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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이례 Mar 22. 2021

나의 (오랑우탄) 입양 스토리

팜유로 생존을 위협받는 오랑우탄#오레오보이콧#누텔라보이콧

이번 글은 제 이야기를 쓰며 좀 가볍게 시작해 보려 합니다.


저와 남편은 2011년 12월 9일에 처음 만났어요. 결혼은 2018년에 해서, 이제는 3년 차 부부지만 여전히 처음 만난 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어요. 그런 이유로 12월 즈음에, 거창하지는 않아도, 여행을 가거나 좋은 식당을 가며 소소하게 우리가 만난 날을 다시 떠올리는 시간을 가집니다.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여행도 식당도 가기 힘들어졌지만, 우리 커플이 10년 차에 접어드는 해이기에 무언가 특별한 것을 하고 싶었어요.


마침, 얼마 전에 보았던 동물 다큐멘터리에서 보르네오 오랑우탄 재단 (BOS, Borneo Oranutan Survival Foundation) 알게 되었고, 공식 사이트에서 후원이나 오랑우탄을 입양할 수 있다는 점에 흥미로워했기에, 우리는 고민 없이 2021년 한 해동안 한 오랑우탄을 후원하며 우리의 기념일을 조금은 색다르게 축하하했답니다. 기념일 당일, 입양 리스트에 있는 오랑우탄들의 프로필들을 꼼꼼하게 읽고 둘이서 상의를 하며 한 마리만을 정해야 했는데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나이가 많은 오랑우탄과 팜유 생산지 근처에서 구조된 오랑우탄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에는 두 번째 오랑우탄을 입양하기 결정했습니다. 이름은 모니타, 팜유 생산지 부근에서 엄마를 잃고 혼자 서성거리고 있던, 2018년 6월 경에 구조된 아기 오랑우탄이었어요.

안녕, Monita (Source : BOS Foundation)

남편은 동물 중에서 오랑우탄을 특별히 좋아하고, 저는 팜유 생산, 밀림 파괴, 오랑우탄의 서식지 파괴, 이 세 키워드의 연결 고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에 둘 다 모니타를 입양하고 아주 기분이 좋았답니다. BOS 재단은 구조된 오랑우탄들이 자연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훈련을 해주는 재단인데요,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살 곳도, 엄마도 잃어 자연에 쉽게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아기 모니타를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게 돕는다는 점이 유독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부터는, "팜유"가 생소할 수 있을 분들을 위해 팜유가 무엇이고, 어디에 사용되고, 어떻게 문제가 되는지 좀 더 자세히 알아볼게요.


팜유는 팜올레인유, 야자오일 등의 이름으로 표기되기도 하는 식용 기름인데, 다른 작물에 비해 재배면적당 더 많은 기름을 얻을 수 있기에 저렴한 가격으 다양한 제품들의 원재료로 사용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라면, 초콜릿, 비스킷, 시리얼과 같은 가공식품, 빨래 세제와 치약, 비누, 샤워크림, 샴푸 등을 포함한 화장품이 대표적으로 팜유가 사용된 제품군이라고 볼 수 있겠어요. 쉽게 말해 식용유로 볼 수 있는 이 팜유가 어떻게 문제가 된다는 걸까요? (조금만 관심 가져보면, 더 좋은 자료들을 찾을 수 있기에 문제점들을 간략하게만 말해볼게요. 좋은 자료의 예로 나무위키)


첫 번째, 환경 문제인데요. 팜유의 원료인 기름야자 열매를 경작하기 위하여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밀림이 다수 파괴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점이라고 생각해요. 밀림의 파괴는, 지구의 허파가 손상되는 일임은 말할 것도 없고, 밀림을 터전으로 살고 있던 토착민이나 야생동물들의 터전이 없어지는 일이기에 단순히 파괴된 대지의 면적을 수치화*하는 것만으로 피해규모를 짐작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에게도 친숙한 인도네시아의 보르네오 섬의 산림 벌채 75퍼센트가 팜유 경작지로 바뀌었다고 하니 보르네오 오랑우탄 재단의 필요성을 절감하겠지요. 산림을 경작지로 전환하기 위하여 숲을 불로 태우고 그 과정에 미처 피하지 못한 오랑우탄이나 다른 야생동물이 화상을 입거나, 먹이를 더 이상 찾지 못한다니. 내가 무심코 먹었던 라면 탓을 하면 죄책감이 좀 덜어질까요. Huffpost의 기사 (링크)를 공유하며 BOS (보르네오 오랑우탄 재단)이 구한 오랑우탄의 이야기를 전해봅니다.


*2016년 기준, 인도네시아 팜유 경작지는 대한민국 면적을 넘어섰다.


Save Rang-tan. End dirty palm oil. (랑탄이를 구합시다. 더러운 팜유를 끝냅시다.) 출처 그린피스


두 번째로 건강 문제를 얘기해볼게요. 식물성 기름이지만, 동물성 지방처럼 포화지방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에너지경제 카드뉴스에 따르면, 돼지기름보다도 더 많은 포화지방산이 팜유에 함유되어 있다고 해요. 라면, 누텔라, 오레오를 먹으면서 건강을 찾는 것은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이 정도로 몸에 안 좋기까지 한 기름인지는 몰랐네요.


마지막으로, 간단히 노동 착취 문제에 대해서 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패스트 패션처럼, 지나치게 저렴하게 형성된 시장 가격은, 저렴한 노동이 동반될 수밖에 없겠지요.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2017년부터 팜유 산업의 노동 착취, 아동 노동 문제와 관련하여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점들을 보면, 그저 "팜유 근절"하고 싶은 마음이 모두들 간절하겠지만, 우리의 생활 방식에서 더 이상 팜유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여요. 그럼,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요?


많은 관련기사와 환경단체들이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해결책은 당장 우리가 실천 가능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기사에서 제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것들로만 추려서 한 번 정리를 해 볼게요. aka. 나는 뭘 하고 있나?


먼저, 가장 중요한 시작점은 관심을 가지는 일일 거예요. 굳이 팜유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건강을 위해서도 내가 먹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뭘로 만들어졌는지, 원재료들은 믿고 먹을만한 것인지, 그리고 좀 더 나아가 어떤 기업이 만들었는지에 관심을 가지며, 스스로가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을 거예요.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고, 환경에 조금이나마 덜 악한 영향을 미치는 선택을 하는 자신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고, 본인을 더 사랑하게 될 거라 장담할 수 있어요.


두 번째로,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믿고, 최대한 그에 반하는 선택지를 피하려고 노력하는 것이에요. 저 같은 경우는, 처음 팜유가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때, 몇몇 식품 관련 대기업이 대량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만들기 위해서 거대한 팜유 생산지에 투자한다는 것에 초점을 많이 맞췄던 것 같아요. 그래서, 설탕 55퍼센트, 팜유 23퍼센트가 들어간 누텔라를 보이콧하기 결심했었어요. 전 세계에 유통되는 오레오를 만드는 기업도 팜유를 많이 생산해야 했고 그래서 인도네시아의 많은 밀림을 개간해야 했기에, 오레오도 보이콧하고 있어요. 지금은, 이 두기업이 지속 가능한 팜유*를 사용한다며, 오랑우탄 서식지 파괴 기업의 오명을 벗으려 하지만, 그렇다고 이전의 과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본인들이 만든 기준 내에서 그들의 팜유 생산이 지속 가능하다고 판명 났을지는 모르겠지만, 결론적으로는 이런 세계적인 대기업들 이윤을 위해 많은 것들이 (특히, 가난한 나라의 자연환경이)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을 지경이 되었기에, 보이콧을 하며 제 소신을 지키고 싶어요.


*지속가능한 팜유 : RSPO (Roundtable of Sustainable Palm Oil)라는 국제적 단위의 비영리협회에서 사회적, 환경적, 윤리적 기준을 고려하여 기업의 팜유 생산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고, 기준에 만족할 경우 RSPO 멤버로 인정을 하며 인증로고를 부여한다. 유니레버, 페레로 등의 기업이 RSPO로부터 승인을 받았지만, 나는 짜고 치는 고스톱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Better than nothing 이긴 하지만...

저는 누텔라를 보이콧합니다. 출처 : hipster veggie

(영문 읽을거리) BOYCOTT NUTELLA – CHEMICAL FREE FOOD & LIFE STYLE (wordpress.com)


추가로 초콜릿을 살 때는 팜유가 들어가지 않은 초콜릿을 사고 있는데요, 참고로 고디바 초코바 종류에는 팜유가 들어있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팜오일프리 제품만을 사는 것이 또 해결책은 아니래요. 기업들이 팜유를 대신할 재료를 찾아야 하는데, 아무래도 팜유가 효율성이 더 좋다 보니 다른 대체작물을 쓰기 시작하면 또 다른 환경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래요. (출처 : WWF 영문 기사) 그래서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생산된 팜유가 사용된 제품을 고르며 많은 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방법을 추구해 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에요.


마지막으로, 내가 당장 할 수 없는 일들을 맡아서 하고 있는 신뢰 가는 동물보호단체, 환경단체를 조금이나마 후원하는 것의 중요함을 상기시키고 싶어요. 물론, 이런 후원은 생활의 여유가 있을 때 생각할 수 있고, 실천으로 옮길 수 있겠죠. 후원을 당장 하지 못하더라도, 본인의 삶 속에서 할 수 있는 긍정적인 노력들이 모두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믿어요.


함께 좋은 변화의 시작점이 되지 않으실래요?


더 읽을거리 :

그린피스 활동가 기사 : If we want to save orangutans from extinction we need to save their home

BBC 기사 : How do we go palm oil free? - BBC Future

경향신문 기사 : 팜유 농장·밀렵에…보르네오섬 오랑우탄 16년 새 15만마리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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