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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로백수 Nov 29. 2021

난 매일 냉장고를 여닫는다

의도만 좋았던 BESPOKE 냉장고 구입기

냉장고를 고른 기준은 무척 심플했더랬습니다

예쁠 것!


저희 어머니는 요리를 워낙 잘하시고 4남매의 김치와 밑반찬을 모두 챙기시던 분이셨거든요.

한참 때는 200포기는 가뿐히 넘는 김장을 해서 김치냉장고 2개에 꽉꽉 채워두고, 냉장고 2대에 각종 먹거리와 응식들을 보관하고, 반찬들 상하지 않게 자식들에게 보내신다고 냉동고까지 사서 찹쌀 섞은 갓 지은 밥에 각종 국까지 얼려서 보내주시던 분이셨어


이제는 본인 드실 반찬도 직접 만드시기 어려운 몸상태이신지라 냉장고 여러 대나 냉동가 필요가 없어져서, 이사를 이유로 오래되고 필요 없어진 부엌 가전들을 정리하고 큰 냉장고를 하나 사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요즘 새로 나온 냉장고는 다 크고 기능도 많고 예쁘지만

제가 냉장고를 고른 기준은 냉장고 전면 도어의 색이었어요

매일 수십 번은 일하는 기분으로 열고 닫을 냉장고지만

그래도 냉장고 도어의 컬러라도 알록달록하면

조금은 덜 일 같으시려나, 가끔은 기분도 좀 좋으시려나..

그런 기대를 했거든요ㅋ


때마침 "제주도의 해 뜨는 바다에서 영감을.." 어쩌고 저쩌고 하는 광고 문구에 홀라당 넘어가서 고른 냉장고는,

결과적으론 그닥 성공적이지 않은 듯 합니다 ^^'


당신은 너무 크고 예쁘다며 제 앞에선 엄청 좋아해 주셨지만

어머니가 냉장고를 쓰시는 걸 옆에서 보니

160cm 정도의 키에 허리가 앞으로 굽은 어머니는

800리터대의 저렇게 크고 속이 깊은 냉장고는

상부 냉장고의 깊숙이까진 손이 닿질 못해서

음식물을 넣고 빼는데 불편해하시더라고요

특히 냉장고 맨 위칸은 거의 손을 대지 못하시고요


최신식 예쁜 냉장고로 어머니를 좀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는데, 저랑 신체구조가 다른 어머니의 신체 특성을 제일 먼저 고려하지 않고 제 의욕을 앞세우면 이렇게 되는구나..

냉장고를 볼 때면 가끔 생각합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배웠다고 하면 너무 거창하려나요? ^^'


덕분에 제가 냉장고를 여는 횟수가 엄청 늘었습니다

어머니 손이 냉장고에 닿질 않으니 제가 해야죠 뭐

뭐 꺼내 달라, 그건 위칸 저기 있다.. 등의 어머니 잔소리는 덤이고요 ^^'

혹시 어머니 냉장고 사실 일이 있으시면

여러분은 저 같은 실수는 하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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