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예술가의 일지 32

희망 찾기

엄마가 울다 사라지면, 나는 나 혼자 있었다.

누구도 내 곁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가만히 혼자 있고 싶었다. 아무 생각도 안하고 싶었다.

그럼 가만히 누워있다 잠을 청했다.

겨울 햇살은 유달리 더 따뜻하게 느껴진다.

낮잠이 잘 왔다.


신춘문예를 쓸까, 드라마 공모전을 끝까지 제대로 준비해볼까?

그런 생각을 하다, 쓰지 못하고 멍을 때렸다.

진짜 가만히 멍.


(최근에 한 학생과 통화로 어머니께 멍 때린다 했는데,

왜 우리 아이를 부정적으로 보냐며 뭐라고 하셨었다.

'멍'이 나쁜 건가?)


신춘문예로 생각해놓은 아이디어는

벌레와 인간이 역으로 뒤바뀌는 이야기다.

처음에 작가님께 보여주니

작가님이 '이건 카프카잖아요.' 라고 하셨다.


카프카를 쓰고 싶지만, 또 쓰기가 싫다.

왜냐하면 혐오하고 증오하는 것들은

온 세상 투성인데, 왜 내가 그것을 써야 할까?


아무래도 나는 글을 통해 '희망'을 찾고 싶은 것 같다.


이야기에는 저마다 때가 있는 것 같다.

이번에 쓴 복희 이야기는, 5년전에 실패로 남겨놓은 이야기다.

엄마의 질문과 물음이 때때로 나에게

복희에 대한 질문과 물음으로 남는다.


가족을 다 잃게 된 복희는

이제 무엇으로 인생을 다시 되찾을까?

그 질문 앞에 나는 너무 어렵다.


죽음을 찾는 누군가에게

이 세상엔 이 희망도 있고, 저 희망도 있고,

하며 마치 아름다운 꽃들을 보여주듯

내가 찾은 희망을 보여준다한들,

가망이 없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그러나, 내가 붙잡은 희망이,

글쓰기라서, 또 한번 써본다.

복희의 인생을. 그리고 복희의 희망을.

그러면서 우리 엄마의 인생에 대해 질문해본다.


당분간은 희망이 있는 이야기만 쓰고 싶고,

나는 희망을 믿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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