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는 아이들의 강인함
* 학원을 다니고, 최근 결혼을 준비하다보니 학원 수업 외에 책을 시간 내어 읽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창비에서 '4×4의 세계'라는 책의 서평단을 모집한다길래 지원해서 책을 읽었다. 서평단을 지원한 이유 중 하나는 '아이들이 희망을 찾아나선다'는 책의 소개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어떻게 '희망'을 찾아나설까?
1. 희망을 찾는 첫 번째 방법 : 병실 천장 위의 네모난 칸 4×4 16칸 속에서 나와 너를 알아가기
누군가에게 병실은 감옥 같은 절망이 가득한 곳일지 모른다. 척수에 문제가 생겨 아주 어릴 적부터 휠체어를 탄 채 병원에 있어야 하는 '가로'가 별명인 제갈호(주인공)에게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가로는 매일 보는 16칸을 통해 타인과 나에 대해 질문을 하며 희망을 찾는 법을 배워나간다.
이해가 되지 않는 할아버지의 좋은 점을 네모난 칸 속에 채워보기로 하는 가로.
도서관에서 작은 메모와 낙서를 통해 만나게 된 가로와 (별명을 세로로 지은) 세로가 빙고게임을 주고 받으며 우정을 나누기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 책, 가고 싶은 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상대를 이해하는 동시에 나를 이해하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좋아하는 것들에 관해 실컷 이야기를 나눈 뒤에는 싫어하는 것들로 넘어갔다. 둘다 병원 생활에서 싫어하는 게 많이 겹쳐서 한참을 웃었다. 병원밥, 딱딱한 침대, 새벽에 하는 체온 검사와 혈압 검사, 커튼 색깔, 화장실 휴지, 배변기록....
그러고 나서는 태어나서 가 본 장소들과 이제껏 만난 친구들 이름, 받아본 선물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제는 가보고 싶은 장소, 해 보고 싶은 일, 되고 싶은 존재에 대해 탐구중이다. 우리는 실제로 '빙고'를 외치진 않지만 서로의 칸에서 같은 단어를 발견하면 '빙고'를 외치게 된다.
세로와 빙고 칸을 채우면서 나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기억하는 것, 가져본 것...
2. 희망을 찾는 두 번째 방법 : 꿈을 꾸기
가로와 세로는 싫어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다, 이내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가로와 세로는 함께 수많은 꿈을 꾼다.
둘에게는 똑같은 꿈이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3. 희망을 찾는 세 번째 방법 : 할 수 있는 것을 하기
비가 많이 온 다음날. 미쳐 땅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지렁이들은 죽어있다. 세로는 무덤을 만들어준다. 하지만 다음날이면 미화원 아저씨가 청소를 한 탓에 세로가 만든 무덤은 사라져있다.
어차피 사라질 것을 뭣하러 하냐는 가로의 질문에 세로는 이렇게 답한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어."
그리고 할아버지도 새로운 어린이 환자의 간병인이 어린이 환자를 막대하는 모습을 보고, 간병인과 끝까지 싸운다. 가로는 이때도 이기지도 못할 싸움을 왜 하냐고 묻는다. 할아버지는 이렇게 답한다.
"지지도 않았잖아?"
가로는 척수 이상으로 어느 순간부터 걷지 못하고 휠체어를 탄다. 걷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말에 가로는 이제 걷는 것을 포기해야 하냐고 묻는다. 그러자 의사 선생님은 답한다.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야. 그렇지만 호야. 걷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
"그게 뭔데요?"
"살아가는 거야. 다시 살아가는 것. 너는 그걸 해내는 중이야."
그렇게 가로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생을 배운다.
우리들의 인생은 이렇게 무언가를 성공하고 이루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살아가고, 무엇이든 끝까지 해보는 것에 중요한 것이라고.
4. 희망을 찾는 네 번째 방법 : 서로를 응원하기
부족하지만 함께 서로의 부족과 아픔을 채워주는 세로와 가로.
서로의 소원을 빌어주는 세로와 가로.
가로가 퇴원을 하고, 세로는 몸이 더 아파져 만나지 못한 채 헤어지는 순간 받았던 편지들. 책을 읽으며,
서로를 응원하고, 서로를 다시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희망을 만들어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따뜻한 마음들이 진짜 우리에게 희망과 기적을 만들어낸다!
네모난 열여섯 칸 위 절망을 그릴 수도 있는 칸에 아이들은 희망을 그려낸다. 아이들의 힘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작품에 큰 힘은 '정성'이다. 글을 읽는데 왜 정성이 가득 담긴 글이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들었다. 이야기 안에, 활자 안에 정성과 마음이 느껴진다는 게 참 신기하다. 그래서 오늘도 책을 읽으며 모든 작가들이 작품 하나를 쓸 때 정성을 들이겠지만, 그 힘이 강력한 작품은 더욱 더 오래오래 사랑받겠구나 생각했다. 이 책도 그런 책들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요새 동화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짧고 단순해보이는 문장 속에 깊은 철학이 하나하나 들어가있는 아동문학의 매력. 어른들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배워야할 점이 많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