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 Witch 24개의 질문
그건 아마도 모임의 출발점이, 방향을 잃은 내 고통에서 비롯됐기 때문일 거야.
한번 상상해봐. 드넓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던 새가 갑자기 날개가 꺾여서 둥지 안에 갇힌 기분, 어땠을 것 같아? 내가 회사 일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게 됐을 때가 딱 그랬어. 둥지 안의 삶, 피할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삶, 그게 나한테는 커다란 숙제였지.
이 둥지가 내 전부라면, 내가 왜 공부를 했을까
출산휴가 3개월 말고는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역꾸역 회사에 다닌 이유가 뭐였을까
만삭의 몸으로 코피 쏟아가면서까지 석사를 마친 이유는 또 뭘까?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내 사회적 선택들이 조롱처럼 느껴지기도 했어. 그러다 또 어떤 날은 '내가 유난히 자기중심적이라서, 삶의 주도권을 놓지 못하는 건가' 하면서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고.
그러던 어느 날, 놀이터에 앉아 멍하니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들, 유모차를 끌고 동네를 거니는 여자들을 보다가 깨달았어. ‘아,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급격한 삶의 변화를 버티는 게 다들 쉽지 않구나.’
문득 ‘이 사람들이랑 같이 제2의 인생을 위한 공부를 하면 어떨까?” 상상을 하게되었어. 자기를 갉아먹는 생각의 고리를 끊고,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서로를 돕는 공부 모임을 하고 싶었지.
그 상상이 구체화되고 현실이 되어 독서모임을 시작하게 되었어. 꼬박 10년이 걸린 셈이네.
결론적으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사는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들, 그중에서도 기혼 여성이 많을 수밖에 없어. 만약 육아 때문에 경력이 끊기고 새 삶을 준비해야 하는 경우가 남자들에게 더 많았다면, 지금쯤은 남자 회원들이 훨씬 많았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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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여자들의 수다에 대한 편견이 있잖아. 이를테면 시댁 얘기, 남편 욕, 자식 자랑이나 드라마 같은 거? 모임 분위기는 어때?
누구든 이 모임에 발을 디뎠다는 건 꽤 큰 의미가 있어.
생판 모르는 사람들 속에라도 뛰어들어서 자기 삶을 다시 찾겠다는 결심이 선 거니까.
“어떻게든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겠다”는 마음으로 오는 사람들이라 얼마나 진지하고 열심인지 몰라.
솔직히 처음 모임을 기획할 때는 나도 좀 걱정했어. 혹시 가벼운 수다로 흐를까 봐. 그래서 ‘사적 이야기 금지’ 같은 규정을 둘까도 고민했지. 근데 결론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더라.
엄마가 되고, 인생의 2막을 제대로 살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라, 상상 이상으로 절실하게 자기 미래를 그려가고 있거든.
우리 독서모임은 2주에 한 번씩 정해진 분량의 책을 읽고, 공통 질문에 답을 준비해 와서 만나. 질문은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정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내가 만든 질문지보다 회원들이 준비한 게 훨씬 깊이 있고 섬세할 때가 많아. 그만큼 열심히 책을 읽고, 또 자기 자신을 들여다본다는 거지. 그럴 때마다 “아, 이 모임을 시작하길 정말 잘했다”는 희열을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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