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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로백수 Jan 10. 2022

1월의 맛

밥 먹으면서 하는 밥 먹을 생각

"어머니, 1월은 무슨 식재료가 제철이에요?"

어머니가 병원에서 퇴원을 하시고 난 후 밥상을 차리는 것에 대한 걱정이 많아졌습니다. 물론 부근에 사는 첫째 누나가 엄청 자주 들리며 반찬을 이것저것 해놓고, 어머니가 담가놓은 각종 장아찌류가 든든히 냉장고를 지키고는 있지만, 그래도 매일 상을 차리고 설거지하는 입장에선 밥상 위에 어떤 반찬을 더 올려야 '맨날 같은 밥상이 아니게 되냐'는 정말 큰 고민이더라구요. (세상 모든 주부님들 정말 대단하십니다!!!)


"1월은 겨울이니까.. 시금치 같은 거나 묻어둔 무, 아니면 묵은지 같은 걸로 요리를 하지"

수술 후 진통제 같은 약에 취해 정신이 없어 딱히 떠오르는 게 없다시면서도 어머니가 몇 가지 재료를 말씀해주십니다. 하긴 1월이면 한참 꽁꽁 얼어있을 때인데 하우스에서 기르는 거 아니면 제대로 자라날 식재료가 없기는 하겠더라구요. 그래서 어르신들이 겨울 식재료 없을 때 먹으려고 가을철에 그렇게 장아찌들을 담그고 냄새나는 그 오랜 묵은지들을 버리지 않고 계속 고이 모셔두는구나, 새삼스럽게 알게 됐어요.  


"그럼 저희 묵은지 김치찌개나 끓여볼까요?"

1월 식재료라고 할 만한 게 별로 없네요 그럼 우리 새로 재료를 사지 않고 집에 있는 것으로 요리를 할 수 있는 "묵은지 김치찌개"를 끓이기로 해요... 하며 어머니와 합의를 하고, 김치찌개를 맛있게 끓이려면 김치는 미리 물에 좀 씻어서 양념들을 덜어내는 것이 좋고, 마늘은 넉넉하게, 돼지고기 부위는 삼겹살 쪽이 기름이 많이 나와서 좋다는 등등의 요리팁을 전수받는 와중에 틀어놓은 TV에서 "저는 과메기를 먹으러 포항에 왔습니다"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아 맞다. 과메기가 있었어요 어머니"

농산물들이 온통 얼어붙은 땅에서 자라지 못한다고 하지만, 역시 바다는 풍요로운 곳이더라구요. 이런 추운 계절에도 제철인 생선들이 있다니요. 다시다에 마늘종이나 마늘을 올리고 초장에 찍어 입에 넣고 씹으면 풍겨 나는 그 고소하고 비릿한 맛!!! 심지어 이건 요리를 할 필요도 없고 그냥 재료만 다듬어서 식탁에 올리면 되니 차리고 치우는 번거로움도 없는 장점도 있어요.


"아니 나는 과메기는 비려서 별로더라. 그것보다는 대방어 쪽이 낫지 않냐?"

편하게 밥상 차릴 생각에 과메기를 주문하려고 인터넷을 뒤지려는 저에게 아버지의 목소리가 꽂힙니다. 전 진짜 몰랐습니다. 온갖 해산물을 엄청나게 즐겨 드시는 아버지가 "비려서 싫어하는 생선"이라는 게 있다니ㅎ "방어는 비싸다"며 가격을 걱정하시던 어머니도 두 번 말씀하시지 않고 대방어 쪽으로 기우시는 거 보면, 어머니도 과메기보다는 방어가 좋으신가 봅니다. 저는 뭐 아무거나 좋죠. 과메기나 방어나 모두 그냥 재료를 차려서 먹기만 하면 되는 재료들이니까요.


"시금치 무침", "묵은지 돼지찌개" 그리고 "대방어"

이번 1월에 저희 가족의 저녁 식탁에 오를 메뉴들입니다. 적어도 3일 정도는 저녁 반찬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거 너무 좋네요. 제 개인적으로는 저 메뉴에 언제 먹어도 맛있는 "365일 제철음식 - 치킨 & 짜장면" 정도를 추가해서 저녁 식탁을 차려볼 생각입니다. 여러분들의 1월 제철 음식은 무엇이려나요? 뭐든 든든하고 맛있는 저녁 드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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