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_2

마흔 길 골목골목__ 세 번째

by 옹쓰복쓰

[대문사진설명_ 2019.04.13 유모차 있는 집 골목: 아기고양이는 어느새 골목대장이 되었다.]






마흔 길 골목골목__ 세번째

“넝쿨째 굴러들어온 호박”





[2017.12.22 대문 앞을 내어주신 이웃분 댁: 제 이름은 호박이에요!]

























따스한 대화가 오가는 이 골목을 거닌 지 4년째 되던 어느 날이었다. 골목 입구 1층 상가에 계시던 사장님이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시게 되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사장님 지인분이 고깃집을 운영하시는데 그곳에 항상 오는 고양이가 새끼를 네 마리 낳았고, 그중에 두 마리를 데려오셨다며 아이들을 소개해주셨다. 노란 털의 아이와 검정과 흰색이 고루 섞인 털을 가진 아이였다. 그 이후 몇 달 동안은 가게 안에서 둥지를 튼, 그 두 아이를 크게 만날 일이 없었다. 간혹 가게 문이 열려 그 틈으로 사장님과 인사 나누는 김에 아이들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럭무럭 반질반질 잘 자라고 있었다.

그렇게 칠팔 개월 정도 흐른 듯하다. 골목 안 급식소에서 고양이 밥을 담고 있는데 많이 보던 두 마리 고양이가 내 옆을 맴돌고 있었다. 가게 안 그 아이들이었다. 왜 밖에 나와 있지 의문이 들어, 가게 앞으로 가보니 문이 열려 있었다. 그곳 사장님께 여쭤보니, 언젠가부터 아이들이 문 열어달라며 “에옹에옹” 울어 열어주셨단다. 아무래도 아이들의 발정 시기가 온 듯 보였다.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사장님께서는 중성화수술 없이 자연스럽게 두고, 가게 문은 열어두고 아이들이 들락거리게 두고 싶다 하셨다. 그렇게 일단락이 난 듯했다.















몇 주 뒤, 내가 이 골목에서 가장 좋아하게 된 그 할머니가 나를 급히 불러 세우셨다. 가게 사장님이 사정상 가게를 정리하게 되셨고 곧 나가신다는 사실을 알려주셨다. 그 말씀을 듣고 가게로 달려가 보니, 짐들은 거의 빠져 있고 고양이 두 마리와 아이들 물품만이 남아 있었다. 아이들을 참 예뻐해 주셨던 분인데, 그리 아이들만 두고 가셨을 리라 없다 싶어 수소문 끝에 사장님과 통화를 하게 되었다. 사정이 생겨 가게를 정리하시는데 안 그래도 아이들을 시골집 마당으로 보낼지 이곳에서 잘 지내니 그냥 골목에 둘지 고민 중이셨단다. 다행히 끝까지 이 아이들의 행보에 대해 챙겨주셨다. 다만, 집에 살던 외출냥이 같은 아이들이라 집 없이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밀려왔지만, 보호자가 계신 상황에서 더는 아이들의 거처에 대해 왈가왈부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루 이틀 사이 한 마리가 다쳐 하늘나라로 먼저 가버렸다. 노란 털 아이만 덩그러니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더는 미룰 수가 없었다. 다시 가게 사장님께 연락을 드렸더니 골목에 두신다는 말씀과 잘 부탁한다는 말씀을 건네주셨다. 그렇게 노란 털의 그 아이는 내 집으로, 내 삶으로 와주었다.






아이를 집으로 데려오던 날은, 번개가 치고 비가 왔다. 아이가 놀랄까 봐 조심스레 가게 문 앞에 서자,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천둥소리가 무서웠는지, 형제 없이 혼자 머문 하룻밤이 무서웠는지 울고 있었다. 나랑 같이 가자고 말을 건네며 고양이 이동가방 입구 지퍼를 열자, 대답인 양 “야옹”을 외치며 혼자 알아서 들어가 앉았다. 기특하고 고마웠다.

우리 집으로 온, 노란 털의 아이는 금세 적응했다. 아니, 첫날부터 자신이 살았던 곳처럼 잘 지내주었다. 길에서 지내던 아이라 검사와 접종, 수술 등이 필요했고 아이는 묵묵히 그 과정들을 혼자 잘 이겨내 주었다. 그 후, 아이는 집의 일부가 아닌 전체를 다닐 수 있게 되었고, 우리 집 터줏대감도 바로 그 아이를 받아주었다. 둘은 형제처럼 잘 지내주었다.

그 아이는 어느새 자신의 이름이 생겼고, ‘호박’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누런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왔다는 의미로 우리 가족들이 지어준 이름이었다.

“호박아! 호박아!” 계속 아이의 얼굴을 보며 이름을 불러주었다. 더는 그 골목에서 만난 노란 털 아이가 아니었다. 그 골목 덕분에 만난 나의 고양이, 나의 호박이었다.

호박이도 자신의 이름이 꽤나 마음에 드는 듯 보였다. 나의 엄청난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이름을 부를 때마다 호박이는 두 눈을 지그시 감으며 “야옹”이라는 소리를 냈고 하얀 털이 가득한 배를 내주었기 때문에 그리 느낄 수밖에 없었다. 다만, 자신의 이름이 ‘호박’이 아닌, ‘호바가(발음 나는 대로)’로 아는 듯하다. 글자 모양과 발음 소리가 다르다는 말까지는 도저히 못 해주었다. 크크크.















이제는 친근해진 그 골목길에서 만난, 노란 털 고양이가 우리 집 막내 ‘호박’군으로 다시 태어난 가장 소중한 이야기를 담아 보았다. 우리 집에 온 후, 귀염둥이 호박이와의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많이 생겼고, 이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그림책 한 권을 만들고 싶어졌다. 막연히 그림책 한 권 만들어보고 싶다는 말만 십 년 가까이 해오다가, 이 골목에서 만난 호박이를 통해 나의 그림책 주인공이 정해지게 되었고, 하고 싶다는 말은 생명을 얻기 시작했다. 그래서 호박이와 있었던 일들을 정리하고, 주야장천 호박이 얼굴을 단순화시켜 그려보고 있다.

마흔 살 내 꿈의 첫발이 그 골목에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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