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Mission Impossible- The Final Reckoning, 2025)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예전에는 ‘무비스타’가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 영화 내용보다도 배우에 열광했다. 성룡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명절에는 온 가족이 TV 앞으로 모이지 않았나.
최근 몇 년을 돌아보면 영화를 보는 이유가 많이 바뀐 듯하다 하다. 분명한 건 무비스타에 열광하던 시절은 점점 과거의 일이 돼 간다는 점이다.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다. 슈퍼히어로 장르가 한몫 한 건 분명한 것 같다. 특히 마블 스튜디오가 그렇다. 당시 사람들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크리스 에반스가 아닌 아이언맨과 캡틴 아메리카를 보러 가는 것에 가까웠다.
무엇이 좋고 나쁜지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을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이다. 그래도 '가상'의 캐릭터가 아닌 '실존'하는 무비스타 쪽이 조금 더 낭만 있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다. 그 시절 추억과 향수는 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이 관객을 끌어모으는 이유는 분명하다. 톰 크루즈가 연기하는 ‘이선 헌트’가 아닌, 이선 헌트를 연기하는 ‘톰 크루즈’가 주체다. 요즘 이런 배우가 있나 싶다. 우리 시대 최후의 무비스타로 부를 만하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속 톰 크루즈는 말 그대로 온몸을 쓴다. 열정이 스크린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 특히 마지막 비행기 전투 시퀀스가 압권이다. 하늘을 나는 비행기에 처절하게 매달려 자신의 마지막 임무를 맹렬히 수행한다.
직접 스턴트에 임한 톰 크루즈는 바람으로 인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다. 그 처절한 모습에는 연민이나 애잔함이 아닌, 최후의 무비스타가 전하는 낭만만이 존재한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다.
덕분에 영화는 더욱 진실하게 다가온다. 톰 크루즈를 담는 이 영화의 카메라에는 그 어떤 속임수가 필요 없다. 톰 크루즈는 그 자리에 있다. 자리를 비우지 않고 직접 연기한다. 그걸 담기만 하면 된다. 이 영화에 거짓이 없는 이유다.
그렇게 진실하기에 더욱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다. 지난 30년 동안 에단 헌트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서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 8편에 와서 그의 실패를 보여주지는 않을 것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 모두가 그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거짓 없는 톰 크루즈의 모습이 블록버스터의 짜릿함을 오롯이 객석까지 전달한다.
그래서 더 서글프다. 이 낭만 넘치는 배우가 쌓아 올린 이 낭만 넘치는 시리즈가 이제 막을 내리기 때문.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개봉 전부터 시리즈 최종장임을 선언했다.
영화의 마지막. 인류를 위협하는 인공지는(AI) 엔티티를 안고 이선 헌트는 사라진다. 엔티티가 그 누구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어서 보호하는 것이 이선 헌트의 마지막 임무가 될 것이다. 발이 묶인 이선 헌트. 이 시리즈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이유.
영화는 시리즈의 끝을 향해 가는 이야기 속에서 작정한 듯 옛 추억을 곱씹는다. 1996년 1편부터 2023년 7편까지. 지나간 세월 속 시리즈의 장면들이 스치듯 지나간다. 시리즈에 대한 헌사이자, 톰 크루즈에 대한 헌사. 그리고 이 모두를 추억하고 향유하는 관객들을 향한 헌사.
추억을 되짚어간 영화는 시리즈를 완벽히 닫는다. 심지어 3편에 등장한 ‘토끼발’의 진실까지 풀린다. 그렇게 이 영화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속 가장 인상적인 ‘맥거핀’에게도 의미를 부여한다. 단 하나의 의문도 남기지 않기 위해 작정하고 질주한다. 그렇게 169분을 숨 가쁘게 달려 뒷정리를 마무리한 끝에 <미션 임파서블>의 끝을 고한다.
이렇게 최후의 무비스타가 온몸을 불사른 블록버스터 시리즈가 막을 내렸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이에 따라 최후의 블록버스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에도 천문학적인 자본을 쏟아부은 블록버스터는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CGI에 기대지 않고 직접 스턴트에 뛰어드는 배우가 등장하는 블록버스터를 우리가 또 볼 수 있을까. 또 그런 또 배우를 볼 수 있을까.
마침표를 찍었다. 마침내 이 시리즈는 '스스로' 추억 속 낭만이 되길 선택했다. 그러니 애달프게 잡기보다는 손을 흔들어 주는 게 맞는 듯하다. 우리 시대 최후의 무비스타, 최후의 블록버스터, 그리고 최후의 낭만에게 작별 인사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