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엔 오스카, 한 손엔 햄버거

아카데미 트릴로지 마지막 편

by WOWIMOLD

마이클 B. 조던(이하 '마이클')이 <씨너스: 죄인들>(Sinners, 이하 '씨너스')로 제98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날 밤, 뜻밖의 선택을 했다.


버거 조던 1


공식 애프터파티를 건너뛰고, 루이뷔통 슈트를 입고 오스카 트로피를 든 채 선셋 블루바드의 인앤아웃 버거 (이하 '인앤아웃')로 향했다. 매장 안은 순식간에 들썩였다. 몰려든 팬들은 연신 그를 찍어댔고, 직원들은 사인을 받기 위해 종이와 펜을 건넸다. 마이클은 트로피를 카운터 위에 올려놓고 사인을 해주고, 자리에 앉아 버거를 먹었다.


오스카 남우주연상 '마이클 B 조던', 시상식 후 '인 앤 아웃' 깜짝 방문 (출처 : @ytv-america)


낯설지 않다


<씨너스>에서 쌍둥이 형제 스모크와 스택은 전 재산을 털어 낡은 제재소를 사들이고 '주크 조인트'를 열었다. 지역 공동체를 위한 음식과 음악과 사람이 함께 어우러지는 공간.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장면들의 주무대가 된다.


마이클이 오스카를 들고 찾아간 '인앤아웃'. 가장 평범한 공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을 마무리했다. 영화 속 주크 조인트와 현실의 인 앤 아웃이 묘하게 오버랩 됐다면... 그래, 지나친 비약일 수도 있겠다.


[씨너스: 죄인들] 2차 예고편 (출처 : @WarnerbrosKorea)


처음이 아니다


인앤아웃은 1994년부터 배너티 페어 오스카 애프터파티의 케이터링을 맡아왔다고 한다. 처음엔 경찰과 소방관, 스태프들을 위한 음식이었는데, 스타들이 그 줄에 서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전통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브리 라슨은 2016년 오스카 수상 직후 한 손엔 트로피 한 손엔 버거를 들고 사진을 찍었고, 키 호이 콴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로 남우조연상을 받은 날 밤 트로피를 들고 버거를 먹었다. 폴 지아마티는 2024년 골든글로브 수상 후 인 앤 아웃 방문이 바이럴 되자, 그해 오스카 레드카펫에 인앤아웃 로고가 새겨진 커프링크스를 달고 나타났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화려하고 성공적인 밤을 보내고 난 뒤, 인간적으로 다들 육즙 가득 주시한 햄버거가 먹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마치 긴 해외여행에서 돌아와 얼큰한 김치찌개와 담백한 계란말이를 폭풍 흡입하는 것처럼.



브랜딩 된 거냐


인앤아웃은 아무것도 안 했는데 많은 걸 얻었다. 이날 밤 광고를 집행하지 않았고, 마이클에게 협찬을 제안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전 세계 주요 매체들이 알아서 보도했다. 인앤아웃은 이렇게 인정받을 수 있는 가치를 1994년부터 묵묵히 적립한 것이다. 실은 오랫동안 많은 걸 한 거지.


유사한 상황이 반복될수록 브랜드 포지셔닝은 더욱 선명해진다. 결국 햄버거가 먹고 싶은 인간의 본능은 럭셔리함과 대비될 때 오히려 더 빛난다. "비싸지 않다"가 아니라 "진짜다"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다. 확실히 'OG'는 '오지다'.


마이클은 인간적 모먼트로 강력한 브랜드를 만들었다. 인앤아웃에서 직원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사인을 해주고 팬들과 격이 없이 인사를 나눴다. 성공했으나 거만하지 않고, 친근하지만 품격을 유지하는 균형. 의도적 연출이건 우발적 행동이건, 난이도 최상이라는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자연스럽게.

작가의 이전글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우리에게 남긴 숙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