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사이 두 분의 사돈 어르신을 보내고 오는 날
일주일 전 설 연휴 시작을 코 앞에 둔 금요일 밤에는 첫째 누나의 시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받더니, 어젯밤엔 둘째 누나의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받았습니다. 두 분 다 한두 달 전부터 건강상태가 많이 안 좋아지셔서 요양병원에 입원을 하신 터라 그 부고가 갑작스럽지는 않았지만, 마음의 준비와 상관없이 가까이에 있는 분들의 부고를 연달아 접하고 나니 마음이 참 무겁습니다.
마음이 무거운 가장 큰 이유는 저희 아버지입니다. 돌아가신 두 사돈 어르신의 연세는 모두 80대 중반. 지금 아버지의 연세와 한두 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셨고, 돌아가시기 반년 전까지만 해도 건강에 큰 문제는 없는 분들이셨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아버지가 돌아가신 두 분의 연세와 본인의 나이를 연결해서 생각하시고, 본인의 순서라는 것을 생각하실까 봐 괜히 조문 갈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목소리 톤을 높여 말을 하게 됩니다.
“아버지 꼭 그렇게 양복 입지 않으셔도 되지 않을까요? 날이 많이 추우니까 두껍게 다른 옷 입으세요” 장례식장에 출발하기 전 하얀색 와이셔츠를 정성 들여 다리고 검은색 양복을 꺼내 입을 차비를 하시는 아버지께, 날이 추우니 양복 말고 두꺼운 외투를 입으시라고 농담처럼 말씀을 드렸지만, 아버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으십니다.
‘무슨 소리냐 사돈 어르신 보내드리는 길, 할 수 있는 한 예를 다해야지’ 아버지가 정색을 하시며 하시는 말씀에 더해, "그게 무슨 소리냐. 너도 어서 양복 입고 나와라"라고 하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허리 수술로 오래 앉아있을 수가 없어 지난주 조문에 이어 이번 조문에도 함께하지 못하는 어머니는 "사돈 어르신들 뵐 면목이 없다"라며 "너무너무 죄송해하더라고 꼭 전해달라"며 아버지에게도 신신당부를 하고 계시구요.
3시간이 넘게 걸려 달려간 여수의 장례식장. 지난주 토요일엔 상주로 둘째 매형을 맞았던 첫째 매형이 그 마음 다 안다는 눈빛으로 상주인 둘째 매형의 어깨를 두드리고, 지난주 첫째 사돈의 장례식장에서 함께 밥을 먹을 때 '여기 장례식장에는 홍어가 없다'라고 말하던 둘째 누나는 아침 입관예배 때 울어서 퉁퉁 부은 눈으로 "아버지 많이 드세요"라며 홍어삼합과 서대회, 명태무침 같은 음식들을 잔뜩 가져와 아버지 앞에 상을 차립니다.
일주일 사이에 서로의 부모님 또는 시부모님 또는 사돈을 떠나보낸 아버지와 매형들, 누이들은 낮은 목소리로 서로의 슬픔을 위로하고 있는 장례식장. 속 없는 저는, 첫째 매형의 아버님과 둘째 매형의 어머님, 일주일 사이에 장례식장의 영정사진으로 뵙게 된 두 분의 사진 속 얼굴이 너무 젊고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이셨던 것 같아, 저희 아버지나 어머니보다 더 젊고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인 것만 같아, 두 분께 좋은 화장품을 사드려야겠다고 맘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