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만나고, 사람을 만나고_1

마흔 길 골목골목__두 번째

by 옹쓰복쓰

[대문사진설명_ 2019.07.26 카센터 옆 골목: 저 댁 할머니는 고양이를 사랑하셨다]







나는 ㄱ동 골목을 이틀에 한번 걷고 있다. 이 골목을 알게 되면서 길에 사는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게 되었다. 그 시간들을 지내오며, 고양이 밥만 들여다보던 내게 고양이와 더불어 살고 있는 이웃분들이 가슴 한 켠에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 시선이 한쪽으로만 머물며 아옹다옹거리고 있다가 사방으로 열린 듯한 시원한 기분을 선물받는 시간들이었다. 고양이 덕분에 사람을 더 사랑하게 된 것 같았다. 그래서 내 마흔이 조금 더 편해지고 더 풍부해졌다. 이제 이 골목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 하나를 꺼내보고자 한다. 소중한 내 꿈으로 향하는 첫 발의 첫 재료로.














마흔 길 골목골목__ 두번째

“처음에는 고양이만 보였다.”




[2019.04.13 전봇대 옆 대문집: 늘 저곳에서 이웃분들을 바라본다]

























새꼬롬한 날이 계속 이어지던 8년 전 2월의 어느 날. 모퉁이 카센터에서 우회전하고 올라가면 나오는 작은 삼거리 옆 골목을 처음 알게 되었다. 큰 도로에서 제법 들어가면 만나게 되는 아늑하고 조용한 곳이다. 이 골목은 내가 사는 곳에서 차를 타고 15분 정도 서행하다 보면 나오는 곳이다. 처음 이곳에 볼일이 있어 찾아갈 때도, 모퉁이 카센터를 찾아 들어오라는 설명을 들은 후, 수화기 너머 목소리가 들려주는 골목에 대한 설명을 따라와야만 했던 곳이다. 이처럼 내 발길이 우연히 닿기에는 낯선 동네, 낯선 골목이었다.

그랬던 이 골목이 지금은 내 일상생활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처음으로 길고양이들을 따라 눈길이 가고, 발길이 가고, 지금은 손길이 가는 곳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곳 골목에 사시는 분들보다 고양이들을 먼저 알게 되었던 듯하다.
















이 골목을 알기 몇 달 전,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었던 나는, 키우던 고양이와 이별했던 삼촌네를 위해 고양이 한 마리를 소개받았다. 길에서 구조한 수컷 고양이라는 설명을 듣고 데려왔지만, 그때는 길고양이에 대한 생각을 깊이 있게 해보지 못한 상태라, 그 아이가 길에서 어떻게 고생하고 살았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었는지에 대한 생각은 전혀 품지 못했었다. 그냥 내게 와준 소중한 한 생명체일 뿐이었다. 그러나 삼촌댁의 사정으로 우리 집에서 몇 달 키우게 되었는데, 정이 흠뻑 들어 삼촌댁으로 보내지 못했고, 지금은 우리집에서 없어서는 안 될 독보적인 ‘사랑둥이 터줏대감’이 되었다.

이 골목을 알게 된 그날도 그 터줏대감을 데려온지 몇 달 되지 않은 상태라 한껏 설렘과 기쁨으로 가득차 있었다. 그런 나에게 있어, 이곳에서 만난 고양이 한 마리가 음식물쓰레기 봉투 옆에 있는 모습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먹을 것이 있나 쓰레기봉투 입구 매듭에 매달려 정신없이 살펴보고 있었다. 분명, 처음 보는 모습은 아니었다. 절대로. 오히려 자주 봤다는 표현이 맞을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사랑이 너무 많아 동물들에게 가슴절절한 아픔을 느끼는 나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 순간만큼은, 넓디넓은 내 이마가 장롱 모서리에 찍혀 울컥했을 때처럼 두 눈이 벌겋게 되어 한참 그 아이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렇게 그 골목과 그 아이와의 깊은 만남이 시작되었다.






그 후, 그 아이에게 사료와 물을 주기 시작했다. 자는 곳이 궁금해 찾아 다녔다. 그 아이에게 새끼 네 마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네 마리에게도 사료와 물을 주었다. 그곳에 사는 어미 고양이와 새끼 네 마리만 보며 이곳 골목을 다녔다. 그런데 이곳에는 매일매일을 살고 계시는 주민분들이 계셨다. 너무나 멍청한 말이지만, 인지하고 있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고양이만 보였고 고양이만 생각한 것이었다. 내가 밥을 둔 곳이 어느 댁 대문 옆 화단이었고, 짐을 놓아두시는 창고였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한 분 한 분 주민분을 뵐 때마다 그 사실에 대한 인지의 그림자가 짙어졌다. 일이 커지기 시작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분들께 아이들의 사정을 자세하게 말씀드리며 뒤늦은 감이 많았지만, 이해를 부탁드렸다.

이에 그분들의 반응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졌다.

먼저, 처음부터 고양이들에게 밥주는 일을 좋아해주시고 격려해주신 분들이 계셨다. 대문 앞 한켠을 기꺼이 내어주신 분부터 개집을 놓아 두라고 제안해 주시며 지붕까지 함께 고쳐주신 분, 자기네 빌라 앞에 주차해두고 “이 집 동생이라고 하세요!”라고 보이지는 않지만 확실한 주차허가증을 내어주시며 밥을 주라 하신 분. 그리고 “가들도 먹고 살아야지!”라며 무심한듯 지나치셨지만 자신의 철제가구를 내어놓고 사용하라고 밥그릇까지 두고 가신 분이, 바로 그분들이셨다. 정말 감사하고 좋았다. 지금은 그 댁 돌잔치도 초대받고 숯불고기집에서 함께 앉아 먹는 사이가 되었다.

다음으로는, 고양이들에게 밥 주는 일이 썩 내키지는 않지만, 그 행동에 대해 이모저모를 물어봐 주시고 불편사항을 말씀해주시며, 그 사항에 대해 수정하려 노력한 부분들에 대해 수긍을 해주시고 배려해주신 분들이었다. 밥을 주다 보면 고양이들 수가 자꾸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 물어봐 주신 분께는 중성화 수술을 했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이해해주셨고, 오히려 최근에는 고양이들이 음식물쓰레기 봉투를 뜯지 않아 좋다고 말씀해주셨다. 골목 왼편 감색 빛이 도는 대문집에 사시는 주인아저씨의 경우, 처음에 “여가 아가씨 집 앞 같으면 이래 해놓겠어요?”라셨다. 순간은 당황했지만 이성을 챙겨 자세히 보니, 우리 집이었다면 엄니에게 잔소리깨나 들을 상황이었겠다 싶었다. 그래서 그 앞에 놓아둔 그릇을 다 치우고 골목 안쪽 구석 눈에 잘 띠지 않는 곳에 급식소를 깨끗하게 마련하고, 골목을 쓸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 댁 식구분들과 안부를 물으며 인사를 건네는 사이가 되었다.

마지막으로는, 나에게 큰소리로 화를 내신 분이었다. “고양이가 그렇게 좋으면 집에 다 데리 가소! 내가 업보 닦는다고 고양이 똥 열심히 치웠는데 이제는 힘들어 죽겄소. 밥 주지 마소. 자꾸 주면 약 놓을끼라.” 이 외침에 잔뜩 주눅이 들어 눈물만 주루룩이었다. 그런데 그분의 뒷말에 “똥통이라도 놓던지.”가 들려 바로, 똥통을 골목 안 전봇대 옆에 놓아도 되냐고 여쭙자 그러라 하시며 이내 표정이 풀리셨다. 그날 바로 똥통을 마련했고 몇 달에 걸쳐 자주 그 할머니를 뵈러 갔다. 그러면서 그분이 최근 허리를 다쳐, 안그래도 거동이 힘든데 고양이 똥 양이 늘어 그것을 치우시며 더 힘드셨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앞으로는 아가씨한테 불만을 말하지, 말 못 하는 짐승에게 약 먹이고 그런 짓은 안 할 거야.”라고 말씀해주셨다. 이런 말씀을 못 들었다면, 아이들에게 약을 쓰시겠다는 말씀만 뇌리를 맴돌아 할머니를 나쁘게만 생각했을 것 같았다. 지금에야 말이지만, 한동안은 할머니를 나쁘다고 생각했었다. 할머니께서 평소 좋은 마음으로 아이들 똥을 치우고 계셨다는 사실도 모른 채 말이다. 이야기를 나눈 후부터 할머니 허리통증이 걱정되기 시작했고 오해했던 어제들에 대한 죄송함이 커지며, 그렇게 조금 더 안부를 여쭙고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이제는 이 골목에서 내가 제일 믿고 좋아하는 분으로 등극하셨다.

어찌 되었든,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나의 행동에 세 가지 반응을 보인 이 골목의 모든 분들은 어느새 나의 이웃이 되어주셨다. 그리고 지금도 나와 함께 해주신다.

















이처럼 어느 골목에서 만난 고양이 한 마리 덕분에, 고양이와 더불어 더 많은 분들을 알게 되고 그분들의 삶에 초대받았다. 그리고 좁다는 인지도 못 했던 내 시선을 한층 더 넓어지게 해주었다. 또한 관계에서 왔던 어려움들을 나의 오해로 머물게 하지 않고 더 나은 관계로 나아가도록 이끌어주었다. 고양이 밥만 주려다 복잡하게 일이 커진 것이 아니라, 고양이 밥을 주다가 내가 조금 더 자라고 인간관계의 폭이 넓어진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골목을 거닐며 고양이를 만나고, 이곳 이웃을 만나는 시간이 참 좋다.










































































이전 01화“내 인생 골목 같이 걸어볼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