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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예술가의 일지
Sep 06. 2023
어느 예술가의 일지7
주름살 안에 이야기가 담긴 사람
1. 주름 미래 거울 : 거울아, 내게 자유를 줘.
이제 막 하나씩 생기는 주름들.
그 주름들 사이에 나이든 나의 모습이 거울보듯 보였다.
그 모습이 상상되니 '어떻게 늙고 싶은가?'라는 조금은 선명한 질문이 나에게 찾아왔다.
30살이 되니 해야 할 것들이 늘어난다.
집도 있어야 한다고 하고,
결혼도 좋은 사람과 해야한다고 하고,
직장은 이름 난 곳이면 더 좋고,
부모님께 효도도 하면 좋고,
물론 나도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어떻게 늙고 싶은가?'라는 질문에서
내가 진짜 갖고 싶은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다.
내가 진짜 갖고 싶은 것은 '자유'다. 언제나 '자유'였다.
나는 계속해서 연기하고 글을 쓰는 길을 걷고 싶다.
2.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글쓰기와 연기를 함께 병행하는데 있어
그동안 어려움은 정말 많았고,
올해 특히 연기에 정말 재능이 없다는 것도 알았지만,
그래서 글쓰기만을 전문적으로 해야할까
정말 많이 생각했지만,
다시 고민해도 결론은 같다.
마음껏 표출하고, 무대를 오가는
나의 먼 미래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온전한 나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 나는 지금껏 달려왔다.
내가 욕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한 것이 아니고,
배우가 원래 꿈이었는데 못해서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글을 이용해서 배우를 하려는 것도 아니고,
글을 못써서 배우를 하려는 것도 아니고,
정말 나의 온전한 세계를 만드는 것, 그것이 내꿈이라서,
그것만이 나의 자유를 찾는 길이라 믿고 있기 때문에
계속 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가 매번 실패였을지라도
내가 애쓰는 이유는 늘 그 꿈을 향해 있었다.
그게 욕심이라면 그건 어쩔 수 없다.
먼 미래에 눈빛과 표정, 걸음걸이로 누군가를 사로잡는
내 자신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화를 내고, 울고, 웃고, 뛰어다니고, 춤추며,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는 내 자신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이야기로, 사람들이 그 속을 여행하게 하는
내 자신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펼치는
내 자신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내 머릿속이 온통 이야기 뿐인
내 자신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만든 세계 속에서 나를 던져 자유를 만끽하는
내 자신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다.
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내 안에는 그런 내가 있다. 정말 있다.
3. 그때서야 나만의 삶
그리하여 그때서야 남들이 갖는 평범함을 갖고 싶다.
그 꿈을 통해서 돈을 벌고, 모으고, 내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나만의 집을 얻고, 가족이 생기고, 중심을 잡고 사는 것,
그래야 그것이 나만의 삶이 될 것 같다.
해야 해서 따르다가 얻게 된 것들은
진짜 내 것 같지가 않을 것 같다.
조금 속도가 느리더라도
그렇게 나만의 고유한 삶을 만들고 싶다.
4. 계속
지니와 마젠타도 계속 할 것이다.
실패한 이야기들도 실패하지 않을 때까지 계속 쓸 것이다.
1인극도 계속 도전해볼 것이다.
계속 할 것이고, 또 할 것이고, 또 할 것이다.
5. 춤 추는 인생
올해 여러가지로 몸을 움직일 여력조차 안될 힘든 일들이 많았다.
하지만 무용을 포기하지 못하고, 매일 1일 1바를 하자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매번 그 계획은 실패하고, 스스로 춤을 춰보자는 계획도 실패하지만
또 결심하고, 또 결심할 것이다. 내일은 꼭 일어나자마자 산책을 하고 춤을 춰야지.
춤을 추는 인생을 살야지. 춤 추는 인생을 포기하지 말아야지. 계속 춰야지.
6.
멋진 여자가 되어야지.
7.
나는 나로 뻗어나가는 사람이 되어야지.
8.
그 주름살들 안에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