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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과로백수 Jan 28. 2022

월급이 입금 되었습니다

아르바이트 첫 급여를 받은 날

백수가 된 이후 제 통장은 늘 돈이 빠져나가는 통장이었지, 돈이 들어오는 경우는 별로 없는 통장이었습니다. 부모님과 같이 살겠다고 맘먹었을 때, 몸이 불편한 두 분의 컨디션을 좋게 만들 기간 동안은 집에서 전업주부의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고, 그 이후로 일을 하지 않고 있으니까 제 통장에 돈이 들어올 일이 없었던 겁니다.


그러다가 오늘, 이번 달 아르바이트 비용이 입금되었습니다. 원래 한 달 근무 후 급여를 받아야 하니 다음 달 초중순에 나와야 하는데, 고맙게도 설날 연휴 전에 1개월 치 급여를 모두 입금해주셨더라구요. ‘우웅~”하는 핸드폰 진동과 함께 화면에 입금 내역이 뜨는데, 참 기분이 묘했습니다.


지난 이십여 일. 꽤 오랜만에 정해진 시간에 맞춰 출근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으며,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고 실행한다는 게, 저는 꽤 힘이 들었나 봅니다. 일 자체의 난이도나 강도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이 더 나이 먹은 제 몸이 심적 부담을 잘 견디지 못했나 봐요. 집에 가면 저녁 먹자마자 잠들기 바빴고, 출근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나서 출근을 할 준비를 하는 이십여 일을 보냈거든요. 뭐든 적응하는 것은 힘든 일인가 봅니다.


그런데 그런 수고를 하고 받아본 금액이 말입니다. 모르고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도 아닌데, 참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하더라구요.


회사를 그만두기 전 저의 급여는 엄청 많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부족할 정도도 아니었습니다. 음.. 그러니까 한 3~4명  정도 푸짐하게 점심을 먹고, 디저트로 스벅에서 이것저것 마셔도 제 하루 일당이 넉넉히 남을 정도는 됐달까요?


제가 이십일을 일하고 받은 급여는 일당으로 나눠보면, 아마 이전 때처럼 일당을 가지고 사람들과 맛있는 걸 먹고 스벅에 가서 디저트 파티를 하지는 못할 듯합니다. 그러려면 2~3일 정도의 일당은 맘먹고 써야 할 듯 싶죠?  ^^’


급여가 줄어든 것의 한탄이나 아쉬움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선택한 결과이고, 이미 각오를 했던 일이니까요. 다만 한 달 수고로움의 결과를 보상받은 날, 마냥 기쁜 기분만 들기보다는, 새삼스럽게 제가 다시 시급제 비정규직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걸 실감하게 되고, 씀씀이를 통제해야 한다는 걸 좀 더 명심해야겠구나 생각하게 되는 것이 묘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내일이면 설 연휴가 시작됩니다. 오늘 집에 갈 때엔 은행에 들러 현금을 뽑아 부모님 설날 용돈을 챙기고, 삼겹살에 캔맥주도 몇 개 사 가지고 들어갈까 봅니다. 그 정도의 소소한 행복은 지금 제 월급으로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수준이니까요 :)


설 연휴 다들 건강하고 편안하게 잘 보내십시오. 새해 복도 많이 받으시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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