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22_서울 나들이
고향이 서울인 건 아니지만 인생의 3/5 정도는 서울에서 살았어서, 제 친구들은 대부분 서울에 살고 있습니다. 친구들이 사는 곳 중 서울이 아닌 지역을 꼽아보면 한국보다는 오히려 외국이 더 많을 정도로 말이죠. 그래서 저에게는 서울이 나름 고향 같고, 집 같은 도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그래서 대전으로 이사를 내려온 이후 몇 달 동안, 서울을 몇 번이나 다녀왔는지 모르겠습니다. 부모님 병원 관련된 일이나 이사 관련 행정/금융 업무를 보기 위해 다녀온 경우도 있었지만, 그래도 저의 서울행의 대부분은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어요. 정작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살 때에는 그다지 자주 보지도 않으면서, 이상하게 보고 싶어질 때가 있더라니까요 ^^”
하지만 그렇다고 보고 싶다고 휙 올라가서 휙 내려오거나 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백수지만 제 친구들은 직장생활과 가정생활도 해야하구요, 또 제가 백수라 서울에서 묵는 숙박비나 유흥비(식비나 커피 이런 거요ㅎ)를 신경을 써야 하기도 해서요. 부모님의 식사와 집안일을 챙겨야 하기도 하고… 암튼 하여 서울을 갈 때가 되면 가급적 휴일 하루의 점심과 저녁 약속을 따로 만들어 올라갔다가 당일에 바로 내려오게 됩니다.
다행히 KTX를 타면 ‘서울-대전’은 당일에 다녀오기에 그리 먼 거리는 아니고, 왕복 기차값이 어지간한 서울 숙박비보다는 저렴하더라구요. 하루만 자리를 비우는 거라 부담도 덜 하구요. 하여 새벽같이 올라가서 점심 먹고, 저녁 약속까지 빈 사이에 서울에서 제가 볼 일을 좀 보고, 다시 저녁을 먹고, 저녁 9시가 넘으면 기차를 타고 내려오게 되는 스케줄. 이게 제가 찾은 최고의 가성비 서울행 코스입니다.
엊그제 토요일도 그렇게 제가 서울 나들이를 한 주말이었습니다. 한 달여 만의 서울행! 지인들에게 배달할 성심당 빵을 들고 새벽부터 부지런히 올라가서, 점심으로 보쌈에 막걸리를 흡입하고, 저녁에 와인에 회까지 먹으며 배를 채우고 나니.. 좋더라구요. 진짜로요 :)
물론 오랜만에 친구들이 보는 게 제일 좋았지만, 설마 친구들보다 보쌈에 회에 막걸리에 와인이 더 좋았겠어요.. 설마요ㅋ, 요즘 먹고 싶던 생굴이랑 오랜만에 ‘와 맛있다’ 싶은 와인을 찾은 것도 좋았습니다(와인 이름은 라 리오하 알타 비냐 아르단자 2012 // La Rioja Alta Vina Ardanza 2012 였습니다)
이제 정착한 지 석 달이 넘어가는 이 도시도, 살다 보면 이곳이 제 집 같은 곳이라고 느껴질 여러 가지 이유들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그것과 별개로 이 서울행은 계속될 거라고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찌 됐든 서울은 저의 친한 지인들이 살고 있는, 저에겐 집 같은 도시니까요 :)
주말 즐거운 기억을 양분 삼아 다시 한 주를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제 브런치 읽어주시는 고마운 분들 모두 건강하고 기운찬 한주 시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