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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로백수 Jan 05. 2022

아버지의 자전거 나들이

아버지의 디지털라이프 강습

“아버지는 모르시는 아버지의 신년 계획”이란 글을 얼마 전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 글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아버지의 삶을 조금 2020년대에 걸맞게 바꿔드리려고 하는 저의 야심찬(?) 신년 계획이 들어 있었습니다. 거창하게 말했지만 그냥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할 수 있게 해드리자는 제 목표를 이야기한 글이었어요 :)


이제 새해가 됐고, 그래서 오늘은 아버지와 함께 바깥나들이를 했습니다. 수술 후 회복 중이신 어머니께는 “나는 자연인이다”가 연속해서 나오는 케이블 채널을 틀어드리고, 입 심심하실 때 드실 강냉이까지 한 봉지 안겨드리고 아버지와 집을 나섰습니다.


안경점에 가서 아버지 시력검사를 하고, 마트에 들러서 저녁에 반주로 쓸 저렴한 위스키도 한병 사고, 제가 까페멍 때릴 때 가는 아지트 같은 카페에 가서 아버지 좋아하시는 바닐라 라떼도 마시고 난 후, 카페에서 “스마트폰 강습”에 들아갔더랬습니다.


오늘 아버지께 알려드린 스마트폰 사용법은 “백신 QR패스”를 실행하는 것과 “코레일톡으로 기차표 예매하기”였는데요. 한 시간 남짓 설명을 드렸는데 결과적으로 “QR패스”는 핸드폰 화면에 위젯을 깔아서 터치를 하면 바로 QR이 뜨게 하는 것으로 낙찰을 봤구요(카카오톡 흔들기 보다는 확실히 이걸 편하게 생각하시더라구요), 기차표 예매는 전체 예매 프로세스를 여러 차례 반복하며 연습하는 것 정도로 연습을 마쳤습니다.


앱 사용법을 가르쳐 드릴 때마다 느끼는 건데, 적어도 공공서비스나 전 국민이 이용하는 앱 서비스는 디지털 약자들을 대상으로 사용법을 쉽게 만든 버전을 만들면 어떨까 싶어 집니다. “아버지 서류에 기차표를 끊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작성하시는 거라고 생각하시고 화면 한칸한칸을 채워보세요”라고 설명을 드렸지만, 입력해야 할 칸들이 너무 많고 해당 칸을 선택한다 해도 골라야 할 옵션들이 너무 많아서 정신없어 하시더라구요. 어르신들 입장에서 조금 더 편하게 앱을 이용할 수 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프로세스가 너무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매 강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 길가에 대전의 공공자전거 플랫폼 “타슈”가 보이길래 아버지께 이런 서비스가 있다고 설명드리고 자전거를 1시간 무료로 빌릴 수 있다고 했더니 이 서비스에 엄청 관심을 보이시더라구요. 사용법도 어렵지 않아 현장에서 몇 번 대여와 반납 프로세스슬 실행하고 내킨 김에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자전거를 얼마 만에 타는지 모르겠다” 하시며 자전거를 달리시는 아버지 모습에 조금 뭉클하고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조금 더 먼 거리를 편하게 가실 아버지의 모습을 상상합니다. 앱 서비스도 익숙해지면 이제 기차역에서 현장 발매를 하시고 기차 시간까지 2시간 넘게 기다리시는 일도 없으시겠죠? 올 한 해 아버지의 디지털라이프 강습도 열심히 해보겠다 마음먹었습니다. 다들 편안한 저녁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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