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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외이례 Sep 29. 2021

올림픽, 그 후.

도쿄 올림픽의 지속가능성 점수는 몇 점?

수많은 구설수에도 불구하고 2021년 7월 23일에 개최된 2020년 도쿄 올림픽의 열기는 대단했다. 스포츠 스타들의 활약과 그들의 열정을 보며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했고, 코로나로 오랜 기간 지쳐있는 우리에게 활기를 주는 건전한 엔터테인먼트였음을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 이미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에게도 오랜 꿈의 무대이지만, 어린 스포츠 꿈나무들에게 좋은 자극이 되는 멋진 전 세계인의 이벤트. 올림픽의 역사는 인류 역사 속의 중요한 가치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분열을 넘어 평화로운 장면이 연출되기도 하는 감격적인 행사기에 이번 글의 운을 떼는 것이 유독 조심스럽다.

2006년 제20회 이탈리아 토리노 겨울올림픽 개막식에서 남쪽 이보라(왼쪽)와 북쪽 한정인이 한반도기를 들고 남북한 선수단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내돈쓰는데왜이래]가 올림픽의 무엇을 지적하려고 이렇게 인트로를 장황하게 쓸까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 텐데, 올림픽 기간을 제외하고 우리의 이 끝나지 않은 2021년 한 해가 어땠는지 잠시 함께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올림픽이 개최되기 며칠 전부터 벨기에에 쏟아진 폭우는, 전례 없는 홍수피해로 이어져 41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집을 잃은 사람도 속출했다. 서부 독일 역시 한 지역의 지형 자체를 하루 사이에 변하게 할 만큼 강력한 홍수 피해로 많은 이들이 피해를 입었다. 또 다른 국가들은 걷잡을 수 없는 산불로 돌이킬 수 없는 환경 파괴를 경험했고, (읽을거리 : 중앙일보 기사) 7월 말 브라질에 갑작스레 내린 눈은 우리를 웃프게 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나는 타국에서 한국 선수들의 경기를 잘 챙겨볼 수 없었다. 그러다 보니 올림픽에만 집중되지 않고 세계 이모저모를 미디어를 통해서 접하게 되었는데, 이 세계에 일어나는 상황들이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도쿄 올림픽의 슬라럼 경기장을 보며 "저 인공 급류를 만드는데 에너지가 얼마나 소비돼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번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사용된 시설들은 어떻게 처리될까"와 같은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그렇게 올림픽의, 올림픽을 개최한 도시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어 졌다. 이번 글에서는 결국에 "내 돈"인 세금이 막대하게 쓰이는 이 대규모 행사를 위해 우리(정부와 올림픽 위원회)가 말하기 꺼려하는 부분에 대해서 얘기를 해볼까 한다.


토론의 나라답게 프랑스 공영채널에는 토론 프로그램이 굉장히 많은데, 도쿄 올림픽 기간 동안 중점적으로 "올림픽 이대로 괜찮은가"와 같은 주제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올림픽 같은 대규모 스포츠 행사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토론하는 것을 보았다. 올림픽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2000년대 초부터 얘기가 되어왔으나, 지금까지도 명확한 기준이 제시되지 않았고, 또한 지속가능성을 수치화할 방법도 구체화되지 않았다는 것이 현시점이다. 비관적인 마음으로 리서치를 하던 중, 스위스의 대학 교수들과 뉴욕대 교수가 함께 지필 한 "올림픽 게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평가"라는 반가운 논문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논문의 요지를 간단히 소개하며 가장 최근 있었던 도쿄 올림픽에 대한 평가는 어땠는지 살펴보겠다.


이 논문에서는 크게 환경/경제/사회라는 세 가지 분야에서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데, 각 분야는 다시 한번 세 가지 다른 평가기준으로 나뉜다. 결국, 총 9가지의 각기 다른 평가 기준으로 1992년 알버트빌 올림픽부터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여름/겨울 올림픽 별도로) 지속가능성 점수를 매긴 것이다. 결론으로 얼른 넘어가, 우리가 가장 궁금해할 도쿄 올림픽의 스코어는 어땠을까? 지속 가능한 올림픽이라고 크게 홍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2014년 소치올림픽, 2016년 리우 데 자네이로 올림픽에 이어 도쿄 올림픽은 뒤에서 3등이라는 스코어가 이 논문을 통해 결산되었다. (합산 점수 랭킹인 아래 그래프 참조) "지구와 사람을 위해"라는 슬로건을 내건 것 치고는 부끄러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이유로 골판지로 만든 침대, 폐가전제품으로 만든 메달, 탄소배출 마이너스 같은 홍보성 짙은 액션들이 "그린워싱"이 아니냐는 지탄을 받기도 했다.

출처 : 네이쳐 논문 An evaluation of  the sustainability of the Olympic Games 링크는 세번째 문단 속


이런 저조한 성적 뒤에는 다음과 같은 뒷받침 이유가 있다. 올림픽을 위해 새로 건설한 도쿄 스타디움은 탄소 배출량을 제한하기 위하여 주로 목재를 이용한다고 밝혔으나, 대부분의 목재가 팜유 생산을 위한 산림파괴가 이루어지는 인도네시아의 숲에서 수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일본 정부에 값싼 목재 사용 재고를 요청하는 14만 명의 서명운동이 2017년 스위스와 독일에서 이루어져 일본대사관에 전달되었지만, 선한 시민들의 소프트파워는 힘이 없었다. 필자의 이전 글에서 팜유 생산을 위한 산림파괴로 오랑우탄의 서식지가 사라지고 있다는 글을 쓴 적이 있으므로, 이 소식을 접했을 때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 모든 것이 관중도 없었던 텅 빈 스타디움을 짓기 위해서라니, 안타깝다는 말도 부족하다. 도쿄올림픽 위원회가 얘기하는 지속가능성에는, 인도네시아의 벌목과 그에 따라 발생한 생물다양성의 감소가 과연 산출에 고려가 되었을까? 올림픽 시설을 위해 부가적으로 필요한 인프라도 고려가 되지 않는 마당에, 건설 자재의 원산지에서 일어나는 지속가능성까지 고려했을 것 같지는 않다.

도쿄 올림픽 내셔널 스태디움의 모습. 주 건축 자재가 나무라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는 모습이다. (출처: Archdaily)

논문 발표가 도쿄 올림픽 개최 이전에 이루어져 실제 상황이 완벽하게 반영되지 않았을 거라는 의문을 주는 것이 이 논문의 한계점일 수는 있겠지만, 논문이 흥미로운 이유는 우리가 믿는 바/홍보되는 바와 다르게, 올림픽 행사가 회를 거듭하면서 점점 지속가능성의 스코어가 안 좋아진다는 점이 도출되었다는 것이다. 그럼, 이쯤에서 평창 올림픽의 스코어를 알아볼까? 16번의 올림픽 중에서 7번째에 해당되는 평타를 치는 성적이긴 하지만, 환경적인 측면만 고려했을 때 썩 좋은 스코어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종종 경제적 이득을 위해서라면 자연훼손을 야기하는 정부의 결정을 어쩔 수 없이 따르고 금세 옹호하기도 하는 경향이 있다. 대한민국의 백두대간을 자랑스러워하는 국민으로서, 평창 올림픽을 위해 파헤쳐진 정선의 가리왕산 알파인 스키장에 대해 이 글에서 꼭 알리고 넘어가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사진으로만 봐도 웅장한 가리왕산줄기가 일회용 스키장이 되었다. 출처: SBS뉴스

이미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모르시는 분들을 위하여 정선 가리왕산 알파인 스키장에 어떤 논의가 오고 갔는지 간단히 요약해보겠다. 가리왕산은 국립공원으로 개발이 제한되어 있는 구역이지만, 평창에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서는 올림픽 경기 기준 경사와 길이를 충족하는 스키장이 필요했다. 그 조건을 만족하는 유일한 지역이었던 가리왕산은 예외적으로 올림픽 스키장 건설 허가를 받았는데, 산림청은 올림픽 유치 후 복원을 한다는 조건 아래 허가를 내 준 것이다. 막상 2000억 원 이상을 들여 완성을 하고 보니, 올림픽 이후 관광시설로 사용되길 바라는 정선군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복원 결정이 지연되었다. 그런 이유로, 근 3년 간 스키장 시설은 유지, 보수 비용만 애꿎게 잡아먹으며 정부와 군민 간의 협의를 기다려야 했고, 2021년 6월 복원 준비 기간인 3년 동안만 곤돌라를 시범 운영하는 것으로 일단락 지어졌다.


올림픽 위원회와 군민들 그리고 정부의 이익이 얽혀 누구 한 사람만의 손을 들어주기에 힘든 논란인 것은 맞지만, 올림픽 유치하기 전과 후 정부의 의견 결정 방식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유치 전에는 환경단체를 의식하여 전면 복원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이제와서는 정선군민을 의식하여 올림픽 유산을 후대를 위해 남겨볼까 하며 뜸 들이고 있는 꼴이라니. 또, 기사를 읽기 전에는 정선군민으로서 하루빨리 복원이 되기를 바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 반대의 행보였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좀 놀라웠다. 극찬을 받은 스키장이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도, 후세에게 남겨주었을 때 시간이 지나며 더욱 값진 것은, 올림픽 기준을 충족하는 스키장보다 손떼가 묻지 않은 숨이 턱 막히는 자연경관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본다.


당장 3년 뒤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올림픽이 개최된다고 한다. 이미 파리는 현지인들과 관광객으로 인한 교통마비, 악명 높은 열악한 대중교통 시설, 테러/치안 문제로 충분히 골머리를 앓고 있지 않은가. 프랑스 정부가 내 건 환경 관련 전략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 번째는 탄소 발생이 적은 교통수단(뚜벅이, 자전거, 전기 버스나 자가용)을 이용하는 것이다. 도쿄 올림픽을 위해 이동한 선수들만 집계했을 때 만 천명이며, 프랑스가 예측하고 있는 파리 올림픽을 위한 유동인구는 3백만 명이라고 한다. 인구수를 떠나, 전기 자동차가 청정하다는 믿음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전기의 70퍼센트가 원자력 발전소에서 생산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전기가 부족하면, 화력발전소를 이용하는 독일에서 전기를 수입해 올 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두 번째로는 탄소중립화를 선언하며, 올림픽 경기를 100퍼센트 신재생에너지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생산하는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없고, 에너지 순환과정이 짧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발표된 것이 없다. 이쯤에서 파리 올림픽에 찬 물은 그만 끼얹고, 위 논문에서 제시한 단기간에 빠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방안에 대해서 언급해볼까 한다.


첫 째, 사이즈를 줄이자. 이 방안은 방문객의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새로운 시설의 건설을 막으며 전 방면으로 지속가능성을 향상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두 번째, 같은 도시 내 돌아가며 올림픽을 유치하자. 그러므로, 이미 지어진 시설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세 번째, 지속가능성 관리방식을 향상하자.


현실적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이런 논문이 꾸준히 발행되어 지속 가능하지 못한 대규모 이벤트를 개최한 것에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는 유발제가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타이틀에만 연연하지 않는, 보이는 것에 과하게 치중하지 않는, 소신 있게 건강한 균형을 잘 유지하는 국가들이 나타나 진정 우리가 후세를 위해 남겨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현명한 해답을 찾을 수 있기 바란다. 또한, 애국이 국민들 자긍심 중심이 되는 시기는 지났다. 이제는 한 국가 속의 나가 아니라 세계 속의 나로서, 장기적으로 어떤 행보가 지구촌에 도움이 될 것인가 고민을 해야 하는 시기이다. 재해가 지구 반대편에 일어난다고 해서 남의 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우리는 코로나를 통해 톡톡히 배우고 있다. 전 세계는 어느 때보다 더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고 우리는 생각보다 서로에게 더 많이 의지를 하고 있다. 파리의 럭셔리한 이미지에 감춰진 이면들에도 더 관심을 가지고, 지구촌의 일원으로서 냉철한 시선을 가지고 파리올림픽이 어떻게 준비되고 운영되는지 잘 지켜보자. 더불어, 꺼진 불이라고 해서 무관심해지지 말고, 도쿄 올림픽의 후폭풍은 어떨지, 평창 올림픽 시설들은 앞으로 어떻게 처리가 될지 더 관심을 가지고 필요하다면 국민의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더 읽을거리 :

도쿄 올림픽 관련 -

WWF : Tokyo Olympics in danger of failing to be sustainable

Dezeen : Tokyo 2020 Olympics accused of "superficial" sustainability efforts

Dezeen : Japan urged to stop using deforestation-linked wood for Olympic stadium

NPR : The Tokyo Olympics Isn't Eco-Friendly Enough, Critics Say

다음 기사 : 日올림픽 카누경기장에 '굴 대량 서식'..제거에만 15억 원


평창 올림픽 관련 -

칸 : [알아보니] ´65조원´···평창동계올림픽 경제효과 진실은?

한겨레 칼럼 : 평창 겨울올림픽 ‘경제효과’는 얼마나 되나?

네이버 포스트 : 올림픽의 저주, 평창에도 닥칠까?

스포츠경향 : 평창올림픽 유산 ‘정선 알파인경기장’ 국민 힐링공간으로 거듭난다

공인중개사 알비노 네이버 블로그 : "세금을 이렇게 써도 되나요"…2천억짜리 일회용 스키장

아주경제 : 올림픽 유산 '정선 알파인스키장' 존폐 위기


파리 올림픽 관련 -

파리올림픽을 반대하는 사이트 : NON aux JO 2024 à Paris

시사저널 칼럼 : 2024 파리올림픽, ‘독이 든 성배’일까

프랑스 원자력 : Nuclear Power in France | French Nuclear Energy - World Nuclear Association


그 외 -

헤럴드경제 : "[세상읽기] 이제 올림픽의 환상을 깨자"

한겨레 : 한반도기 들고 공동입장…남북 ‘평화의 평창’ 연다


메인사진 출처 : Tokyo Olympics closing ceremony: special effects, secret drone light sh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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