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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이례 Jul 19. 2021

거리두기 4단계 일주일, 장사일지.

장사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려했던 대로 골목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거리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줄었고, 식당을 찾는 손님들도 술을 마시거나 오래 대화를 나누기보단 식사만 하고 일어나는 추세다. 테이블 단가 또한 확연히 줄었다. 인원수 제한 탓에 주문하는 양은 한계가 있고, 얼큰하게 취할 정도로 마시지 않는다. 두 명보단 세명이 재밌고, 세명보단 4명이 함께 할 때 텐션이 더 올라가기 때문일까? 첫날의 성적은 평소 평균 매출의 30%를 웃도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밤낮으로 매미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한 여름이 시작된 이곳은 가끔 부는 바람마저 뜨거운 공기를 운반할 뿐, 시원한 공기는 에어컨 속으로 들어가야만 느낄 수 있다. 밤이 되어도 낮의 열기가 식지 않는 열대야 현상과 함께 폭염주의보가 함께 내려졌다. 2018년 이후 역대급더위라고 하던데, 가히 짐작을 뛰어넘는 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무더위가 찾아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을 앞에 놓고 먹는 음식들은 피하게 된다. 불 위에 올려 구워야 하는 고기 요리라던가, 계속 끓이며 먹어야 하는 전골류의 음식들은 실내 온도를 아무리 낮춰도 바로 앞에서 열을 내뿜으며 덥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열치열이란 말은 뜨거운 음식을 아예 안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에 생겨난 것일지도 모른다. 칼국숫집에서 계절메뉴로 콩국수를 내놓고, 돈가스집에서 메밀국수를 내놓는 까닭도 날씨에 민감한 장사 탓이리라.


우리가게도 계절메뉴로 여름엔 열무김치말이국수 /겨울엔  잔치국수를 내놓는다.


곱창집도 비수기를 맞이하였다. 아무리 냉방기를 작동시켜도 끊임없이 불판 위에서 구워져야 하는 곱창 탓에 가게 안이 손님들로 북적일수록 시원한 공간과는 자꾸만 거리가 멀어진다. 거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거리 두기는 역대 제일 높은 단계인 4단계가 시행되었다. 밤 10시 이후 영업제한은 그대로 유지되며 오후 6시 이후엔 2인 이하의 모임만 가능해졌다.


거리두기 4단계가 발표되던 날부터 시작된 고민은, '가게 문을 닫아야 하나, 열어야 하나'였다. 사실상 락다운에 버금가는 이 시점에서 식당 문을 계속 열어둬도 되는 건지,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혹은 문은 여는 게 더 마이너스인 상황이 오는 것을 막기 위해 닫아야 할지 여간 고민스러운 게 아니었다. 그동안 거리 두기 상향 조치가 있을 때마다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동참하는 의미로 문을 닫아왔지만(직원들의 '안위' 역시 보장되어야 하기에), 이는 더 이상의 확산이 멈추면 이 모든 상황이 보다 단기간에 끝나리라는 판단하에 결정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악조건에서 장사를 해야 하는 상황은 지속되었고, 점점 장기화돼감에 따라 섣부르게 판단할 수 없어졌다. 그래서 우린 좀 더 추이를 본 후에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장사하며 별일 다 겪었지만, 지금 이런 시기는 다신 없을 시기일 것이다. 때문에 기록할만한 날들이라 느껴져 간략하게 적은 일주일간의 장사일지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요식업의 현실에 대해 서술해 보려 한다.


• 07.12. 월 /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된 첫날이다. 우려했던 대로 골목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거리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띄게 줄었고, 식당을 찾는 손님들도 술을 마시거나 오래 대화를 나누기보단 식사만 하고 일어나는 추세다. 테이블 단가 또한 확연히 줄었다. 인원수 제한 탓에 주문하는 양은 한계가 있고, 얼큰하게 취할 정도로 마시지 않는다. 두 명보단 세명이 재밌고, 세명보단 4명이 함께 할 때 텐션이 더 올라가기 때문일까? 첫날의 성적은 평소 평균 매출의 30%를 웃도는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 07.13. 화 / 우리 가게 근처의 프랜차이즈 곱창집이 웬일인지 문을 닫았다. 그 여파가 있었던 걸까? 젊은 2인 손님들이 꽤 찾아주었다. 포장을 해가는 손님들도 제법 있었다. 포장은 할인보단 양을 많이 주려 한다. 포장 용기에 담아내고 보면, 꽤나 양이 적다고 느껴질 수 있기 때문. 바로 피드백에 응할 수 없기에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 어제보단 경각심이 완화되어서인지, 근처 동일 음식 취급 식당이 문을 닫아서인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평균 매출의 60% 달성!


• 07.14. 수 / 너무 고맙게도 단골손님들이 많이 찾아주었다. 단골손님들 중엔 혼자 오시는 분들도 꽤 계신다. 10년 넘도록 찾아주시는 우리 단골손님들은, 어려울수록 더 고맙게 느껴진다. 덕분에 첫날보다는 많은 평균 매출의 52%로 마감하였다.


• 07.15. 목 / 6시 이후엔 2인 이하의 모임만 가능하지만, 6시 이전엔 4명까지 가능하다. 다행히 가게 오픈과 동시에 4인 손님이 찾아주셨다. 단골 가족 손님인듯하다. 1시간 안에 8인분가량을 드시고 가셨다. 마수걸이가 좋았던 탓일까? 꾸준히 손님들로 채워져 어렵지 않게 평균 매출의 60%를 채웠다.


• 07.16. 금 / 역시 불금은 불금인 건가? 일찍이 손님으로 자리를 채우고도 여러 번 회전이 되었다. 테이블 간 거리 두기로 인해 모든 테이블을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바로 앉지 못하고 손님이 가신 자리를 치우고 앉아야 했다. 자리 안내를 늦게 받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뭐라 하시는 분 없이 수월히 지나갔다. 다행이었다. 오늘도 단골손님들이 많이 보인다. 보통 9시 이후부턴 손님 발걸음이 뜸한데, 꽤 늦은 시간까지 식사하러 오시는 분들이 계셨다. 금요일 덕을 본 건지, 오늘은 평균 매출의 90% 달성!


• 07.17. 토 / 오후 5시 오픈과 동시에 세 팀의 손님을 맞았다. 시작부터 분주히 움직이던 중 포장 손님도 꽤 있었다. 오후 8시 반쯤 발길이 끊겼지만, 초장에 꽤 있었던 터라 어제와 비슷한 성적이다.


•07.18. 일 / 냉풍기를 몇 개 사다가 놓았다. 에어컨과 선풍기를 아무리 풀가동해도 시원해지지 않는 자리가 있었는데, 에어컨만큼 시원하진 않지만 차가운 바람이 불어주니 더위에 대한 불만은 나름 해소되었다. 이상하게 많이 바쁘지도 않았고, 이렇다 할 단골손님만 왔던 것도 아닌데 매출이 평균의 70%가량 찼다. 이럴 땐 테이블 단가가 확 올라가는 값비싼 메뉴가 많이 나갔다거나, 술을 많이 마셨을 경우다. 감사하게도 평소 역량의 50% 이상이 나와주어 다행인 하루였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골목상권의 식당 및 카페 등 음식점의 매출이 25.2%가량 감소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유동인구 자체가 크게 줄었다. 그나마 우리 식당은 거대 상권이 아닌 주거지 근처에 자리 잡고 있어 다행인 편이다. 게다가, 곱창집은 대부분 단골손님이 많다. 앞선 글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지만, 곱창은 매입도 쉽지 않거니와 세척과 보관방법 및 초벌 조리방법에 따라 그 맛이 가게마다 천차만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단골의 힘은 대단했다. 게다가 코로나 사태 이후 낯선 가게를 방문하는 것을 꺼려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위 기사에 따르면 단골 효과로 인해 비거주민 위주의 번화가 상권보다 동네 상권은 비교적 작은 감소 폭을 보였다고 하니, 위 문단의 필자가 느낀 바가 검증된 셈이다.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hm&sid1=101&oid=023&aid=0003626793

최대한 생동감 있게 전달하고자, "일지"를 작성해보았다. 크게 봤을 땐 아주 작은 단적인 "예"일뿐이겠지만, 또한 모든 식당들이 우리와 비슷한 일주일을 보내진 않았겠지만, 보여주고 싶었다. 그 많고 많은 음식점들 중 하나는 이렇게 일주일을 보냈다고. 길고 지루한 시간 속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맞이하기까지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쳤지만 결국 일주일을 이렇게 버텨내었다고. 


사실, 지금쯤이면 팬데믹 현상도 점차 완화되어 일상으로의 복귀도 기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기대감은 다시 한번 커다란 실망만을 안겨주었다. 십수 년 동안 장사를 해오며 수많은 고비를 넘겨왔기 때문에, 엄마는 이런 날이 계속될수록 버텨야 한다고 말한다. 결국에 살아남는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며.


계속해서 무너지는 하루가 반복되더라도,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단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고, 모든 손님은 잠재적 단골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쯤에서 우린 더 이상 희망을 노래할 힘이 남아있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린 선택할 수 있다. 어떤 노래를 부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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