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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느 예술가의 일지 Jan 02. 2024

어느 예술가의 일지9

반갑다 2024

이상하리 만치 새해가 밝자마자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곳이 나의 작업 일지와 연습 일지들을 적어 나가는 곳으로 기획(?)했던 만큼

예술가로서 계획들을 이곳에 적을까 한다.


사실 별 건 없다.

(그래서 새해부터 애인님에게 카페로 끌려가 구체적인 계획들을 세웠더랬다.)


- 주어진 작품과 상황을 충실히 보내기.

-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보내기.


이건 계획이라기보다 예술가로서의 좌우명에 가깝겠지?

좌우명이라는 게 생겼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여러 해 예술가로서 살아보면서 큰 야망과 목표들은 오히려 나의 작품을 해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 욕심과 야망, 사실은 뭐 그렇게 크게는 없었는데..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면 나의 야망과 욕심은 누군가가 나를 무시하는 것 같을 때, 억울한 상황일 때, 꼭 보여주리다와 같은 야망 아닌 야망으로 발현되지만, 그렇게 해서 쓴 작품들은 세상 밖으로 결국 나오지 못했다. 물론 그 좌충우돌의 시간도 필요했고 그 절박함과 조급함도 큰 배움을 주니까 의미 없진 않는 것 같다. 그 과정을 거쳐 미운 마음이 깎이고 깎여 작품에 객관화가 되어 작품이 무대화로 이어지는 경우도 만났다.


내가 무언가를 꼭 보여주리다,라는 마음보다는 한 이야기가 간절할 때 작품이 관객을 만나게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야기를 사랑하고 오롯이 잘 탄생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다. 애를 낳는 과정과 작품을 비유하는 건 정말 구리다고 평소에 생각했지만(다시 생각해도 진짜 구리다)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그 순수한 마음이 필요하다고는 조심스럽게 말해보고 싶다. 아니다, 부모와 아이를 비교할 필요도 없이, 작가는 순수한 사랑! 을 해야 한다! 이 순수한 사랑이라는 말도! 참 사랑이 뭐가 순수해라고 항변하고 싶고! 아무튼 사랑을 해야 한다! 어떤 사랑일까? 아가페적인 사랑일까? 세상을 향한 사랑일까? 한 세계를 만든 만큼 신과 같은 사랑일까? (무슨 사랑인지는 2024년에 더 고민해 보기로 하고...)


- 결국 작가는 내 욕심과 사심을 내려놓을 의무가 있으며,  

- 나의 내면을 잘 들여다보고 그 타이밍에 진솔하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야 한다.  

- 그 이후에 다른 창작진들을 만나게 되었을 때  그때부터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타인을 믿는 수밖에 없다.


그게 참 어렵고 때때로 창작을 하며 억울하고 외롭고 슬플 때도 있었는데, 돌아보니 결론은 그렇다. 누군가도 나의 과정을 (작가로서) 기다려주는 만큼 나도 함께하는 창작진들을 그러한 시선으로 바라봐주려 노력하고 노력해야 한다. 너무 착한 척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결국 그것이 나를 위한 길이자 모두를 위한 길이다.  


과거를 돌아보는 일은 결국 지금 현재와 연관이 있다. 2022년이 아쉬워 2023은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해보려 했다. 2022년, 평범해 보이는 삶들(월급 받고 사는 삶)이 부러워 글로 돈을 벌어보자고, 평범하게 살아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몸과 마음이 참패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 하고 있는 건데 하고 싶은 걸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2023년에는 하고 싶은 것을 해보려 했다. 정말 하고 싶은, 마음속에 있던 것들을 해보기도 했는데 (이룬 느낌은 아니라서) 한 해를 잘 보냈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면서 (하고 싶은 걸 했기에 괴로움은 덜하다) 더 막막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못하고 부족한 나를 끝없이 마주치니까 대인관계든 사회생활이든 연기든 글쓰기든) 내 편이 없는 기분을 참 많이 느꼈지!  그래도 무언가를 해야 하는 게 삶이고, 작년의 내가 올해의 나를 만들었으니, 올해의 나는 내년의 나를 만들 것이다. 그래서 세운 계획 없는 계획이 저것이다. 주어진 작품과 삶과 하루에 최선을 다하기. 그래야 지금의 부족함에 허우적거리지 않고  채울 수 있을 것 같아서! 마음을 들여다보며 올해는 내 마음속의 이야기를 최선을 다해 꺼내고, 또 많은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해가 난무하고, 때때로 하고 싶은 말이 제대로 잘 안 나올 때가 많고, 서툴고,  또 미움을 받고 있다고 느껴질 때도 많은 나지만, 진심을 다해서 글을 쓴다면, 글의 신은 내 마음을 언젠가 알아주겠지? 그래서 그 신은 나를 둘러싼 오해를 풀어주시고 나를 미움받지 않게 해 주겠지?  그저 주어진 이야기에 최선을 다하는, 마음을 다하는 작가와 예술가가 되길 바라는 새 해의 둘 째날이다. (한 해가 빠르게 시작되기 전에 얼른 작년에 한 작업들을 하나씩 돌아봐야지! 구체적인 계획들은 부끄러우니까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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