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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로백수 Nov 19. 2021

부모님의 신세계

아들과 살림을 합치신 부모님의 리액션 좋은 아이템 3

스마트폰 열풍이 불기 시작한 십년 하고도 몇년.

아니 그보다  인터넷 열풍이 불고부터 이십여년의 세월 동안 부모님은  분만 사시며 그런 것들과 상관없는 삶을 살아오신 분들이라 ,IT 발전이 주는 혜택은 거의 누리지 못하시고 사시는 분들이십니다.


제가 부모님과 다시 살림을 합쳐야겠다고 생각하게  소소한 계기 중의 하나가 어머니가 저에게 송금을 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당진 시내로 나가 은행에서 번호표를 뽑고 한참 기다린  수수료를  내고 송금을   다시 집에 돌아오기까지 반나절을 썼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요.

제가 앱을 실행시켜 1분이면   있는 일을 하기 위해 어머니는 반나절의 시간을 쓴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가 같이 살면 저분들이   편리하게 사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더랬죠.


그런 예는 정말 부지기수로 들 수 있는데, 저런 이야기의 아버지 버전으로는, 서울에 병원 검진을 받기 위해 올라오셨던 아버지가 병원검진은 오후 2시에 끝났는데 오후 5시가 되도 당진에 도착하셨다는 연락이 없으셔서 전화를 드려봤더니... 고속버스 자리가 오후 늦게나 있어서 터미널에 도착하셔서 2시간 넘게 그냥 기다리고 계셨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번에 이사를 하며 저는 부모님께 '디지털 라이프'라는 걸 조금이라도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제 부모님과 제 살림을 하나로 합쳐 살기 시작한 지 일주일이쯤 지난 지금.

그 짧은 시간에도 저와 함께 사는 동안 부모님이  신선해 하는 제 살림을 3개만 꼽아보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1. 모션인식 센서등

부모님이 밤에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나셨을 때, 노안으로 침침해진 눈으로 화장실을 가는 길을 찾기가 어려워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천천히 움직이시는 것을 본 적이 있어, 부모님 침대 밑과 부모님방 앞 천장, 그리고 화장실 가는 길 중간에 모션 인식 센서등을 달아놓았습니다. 형광등처럼 눈이 부시도록 환하지는 않지만 화장실 가는 길을 가늠할 정도로는 밝은 빛이 본인들이 일어났을때 바로 켜지는 것이 부모님은 무척 신기하고 편하시나 봅니다. 생전 제가 돈 쓰는 것을 칭찬한 적이 별로 없으셨는데, "이건 참 좋다"고 웃으면서 말씀하시더라구요.


2. AI스피커

유투브 같은 건 전혀 하지 못하시는 어머니에게는 티비가 유일한 소일거리입니다.  어머니가 노래부르시는 걸 좋아하시길래 좋아하는 노래나 들으시라고 AI스피커 사용법을 가르쳐 드렸어요. 그랬더니  "오케이 구글"이라고 부른 후 본인이 듣고 싶은 가수의 이름을 말하면 노래가 나오는 구글홈 스피커가 어머니에게는 맘에 드시나봅니다. "오케이 구글, 주현미 노래 틀어줘", "오케이 구글 음악 꺼줘" 이 2개의 명령어를 가르쳐드렸더니 가만히 보니 혼자 계시는 중에도 가끔씩 시도를 하고 계시더라구요. 부르는 톤의 어색함이나 성량의 문제 등으로 열번 중에 한두번 정도 성공하는 비율로 작동하고 있지만, 그래도 가끔, 그걸 실행시켰을때 본인이 원하는 음악이 나올때의 어머니 표정은 뭐랄까 백점 받은 학생의 그것처럼 뿌듯함이 있어 보여 보기가 좋습니다.


3. 공인인증서+프린터

가족관계증명서나 주민등본 등을 떼기 위해 아버지는 동사무소를 가실 일이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인터넷뱅킹을 깔면서 발급받은 공인인증서로 집에서 관련 문서를 발급받아 프린트 해드렸더니, 아버지는 진짜 세상이 좋아지셨다며, 이런 세상을 우리는 그렇게 번거롭게 동사무소를 가서 발급받아 왔다고 헛헛해하시더라구요. 아들하고 사니까 이런 것도 집에서 할 수 있다며 신기해하시던 아버지의 표정에 제가 무척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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