 않다. 나도 좋아하고.


그러나 현실이 아니라는 점은 구분해야 한다.

당신의 배우자가 반드시 완벽할 필요는 없다, 이 말이다. 당신도 마찬가지고.



다양한 유전자를 사회 속에 남기는 게 인류의 생존&번영 전략인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유전자 풀이 넓고 특질이 다양하다.

당신의 외모는 절망적인 불합격 통보가 아니라, 유전자 풀 중 하나일 뿐이다.

만인이 만인에 대해 투쟁하고 가장 베스트를 선발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공통되는 기준선은 있다. 차은우가 괜히 제일 잘생긴 남자인가? 지저분하고 병든 얼굴에 에로스적으로 끌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그렇지만 이상성욕이란 게 있다). 평범한 선에 있는 사람들은 그냥 뭐 취향 타는 것이다. 내가 보기엔 전혀 매력적인 구석이 없는 사람도 누군가에게는 절절한 낭만의 대상이다.


또 그 만큼 각자가 취하는 전략도 다양하다.

어떤 이는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쉽게 사랑에 빠진다. 낮은 기준선을 통과한 다수의 인물과 교배 기회를 노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취향이 뚜렷하긴 하지만, 얼마든지 유동적일 수 있다. 그래야 번식 가능 인구가 얼마 남지 않았을 대 종족이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인상만 보면 서로 취향 아닌데, 닮게 생긴 것도 아닌데, 성적 지향성이 서로를 향하기만 하면 부대끼며 정들었다는 이유로 사랑에 빠지는 커플도 많다. 이것이 바로 또래 남녀 둘을 무인도에 던져놓으면(서사를 쥐어주면) 꽤 괝삲은 확률로 둘이 사랑에 빠져있는 원리... '정듦'은 인류가 정략결혼으로 짝짓기 시켜도 초토화되지 않았던 이유고, 종족이 유지될  최후의 보류 같은 것이다... 콘텐츠 보면 아무 인간들(성별, 연령 등 의 기준도 포괄적으로 치고)  던져놓고 복잡미묘한 드라마에 가둬두잖아. 근데 이 커플들이 모두 서로가 이상형인 환상의 짝꿍이란 설정은 아니었을 거 아닌가...

물론 100%라곤 안했다. 꽤 괜찮은 확률이란 4~60%로 생각하고 있다. 성적 지향성이 다르거나 둘이 성격 너무 안맞거나 매력을 못느끼는 경우를 제외하고 말하는 거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대체로 사랑에 빠지는데는 유전자가 찯아다니는 취향보다 서사(운명적으로 느껴지는 마법적 요소)가 더 결정적이다 이 말이다. 이렇게 선택지 많고 안전한 시대에는 취향 따질걸 근데 재난 상황에선 그럴 여유 없을걸? 이게 진짜 당연한 게 내 성 지향성(+취향)에 맞는 육체에게 끌리는 것이 있는데 지구 상의 생물은 성별 고작 2개 뿐이고, 인간 몸의 다양성 의외로 좁아서 몸매 거기서 거기고, 아주 특정한 몸매에만 끌린다고 가정하기도 힘든 게 인간들 성욕 의외로 평균값 높고(내 기준이다), 그리고 각자 취하는 교배 전략 다른데 성별 모두 일반적으로 평생에 걸쳐 여러 명 사귀는 전략을 취한단 말이지? 내 주변에서 새 사랑을 찾아야 되는데 어떻게 철저하게 품평한단 말이냐?

예를 들어 일단 남자다 그리고 슬렌더나 스키니다 그럼 서류 합격선 주고 그 다음부터 꼼꼼히 뜯어보고 내 마음 입주권 주는 거지... 면접 과정을 쉽게 통과하도록 만드는 게 둘만의 경험, 서사다. 인턴한테 정들어서 뽑을 수도 있잖아...


물론 취향이 빡세서 함께 지낸다고 사랑에 빠지지 않는 사람도 있다. 어떤 개체는 가장 완벽한 개체와 교배하기 위해서 쉽게 사랑에 빠지지 않는다.


취향, 호감이란 게 작은 요소를 좋아하다가 다 좋아지게 되는 거다. 그 이론 뭐더라...





내 인생을 긍정하기, 날 사랑하기가 영화의 핵심 메세지다.

영화 클라이막스 주인공 조수의 말이 아주 중요하다.

"너는 로맨스 코미디가 싫다고 하지만, 네 인생이 바로 그 주인공 자체잖아. 다정한 절친 나 있고, 너만의 커리어도 있고, 너를 최고로 사랑하는 다정한 남친이 있지!"


주인공은 주인공에게 열심히 구애해온 성격 좋은 남자친구가 있고,

직장동료랑 절친이다.

깨달음을 얻기 전에는 자신감이 없는 태도 때문에 성취를 뺏길 뻔 했지만, 당당한 성격이 된 후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성장한다.




내가 아는 여자들의 삶을 떠올린다.

그들은 나라는 멋진 자기 편이 있고, 다정하고 잘맞는 남자친구가 있고, 자기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아 별탈 없이 잘 다니고 있다.


내가 가진 것들이 가장 나은 것이어야만 하진 않는다.

내가 가진 것의 "의미"를 되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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