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들고 난동 부리는 건 쉽게 벌어질 만한 일인데 처음처럼 느껴진다는 건 그만큼 요즘 사태가 심각한 거 아닐까. 묻지마 살인과 다른건가?
인터넷을 항해하다가 칼부림 사건 CCTV 영상의 움짤을 보게 되었다. 약간의 분노가 생겼다.
'저 새끼 저거. 본때를 보여줘야 하는데. 세상의 무서움을 알려줘야 하는데….'
우리들은 사회에 굴종하고 산단 말이다! 그런데 저가 뭔데 그러는가! 나도 얌전히 사는데!! 지가 뭔데!!
짜식이 감히 나대서 다른 사람들의 권리(목숨, 심신의 자유 등)를 침해하는가?
너 뭐 돼??
웃긴 건 가해자들이 세상에 피해받은 부분과 내가 억까당한 부분을 비교해봤을 때 내 쪽이 승리할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불행 월드컵 해봐? 어? 나열해봐? 어??
그리고 나는 가해자나 나보다도 더 억까당한 분들을 알고 있다.
어쨌든 가해자 니들은 사지라도 멀쩡하잖아 이것들아!
가해자들은 자신이 마치 파멸의 끝에 있어서 더 내려갈 곳이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지만, 아니다.
나락은 깊고 깊다. 그 깊은 나락에 비해서 너희는 걸친 옷이 너무 화려하다.
그래서 나는 영화 조커를 그럭저럭 재밌게 봤음에도 반드시 동의하지 않았다.
당연히 아무도 죽이면 안되지만, 그나마 진짜 그나마 따져서, 죽일 거라면 강자 중의 나쁜 놈을 죽였어야지!!!
인간이면 마땅히 누려야 하는 각종 권리를 감히 좌지우지하는 괘씸한 놈들은 사회지배계층에 산재해 있단 말이다. 거기서 횡령하고 범죄 저지르는 놈 조직적으로 살해하면 안되나?
길거리에 흔히 나당기는 일반인은 끽해봐야 마주쳤을 때의 내 기분에만 관여할 뿐이다. (뭐 물론 거시적으로 볼 때 경제 상황이나 인식 수준이나 집값이나 뭐 여러가지 영향을 끼칠 수 있겠지만 직접성이 떨어지니까 그 이유 때문에 죽이는 건 아깝잖아. 그렇다고 일반인 싹쓸어버리는 건 힘들고 다수가 없으면 당장 자기 자신도 살기 힘들어지고. 그러니 논외로 치는 게 낫지….)
감빵 들어가고 티비에 얼굴 팔려야 하는 리스크 감수해야 하는 것치고는 일반인 사냥은 가성비 떨어지잖아!!
물론 앞의 말은 지배계층이 반드시 나쁘다는 소리도 아니고 그들을 살해하란 반사회적 소리도 아닌 거 알지?
굳이굳이 비무장 일반인, 약자 골라죽이는 가해자들이 얼마나 찌질한지 되짚기 위해 한 말이다.
더 힘든 사람이 있다고 해서 일반인의 슬픔이 아무 가치도 없단 소리도 아닌 거 알지? 더 힘든 사람들도 반사회적인 행동은 안하는데 니들은 뭐냐 이 소리다.
그래서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만약 내가 저 현장에 있다고 생각하면 겁에 질려 엉엉 울겠지만 분노로 피가 거꾸로 솟을 거 같기도 하다.
살아남아도 좀 진정되면 속이 뒤집히고 피가 거꾸로 솟기 시작할 것이다.
'이씨. 저런 놈들은 세상의 무서움을 알려주고 꿇려야 되는데. 나는 약하고, 억울하다….'
혹시 모르니 호신용 칼을 들고 다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망치는 게 제일 살아남기 좋은 방법인 거 알고 있다. 2~30대 한창때의 남자랑 같이 칼 들고 서로 위협하는 걸 상상해보면 난 전혀 유리하지 않다. 일단 아무리 남자가 작다고 쳐도 리치부터 차이가 날 거잖아. 그 리치를 극복할 긴 칼을 잘 숨기고 다닐 수 있어? 가지고 다녀봐야 작은 칼일 것이다. 역시 우선은 도망치는 게 답이다.
그러나 찔렸을 때, 죽을지도 모를 때, 그런 예감이 들 때 분하니까 마지막 힘을 다해 놈을 찌를 것이다. 그렇게 마음 먹었다. 나는 만약에 강간을 당하면 가해자에게 반드시 최대한 위해를 가해야겠다고 어린 시절부터 결심했었다. 살인 시도와 강간은 그 정도의 일이다. 가해자들은 피해자한테 5연발 칼빵을 놓여도 싸다고 본다. 용서하지 않으리. 지옥을 보여주리. 저주를 하리. 박살을 내겠다.
사실 그건 힘들다. 찔리면 최대한 출혈을 막으며 피해있는 게 생존 확률을 높일 방법 같다. 범인에게 한번 더 칼맞거나 과다출혈로 골로 가지 않게끔 주의해서 구급차를 기다려야 한다. 전혀 체력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일반인이 피 철철 흘리며 범죄자에게 돌진한다고? 그림이야 나오겠지만 생존 확률과 성공 확률을 보장할 순 없을 거 같다…. 빈혈도 날텐데.
그럼 다른 방법 있어? 핵심은 팔+칼 길이의 리치에 안닿으면서 위협해서 무력화시키는 거다.
생각해봤는데 압축봉은 어떨까 싶다.
저멀리에 칼 든 미친 놈이 보여. 그럼 주머니나 가방에 넣어둔 압축봉을 꺼낸다. 서둘러 압축을 푼다.
놈이 다가오지 않게 긴 리치를 펄쳐 거리를 벌린다. 막무가내로 휘둘러 위협한다.
또는 어느 각도로도 침투할 수 없게 빠르게 회전한다.
가장 제일은 도망치는 거지만 그게 힘들 때, 따라잡힐 거 같을 때, 너무 가까울 때 대안이 될 거 같다.
압축봉을 최대로 늘려 휘두르며 뒷걸음질 쳐서 거리를 벌리자.
시중에 파는 압축봉은 창은 아니라 끝이 뾰족하진 않을 것이다. 위협은 될 수 없지만 적어도 범인의 접근을 막는데는 효과적이다. 중요한 건 경찰과 구급차가 우리를 구하러 올 때까지 최대한 멀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