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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로백수 Jan 26. 2022

Far from Home

220124_코로니언(Coronian)이 된 이야기

[앞 글, “Home Coming”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지난 주말 한 달여 만의 서울행으로 신나게 주말을 보냈다고 적었지만, 실은 돌아오는 길에 한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오랜만의 서울행이기도 했고, 의미 있는 약속이 하나 생기기도 해서 토요일 저녁에 내려오지 않고 하루 숙박을 하고 내려오기로 했습니다. 저렴한 숙소를 찾아서 하루 숙박을 하려고 했더니, 마침 일요일에 만날 사람 중 한 명이 ‘그럴 거면 그냥 우리 집에서 자고 다음 날 나랑 같이 움직여요’라고 흔쾌히 말을 해줘서, 숙박비도 save 하고 늦은 밤까지 수다로 밤을 불태웠다죠.


그리고 일요일 아침. 약속 장소에 나가려고 씻고 있는데, 전날 저녁에 만났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제 꽤 오래 수다를 떤 다음이라 이렇게 이른 아침에 전화를 할 일이 뭐가 있겠냐 싶어 전화를 받으면서 ‘버튼 잘 못 눌렀지?’라고 웃으면서 전화를 받았더랬어요. 그랬더니 그 친구가 ‘아니 잘못 건 거 아냐. 우리 남편이 몸이 별로 안 좋대서 자가 키트로 검사를 했는데 결과가 양성이네. 그래서 우리 가족들 모두 검사를 받을 건데, 일단 어제 저녁 멤버들에게 연락을 하고 있어. 놀라게 해서 미안해. 어떻게 하냐….”


본인의 검사 결과가 나오면 공유를 할 거란 이야기,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저의 일정이나 이동에 대한 이야기... 여러 이야기를 하는 친구에게, 우선 너희 가족들의 건강을 챙기라고 내 걱정은 하지 말라고 하며 전화를 끊었지만, 전화를 끊고 조금 멍해지더라고요. 그건 요즘 같은 시대에 부지런히 약속을 만들고 돌아다닌 저에 대한 자책 때문이었습니다.


만약 이 전화를 준 친구가 토요일 점심 약속 때 만난 친구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나를 재워준 이 친구에게는 어떻게 이야기 하나, 당장 검사를 받아야 하나, 대전으로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하나, 혹시라도 내가 걸린 상태면 이동 중에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키면 어떻게 하지, 아니 다 떠나서 혹시 선의로 나를 재워준 내 친구를 감염시키면 어떻게 하지....


하루에 1만 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는 시대였지만 운이 좋게도 저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확진자와 접촉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코로나 검사를 받아본 적도 없었구요. 그러다가 처음으로 제가 누군가를 감염시킬 수도 있다는 공포에 직면하게 된 거예요. 이런 일을 경험하고 나니 그저 서울 간다고 들떠서 제 소중한 사람들과 연달아 약속을 만들며 돌아다닌 저의 부주의함과 생각 없음이 부끄럽고 후회가 되더라구요. 제가 감염되는 거야 제가 책임지면 될 일이지만, 저 때문에 제 소중한 사람들을 아프게 만드는 건 두고두고 미안할 일이 될 것 같아서요. ‘생각’을 하고 살아야 했던 겁니다.

다행히 제 친구는 음성 판정을 받았고, 저도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가족이 아픈 와중에도 혹시 모를 가능성과 대응방법에 대해 계속 연락하고 확인해 준 그 친구에게 고맙더라구요. 더불어 ‘너 지금 상태로 대전에 내려가면 너희 부모님도 코로나에 노출될 수 있잖아. 우린 어제 같이 묵었으니 감염됐다면 같이 감염됐을 거야. 그러니 지금 검사를 받고 결과 나오면 움직여’라고 말하고, 저를 데리고 보건소에 가고 걱정말라며 자기는 괜찮다며 계속 저를 위안해주던 듬직하고 자상한 또 다른 친구에겐 더더욱 고마웠구요.


음성결과를 확인하고 늦은 기차로 대전으로 내려오던 .  시간이면 집에 오는 KTX 타고 집으로 가는데도, 어찌나  길이 멀고도 험하던지요. 집에 들아가서 침대에 몸을 일 땐, 온몸에 기운이 하나도 남지 않은 기분이었습니다. 마치 코로나 검사로 찔린 코를 통해  몸의 기운이  빠져나간 것 같았어요


하루 1만 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코로나의 시대. 처음으로 코로나 검사를 받은 늦깎이 코로니언(?)이 되었습니다. 이런 일 다시 겪지 않게 이동과 생활 방역에 조금 더 많이 신경을 써야겠다고 엄청 많이 다짐을 했어요. 최전선에서 고생해주고 계시는 의료진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말씀드리며 줄이겠습니다. 다들 건강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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