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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이례 Dec 12. 2020

미디어 기술 발전과 웰빙의 공존?

양날의 검이 되어버린 디지털 미디어

전교생이 100명도 안되는 시골 학교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나는 내 주변의 또래들보다도 더욱 아날로그 적인 삶을 살아왔다. 심지어 그 작은 학교에서도 TV에 연결된 슈퍼마리오 게임을 하던 친구들이 있었던 반면에 나는 학교 마치면 집 앞 논밭에서 개구리 알이나 도롱뇽 알을 퉁퉁 치거나 소금쟁이 발바닭을 닦아도 둥둥 떠다니는지 실험하며 바쁜 하루를 보내곤 했다. 그렇게 자연과 나로 가득찬 옛날을 보낸 기억이 너무 생생해서 TV나 스마트폰 모니터 앞을 떠날 일이 거의 없다시피 하는 어린 친구들을 보면 눈앞의 극명한 대비에 놀라는 날이 적지 않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태어난 그 아이들은 내 말에 가볍게 콧방귀를 뀌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빠르고 손쉽게 변화를 더해가는 디지털 시대에 발맞추어 가다 보면 미디어 기술의 발전과 우리의 웰빙이 나란히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한 풀리지 않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에 대한 속시원한 답을 유추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답은 제공할 수 없지만 [미디어 왜이래]에 연재하면서 그 미스터리의 실마리를 조금이라도 찾아볼 수 있다면, 혹은 단 한 명의 구독자에게 마음 깊이 울리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아마 2021년은 내게 조금 더 의미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Credited to Ales Krivec

미디어, 많이 들어봤지만 정확히 어떤 것들을 내포하는지는 곰곰이 생각해본 적 없다. 이번 기회에 찾게 된 정의는 이러했다: 우리의 생활에서 직접 접할 수 없는 정보를 전달해주는 매체. 지금까지는 막연하게 뉴스나 TV 따위의 것들이라 대충 넘겨 짚고 있었는데 엄밀히 따지면 사실 책이나 카카오톡과 같이 우리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어떤 수단이든 미디어에 포함되는 거였다. 이제는 골동품으로 전락해버린 유선전화도 마찬가지이고, 오늘날 우리들의 주머니속 슈퍼 컴퓨터인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서른 초중반의 문턱에 선 내가 20년 전에 옆에 앉은 짝꿍에게 써내려가던 손편지도, 오늘날 지구 건너편의 남자친구에게 보내는 페북 메신저도 전부 미디어에 포함된다.


미디어는 단기간에 그 속도를 가늠할 수도 없을 정도로 빠른 변화를 안고 왔고 동시에 다양한 사회 현상의 주범이 되기도 했다. 일례로 몇 년 전 화두가 되었던 페이스북 스캔들에 대해서 대부분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 일 때문에 페이스북이 소송을 당할 정도로 한 때 미국인들은 이 '디지털 깡패'로 인해 자신의 삶에 위협을 느끼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매년 '사생활 보호 위반'이 매년 급증하면서 연예인이나 사회적으로 영향력있는 공인들 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게까지 큰 상처를 남긴 사례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급변하고 진화하는 디지털 환경이 우리의 삶 - 웰빙, 사람들과의 교류, 행복도, 정보과부하의 악영향, 자살률 등 - 에 얼마나 관여하고 있는지 절로 물음을 던지게 된다.

Credited to Jan Kallwejt

실제로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다양하게 활개를 치고 있는 미디어는 양날의 검이 된 것 같다. 우리 삶을 다양한 면에서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주고, 불가능할 것 같았던 삶을 현실화 했다. 동시에 이용자의 분별력과 인지 능력을 파괴시켜 우리의 삶을 이루는 진정으로 의미있는 것들을 등한시하게 만들면서 우리 삶 자체에 대한 의문을 던지게도 한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미디어의 순기능에 동의한다. 팬데믹 상황이 닥치면서 원래의 역할에서 더 나아가 이제 디지털 미디어는 삶의 필수재가 되어 버렸다. GPS와 소셜미디어만 연결되어 있으면 세계 어디에서도 손쉽게 우리가 원하는 맛집이나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을 수 있고 어디서든 세계 각국의 베스트 셀러 책들을 읽을 수 있고, 이웃 나라의 전통 음식 레시피를 재현해 이국적인 식사를 경험할 수 있다. 우리는 이제 단 한 사람도 마주침이 없이 일주일치 장을 볼 수 있게 되었고, 시간이나 장소, 심지어 경제적 상황에도 크게 구애 받지 않고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언어 교사와 통화하며 원룸 책상에 앉아 새로운 언어를 배운다. 여행하며 만났던 타국의 친구들이 사는 삶을 클릭 한 번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고, 가방 가득 노트를 들고 다니지 않고도 도서관 하나 만큼의 서적을 손바닥 만한 디지털 노트에 담을 수 있게 됐다.


이처럼 디지털 라이프는 삶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물론 미디어의 발전이 우리 삶에 가져다주는 편리성에 대해서는 더 말해 봤자 입 아플 것 같다. 미디어 테크놀로지가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동시에 우리에게 정서적인 안정감도 제공해주는 것이 사실이다. 스마트폰이 있음으로 인해 우리는 안정적으로 이러한 삶의 편리를 누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미디어의 위험성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급발전하는 미디어 기술이 우리의 삶에 반대로 안좋은 영향을 미치는 모습 역시도 쉬이 확인할 수 있는데 게중 가장 두려운 것은 우리의 분석적 사고, 창의력, 정신적 회복력, 기억력, 집중력 등 다양한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이런 쇠약해진 인지 능력을 따라 일시적인 도파민 반응에 중독될 확률도 높아질 것이고 능력을 잃게 된 감정 조정력은 사회적 마찰과 혼란을 일으킬 것이다. 그 뿐인가. 정보 과부하, 신뢰 감소, 사회성 감퇴, 정보의 빈부격차 등의 이유로 삶은 더욱 무기력해 질 것이며 많은 사람들이 스트레스, 걱정, 불면증, 우울증을 겪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모든 악영향은 사람이 가진 고유한 기능이나 능력을 잃게 된 것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급격히 발전해온 미디어 기술은 사회적인 동물인 우리 인간의 정신 건강에 필수적인 요소인 '교류'를 무자비할 정도로 빼앗아갔고 우리의 인지부조화나 편향된 지각 능력을 이용, 혹은 악용, 해 더욱 연약하고 수동적인 존재로 만들었다. 우리가 순간 집중력이나 주의력을 잃고 있다는 좋은 예는 디지털 라이프를 살아가면서 365일 24시간 멀티태스킹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ㅡ 일을 하면서 스마트폰 알람을 계속 확인하거나 친구와 대화를 하면서 다른 친구의 깨톡 대화에 답장을 하거나 하는 것 말이다. 이 때 우리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일 사이에서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하며 기억력과 주의력을 감퇴시키는 데 일조해 왔다.


이렇게 장애를 입은 기억력과 주의력은 우리를 산만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부정적인 요소들을 찾는 것에 집착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도 봤다. 짧고 자극적인 컨텐츠를 즐기는 것으로 대표되는 스낵 컬쳐 (Snack culture)가 오늘날 많은 청소년, 청년들의 문화가 되어 가며 더욱 깊은 문맥의 책이나 신문을 읽는 것에 장애가 생기고 있다는 것 역시도 우리의 미래에 의문을 갖게 만든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도파민 중독을 야기하는 10분도 채 안되는 '찰나적이고 끔찍한' 컨텐츠에 주의를 빼앗겨 삶에 일어나는 긍정적인 일, 중요한 관계나 교류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해보면 참으로 위태로운 상황이 아닐 수가 없는 것이다.


미디어가 양날의 검이 되었다고 말했다. 우리가 자제력과 통제력을 가지고 지혜롭게 사용한다면 우리는 현대 기술 발전의 엄청난 수혜자가 될 것임에 틀림 없고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일들을 현실화 하면서 우리의 잠재력을 실현시켜 나갈 것이다. 하지만 잠시라도 찰나의 도파민 중독에 길을 내어준다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과 비교될 정도의 자제력 상실을 경험할 것이고 우리는 우리가 원했던 자신을 실현시키는 것에서부터 더욱 멀어질 것이다. 하여 앞으로 연재될 글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나갈 수 있는지, 어떤 노력들을 기울일 수 있는지 탐구해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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