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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이례 Jan 25. 2021

SPA 브랜드를 보이콧하다.

인조가죽, 유기농 면의 진실 #패션산업의 그린워시

어느 날, H&M에서 산 검은 인조가죽 허리띠가 오래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헤져 찢기려고 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에 반해, 2011년 겨울 피렌체를 여행할 때, 중국산이지는 않을까 반신반의하며 산 가죽 허리띠는 여전히 새로 샀던 때 그대로 튼튼하게, 또 시간이 지나며 더 멋들어지게 남아 있는 것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SPA 브랜드들이 도덕적으로나 환경적으로 도움이 되는 양 당당하게 내세우는 "인조가죽"으로 만든 옷은 궁극적으로 진짜 지구에 도움이 될까? 몇 년 전부터 꾸준히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비난 받아온 패션산업이 그저 사람들의 눈을 가리기 위해 만들어 낸 마케팅이 아닐까?


* 패션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 스테이시 둘리의 취재파일 : 패션 산업의 어두운 비밀 (1) Confronting High Street Shoppers with A Shocking Truth: Stacey Dooley Investigates - YouTube : EBS에서 2018년 한국어로 번역하여 다큐멘터리를 방영했으나, 더 이상 한국말로 된 자료는 찾아볼 수가 없어, 유튜브 링크를 공유합니다. 

그린피스는 2011년부터 패션 브랜드들의 디톡스 캠페인 동참을 유도하고 있다. < 아름다운 패션이 지구를 소비해서는 안 된다 >

패션산업이 야기하는 환경 문제, 아동노동 문제, 팔리지 못하고 대규모로 버려지는 옷 쓰레기 문제들을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문제점에 대해서 지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낮은 가격에 다양한 선택이 주어지는 패션산업 앞에 눈을 가리고 굴복하게 된다. 사실 내가 그랬다. 쇼핑을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메이드 인 파키스탄/방글라데시가 적힌 라벨을 달고, 손으로 만들었을 법한 자수가 예쁘게 박힌 스웨터가 5만 원도 안 되는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을 보며 "예쁘다"라는 생각과 "분명 불평등한 노동구조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는 생각을 동시에 하는 나, 그러면서도 누군가가 사가지는 않을까 조급해하며 얼른 장바구니에 담는 나에게 충분히 실망해왔다. 만드신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며 죄책감을 눌러보려 해도 항상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죄책감을 느끼게 만드는 브랜드들이 괘씸해 그들이 그린워시*에 이용하는 인조가죽, 오가닉 면이 진짜 지구에 도움이 되는지 먼저 알아보고자 한다.


그린워시 : 기업이 실제로는 환경에 위해되는 물질을 배출하면서 친환경적인 이미지 광고 등을 통해 ‘녹색’ 이미지로 포장하는 것을 말한다. (출처: 한경 경제용어사전)


진짜 가죽 VS 인조 가죽

가죽의 질과 시간이 지나며 더 멋들어지는 점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라도 동물에게 미안한 마음을 느끼며 "인조가죽도 요즘 잘 나오던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리서치 결과 많은 가죽들이 육류나 유제품 산업을 위해서 키워진 동물의 가죽에서 오는 것이고, 이런 산업에서 발생되는 쓰레기 (=가죽) 양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반면, 석유가 원료인 PVC나 폴리우레탄으로 만들어진 인조가죽은 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태워지며 독성물질을 내뿜기도 하고, 재활용이 복잡해 거의 불가능하다. 보다 저렴한 가격에 더불어 다양한 색상과 질을 장점으로 하는 인조가죽이 그 장점을 만들기 위하여 포기해야 하는 것이 있었던 것이다. 또한, 유지비가 적게 든다고 하지만, 제품 수명이 길지가 않아 더 많은 제품을 소비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단편적인 비교로 자연 분해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인조가죽이 500년 진짜 가죽이 50년이라는 기사가 있기도 했다. 물론, 어떤 동물의 가죽인지, 어떤 원료를 베이스로 하는 (식물을 원료로 하는) 인조가죽인지, 어떻게 처리과정을 거쳤는지와 같은 다양한 변수에 따라 자연 분해 기간은 다 다를 것으로 본다.

진짜 가죽은 분해되어 식물 양분으로 사용되는 폐순환 구조를 가질 수 있지만, 인조가죽은 그렇지 않다.

이쯤 되면 글쓴이는 진짜 가죽 애호가인가라고 생각할 법도 하다. 그저, "인조가죽"을 들먹이며 동물 권리를 생각하는 척, 도덕적인 부분에서 점수를 따려고 하는 브랜드들이 얄미울 뿐이다. 인조가죽과 진짜 가죽에 대해서 알아보면서, 다짐을 했다. '꼭' 가죽 제품이 사고 싶다면, (가죽도 처리과정에서 많은 화학제품이 사용되기에, '꼭'을 다시 한번 강조해본다.) 어떤 가죽인지 야무지게 알아보고 (가능하면 축산업에서 오는 애들로 골라) 잘 유지해서 아주 오래오래 쓰자고.


유기농 면이 사용된 제품을 사면 좋을까

이번엔 유기농 면에 대해서 알아보자. 일반적인 면 생산은 어느 다른 작물 생산 보다도 더 많은 살충제를 필요로 하는데, 그나마 환경과 종사자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인위적으로 합성된 살충제'를 유기농 면 생산에서는 사용할 수 없기에 더 좋다고 볼 수는 있겠다. (출처 : 유기농 면의 장점과 단점 (영문)) 하지만, 목화 생산을 넘어서 보면 면직물이 어떻게 제작되고 염색되는지에 대해서 알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같은 양의 목화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땅이 필요로 하다는 점에서 완벽한 대안은 아님을 알 수 있다. 목화 자체가 이미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하는 작물인 데다,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해충제라도 토양과 지하수의 질을 저하시킬 수 있는 것처럼,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니 말이다. 그럼, 대나무로 만들어진 옷이면 괜찮을까? 안타깝게도, 대나무를 직물로 만드는데 강력한 화학 물질이 필요로 하다고 하니 대나무를 원료로 한 옷은 피하는 게 좋다.*


* 영문이긴 하지만 어떤 직물을 피해야 하고 어떤 직물을 구매하는 게 좋은지에 대한 정보가 잘 정리된 사이트 : SustainYourStyle


알아보다 보니, "아이고"라는 말이 절로 나오며, '뭐하나 믿고 살 게 없네' 싶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랬다. 적게 구매하는 것이 결국 제일 좋은 해결책이니, 꼭 필요한 경우에만 구매하려고 노력해보자. 구매 기준 일 순위가 가격이라면 (가장 먼저 보는 것이 가격표라면) 그건 꼭 필요한 구매가 아니다고 생각하며 다시 한번 고민해보자고, 가능하면 지속 가능한 원료를 사용하는 바람직한 브랜드들을 알아보고 그 브랜드의 의류를 구매하자고.

그래서 난 2021년 한 해 동안 SPA 브랜드를 보이콧하기로 결심했다.


보이콧은 좀 심한가 싶어 고민하기도 했지만, 찾아보니 이미 SPA 브랜드를 보이콧하는 움직임이 많아 내 결정에 응원을 받는 느낌도 든다. (메인에 올린 사진 속의 브랜드들이 대표적인 SPA 브랜드이다. 유니클로를 보이콧해야 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생겼다.)  보이콧을 하는 6가지 방법이라는 기사에서 안내하는 대안을 간략하게 적으며 글을 마무리해보려고 한다.


1. 트렌드에서 벗어나라

2. 그린워시에 속지 말아라

3. 빈티지(중고)를 구매해라

4. 특별한 날을 위한 옷은 빌려보자

5. 적게, 그리고 지속 가능하게 구매하자 (질과 단순함을 우선시하자)

6. 잘 관리하고, 고쳐 입자. (단순히 옷을 9개월 더 입는 것만으로도, 탄소, 쓰레기, 물 사용을 20-30퍼센트까지 줄일 수 있다는 통계가 있다.)


더 읽을거리

- 더 자세한 그린피스 활동이 궁금하다면, (영문) 디톡스 캠페인 공식 사이트

유기농 면 단체 (영문) : 유기농 면 생산지, 제조 관련 통계를 제공. 특히 100% 유기농 면만 사용하는 브랜드들, 점점 사용 규모를 늘려가는 브랜드들에 대해 조사해 둔 부분은 브랜드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다.

SustainYourStyle (영문) : 지속 가능한 직물에 대한 정보로 옷을 살 때 어떤 성분으로 만들어진 옷을 사는 게 좋은지 알려주고, 지속 가능한 브랜드들을 대륙별로 소개해 준다.

- 사진 출처 : 비건 가죽이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도덕적이지 않다. (영문)

- The World Counts : 면 생산에 들어가는 살충제와 아동 노동의 양을 가시적으로 나타낸 통계 사이트


- 그린 워시에 대해서 잘 정리해 둔 네이버 블로그 : 그린 워시에 대해서_앙자 블로그

- 바른 옷 구매에 대한 많은 정보가 있는 네이버 블로그 : 바른옷구매하는 블로그_총천연색


+ 혹시, 보이콧에 동참하고 싶거나, 더 많은 정보가 궁금하다면 댓글로 문의하셔요. 같이 변화를 만들어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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