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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백수, 부모님과의 동거를 결심하다

by 과로백수

나이 먹은 부모와는 적당한 거리감이 필요하다

매일 또는 격일로 하는 전화로 서로 '잘 지내시죠? 식사는 하셨어요?"와 "우린 잘 지낸다. 네 건강 챙겨라"는 반복되는 인사를 주고받고, 가끔 "추석이라 용돈 조금 더 보냈어요. 쓰세요"라거나 "반찬이 맛있어서 보냈다. 냉장고에 놔두고 먹어라" 정도의 서로에 대한 배려를 드러내는 멘트를 몇 번 더 하는 정도의 거리감.


내 몸과 정신의 건강함과 바꿔 월급을 벌어오는 직장인들의 삶의 남루함 따위나 송금 한번 하려면 은행에 가서 번호표 뽑고 한 시간 넘게 기다리다가 수수료란 수수료는 다 내고 송금을 하고 오는 디지털에서 소외된 노인들의 불편한 삶 따위의 적나라함을 굳이 서로에게 까발릴 필요는 없다. 안다고 해도 곁에 살며 도와줄 수 없고, 아니 실은, 나이 먹은 자식과 나이 먹은 부모가 한 공간에서 부대끼며 살 자신이 없는 상태일 경우에는 그냥 서로 잘 지내겠거니, 괜찮겠거니 하는 암묵적인 외면과 거리감을 지키며 사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다 부모님과 같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허리와 무릎이 아파 제대로 서지 못해 부족한 다리 힘을 양손 팔꿈치와 팔뚝으로 몸을 지탱하는 것으로 보충해 온 어머니의 양쪽 팔뚝이 너무 오래 짓물려 까맣게 변색돼어 있던 것을 본 날, 물려줄 것이 없는 부모는 아프면 안 된다고 매일 등산을 거르지 않던 아버지가 무리한 운동으로 관절과 디스크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된 날. 그런 날들이 쌓이며 내가 언젠가 저들과 같이 사는 게 아니라 저들을 돌보며 살아야 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드디어. 내가 회사를 그만두면서, 돈을 번다는 이유로 외면했던, 그들의 현실과 나의 현실을 한 공간에 섞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게 두 집 살이를 하는 것보다 생활비가 덜 든다는 "효율"이라는 관점에서 가장 진지하게 검토된 것이라는 점도 사실이고. 그래서 같이 살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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