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비건이 아닙니다. 하지만, 비건 비슷한 것이 되려고 시도한 적은 있었지요. 처음 육식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것은, 제 스무 살, 그러니까 2008년도의 일이에요. 고등학교 때부터 환경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어요. 그래서 수능 공부랍시고 그린피스 영문 뉴스레터를 받아보며, 공부도 하고 겸사겸사 국제적인 환경 관련 운동을 접했었어요. 단순히 고래와 북극곰을 좋아하는 것이 시작점이었어요. 북극곰의 생활 터전이 기후변화로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 마음이 정말 안 좋았거든요.
그렇게 시작된 관심사는 당연히 메탄 배출량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축산업에서 배출되는 메탄의 양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스무 살에 처음으로 "육식 중단" 선언을 했었답니다. 나 하나라도 안 먹기 시작하면, 축산업에서 만들어 내는 고기의 양이 적어지지 않겠냐 하는 순진해 빠진 생각에서 비롯된 일이었어요.
그 해, 저는 공대의 새내기가 되었어요. 우리 과는 무슨 행사가 있을 때마다 단골집을 통째로 빌려 모임을 했었는데, 그때 매번 갔던 곳이 냉동 삼겹살 집이었습니다. 초반에는 끊임없이 냉동 삼겹살이 구워지는 불판에 마늘만 구워 먹으며 열심히 저항했습니다. 사실 고기 맛도 잘 몰랐기에, (아니면 그 집 고기가 맛없었는지) 고기가 먹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었어요. 그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저를 보는 사람마다 왜 고기를 안 먹느냐고 질문을 하는데, 그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을 하는 저에게 돌아오는 반응이었어요. 저는 매번 받는 질문에 성심껏 답하며, 한 명이라도 내 생각에 공감을 해주고 변해주길 바랬는데, 제가 들은 말 중 여전히 기억에 남는 말은 "지랄하네, 그냥 먹어."였어요. 이 반응이 너무 공격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2008년은 지금처럼 채식주의가 잘 알려지지 않은 때이기에, 제가 충분히 "별난 애"로 보일 수 있었다고 생각은 해요.
* 한국채식연합(KVU)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 채식 인구는 약 1백50만 명으로 2008년 15만 명에서 10배 이상 증가했다.
STOP이라는 표지판 아래, "육식"이라는 스티커를 붙이는 채식주의 익명성 캠페인
그래서, 지금의 저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안타깝게도, 제 스무 살의 육식 중단 선언은 오래가지 못했어요. 20대 중반에 고기 맛을 알아버린 것도 이유라면 이유겠지만, 육식을 하는 사람들을 야만인인 양, 죄책감을 느끼게 만드는 극단적인 채식주의 캠페인에 거부감을 느끼기도 했었어요. 흑이 아니면 무조건 백이어야 하는 듯한 그런 압박감이 있는 듯했어요. 게다가 비건이 트렌드가 되어, 그에 부합하고자 무엇이든 다 비건 라벨을 붙이는 지금. 저는 이런 질문을 꾸준히 던집니다. 우리의 음식 소비 방향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내가 변한 것일까, 아니면 이 비건 트렌드가 그저 속 빈 강정인 것일까?
지금부터는 비건을 위한 대체식품으로 알려지며 최근 5년 사이 각광을 많이 받았던, 아보카도, 아몬드 우유 등을 살펴보며 지속 가능한 소비 방법에 대해서 얘기해보려 합니다.
1. 아보카도
미국 유명잡지에서 슈퍼푸드로 지정되며 엄청났던 붐을 일으켰고, 수요에 부응하고자 5년 정도 되는 시간 동안 공급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그 결과, 현저히 낮아진 가격으로 지금은 거의 많은 사람들에게 사과, 바나나처럼 일반적인 과일이 되어버린 아보카도. 관심을 조금 가져 본 사람이라면, 이미 아보카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들어보셨을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먼저, 아보카도는 1kg를 수확하기 위하여 2000리터의 물을 필요 (출처: 더 가이언)로 한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생산지가 중남미로 이미 물이 풍부하지 않은 국가들인데, 심각한 가뭄으로 현지인들의 생활이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칠레의 아보카도 생산지. 메마른 땅임을 사진으로도 알 수 있다. 출처: 더 가디언
다음으로, 수출하는 동안 숙성되지 않아야 하므로, 냉장시설이 되는 컨테이너로 배송이 되어야 하는데, 이런 타입의 컨테이너는 기후변화의 주범인 질소산화물을 대량 배출한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더 넓은 생산지를 위한 밀림 파괴 (링크 읽을거리: 조선일보), 마약 카르텔 돈을 대기 위한 아보카도 생산 같은 부가적인 문제점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2. 아몬드 우유
육식과 연관되어, 유제품 또한 많은 이슈가 되었지요. 우유 1리터를 생산하기 위하여,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고 600리터 이상의 물이 필요로 한다는 연구결과가 뒷받침되며, 아몬드 우유 (사실 우유라고 부를 수 없지만), 오트 우유, 쌀 우유 등등의 많은 대체 식품들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위의 연구결과를 반박하는 연구들도 있기에 한 연구결과만을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꼭 당부하고 싶습니다. 어떤 연구기관에서 연구를 한 것인지, 어떤 조건 내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나 물 소비량이 측정된 건지, 연구범위를 어디까지로 선정했는지에 따라 결과는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단순한 예로, 초원에서 풀을 뜯어먹고 자란 소에서 나온 우유를 그 지역 내에서 생산 및 유통하는 경우와 캘리포니아에서 자란 아몬드에 물을 섞어 한국에 판매하는 경우를 어떻게 우리는 단순 비교할 수 있을까요.
죽은 아몬드 나무 2015년의 캘리포니아 출처: CBS 뉴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아몬드의 80퍼센트는 캘리포니아에서 생산이 되고 있습니다. 아몬드 또한 2002년 슈퍼푸드로 지정이 되면서, 급격히 소비가 늘어나기 시작했지요. 캘리포니아는 덥고 건조한 지역인데, 아몬드 한 알을 만들기 위하여 5리터의 물이 필요로 한다고 합니다. 1리터의 아몬드 우유를 위해서는 약 6000리터의 물이 필요로 하다고 더 가디언지는 덧붙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2015년 한 기사에 따르면 캘리포니아는 4년 동안 기록적인 가뭄을 앓고 있는데, 최근에는 큰 산불(서울 면적의 6배)이 나기도 했었지요. 안타깝지만, 놀랍지 않은 결과였다고 생각합니다. 환경적인 부분뿐만이 아니라, 영양학적인 부분에서도 약점이 많은 아몬드 우유. 우유의 대체품으로 정말 건강하고, 바람직한 선택일까요?
두유는 한국에서 이미 자주 마시는 음료 중 하나이기에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수요가 우리에게는 그리 놀랍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두부, 육류 대체품같이 콩이 베이스가 되는 제품의 수요도 덩달아 늘어나며, 대두 생산지의 규모가 더욱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의 악마 기업 몬산토를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몬산토 기업은 제초제와 GMO 옥수수, 콩으로 유명한 기업인데, 이 제품들은 발암물질이 포함되어 있고, 여러 심각한 건강문제를 야기한다는 점이 끊임없이 얘기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산업을 위해, 채식주의를 위한 대체식품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더 이상 몬산토가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코코넛 밀크는 어떨까요. 코코넛 나무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인도에서 주로 재배되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일꾼들은 하루에 1달러도 안 되는 돈을 받으며 부당하게 일을 한다고 합니다. 뭐 하나 믿고 먹을 것이 없지요.
어떤 상황에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언제든지 있습니다. 또 그렇게 믿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 스무 살의 "육식 중단 선언"은 타의/자의에 의해 포기되었지만, 여전히 내가 가진 소비자의 힘을 믿고 소신 있는 소비를 하고 싶어요. 일단 페어트레이드 라벨이 붙은 제품을 사는 것, 트렌드에 따른 식소비를 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더불어, 가능하다면 생산지가 확실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최소의 탄소발자국을 가지는 제품을 사는 것이 좋겠지요. 그런 면에서, 국산 농산품을 먼저 생각하는 것,제철과일/채소를 소비하는 것이 우리가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게 도움이 되는 소비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원료의 생산지도 알기 힘들고, 대규모로 생산되어야 하는 (대규모 생산은 저렴한 가격에 대규모 개발, 달리 말하면 착취가 주로 요구된다) 글로벌 대기업의 제품들은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건이냐 아니냐는 내가 현명한 소비자인지를 판단하는 지표가 아닙니다. 육류 소비를 하더라도, 탄소발자국이 적은 육류를 소비하고, 합리적인 양만을 낭비 없이, 제 값을 주고 구매하는 사람을 동물의 권리에 무관심하다던지 환경에 관심 없는 사람으로 취급할 수 없겠지요. 개인적으로는, 맥도널드 같은 글로벌 프랜차이즈에서 비건 메뉴를 구매하는 것이 더 모순적인 선택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맥도널드 햄버거 패티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영향을 우리에게 미치고 있는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