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에 닿지 못했던 우리가,
제도를 만나기까지

by WifeWhoHelps

혹시 아셨나요?

청각장애는 단순히 ‘소리를 못 듣는 것’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들을 수 없으니 배우기 어렵고,
배우기 어렵다 보니 어휘력도 부족해지고,
결국 문해력까지 영향을 받아요.

이건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정보 접근’ 자체를 막아버리는 현실적인 벽이더라구요.

근로계약서, 설명서, 연말정산 공지사항 같은 문서들.

(저번에 연말정산 빠뜨린거 얘기했죠?)

그에게는 그 모든 게,
외계어처럼 느껴지나봐요.




결혼할 때부터 그랬어요.

힘쓰는건 내가 다할테니까

머리쓰는거는 너가 다 해달라고.

그때는 가볍게 듣고 넘겼는데

살아오다보니 제가 대신 읽고, 대신 확인해야하는 일이 많더라구요.

처음엔 저도 서툴고 무지했지만
제가 안 챙기면, 피해를 당하거나 손해를 봐야하니까

조금씩 또박이가 되어갔죠.

남편 대신, 조금 더 살펴보고
조금 더 자세히 읽고
조금 더 많이 찾아보다 보니
조금씩 눈이 트이더라고요.




돌아보면,
장애로 인한 약한 부분을 내가 더 채워가기로 결심한 순간들이 쌓여, 지금의 우리가 된 것 같아요.

물론 가끔은
“왜 나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 싶은 날도 있어요.
억울함, 서운함, 분노…
그 감정들이 밀려올 때도 많아요.

하지만 동시에,
이건 내가 함께 살아가기로 선택한 삶이기에,

그가 나에게 해주는 수많은
보이지 않는 일들처럼
나도 그가 약한 지점을
묵묵히 채워줘야지 싶...지만 또 생색은 내죠.




생애 첫 자격증, 그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해요

남편은 물류 쪽에서 몸을 쓰는 일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일이 점점 더 버겁게 느껴지나보더라고요.

올해 취업 준비를 함께 하면서,
장애인이 일반 채용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현실을 가까이서 보게 됐어요.
쉽지않아보였어요.

점점 더 어려워지겠다 싶었죠.

그래서 고민하게 됐어요.
"뭔가 기술 하나라도 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완전히 새로운 분야는 어려울 것 같아
평소 일과 관련된 지게차 자격증을 알아보던 중,
나라에서 장애인 대상 무료 자격증 교육을 진행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원래는 자격증 하나 따는 데도
비용이 꽤 많이 드는데,
이건 교육비와 응시료까지 모두 지원되더라고요.

그렇게 그는
생애 첫 자격증을 땄고,
자격증을 손에 쥐고는
아주 어린아이처럼 뿌듯한 얼굴로 웃었어요.
그 표정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러다 우연히, 또 하나의 제도를 알게 됐어요

장애인 대상 취업지원 제도를 알아보다가

거주 중인 지역에서,
장애인가정에 ‘출산지원금’을 따로 지급하고 있다는걸 알게됐죠.

아이 낳고 행정복지센터에서 출산장려금이나 산후조리지원비 등은 다 설명해주셨는데

왜 이건 얘기를 안해주셨을까 의아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진 개개인별로 일일이 맞춤형 복지로 세팅해주시는건 아니니까

본인이 자세히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는걸 다시한번 알게됐죠.




그런 걸 경험하고 나니

이제는 "혹시 우리도 받을 수 있는 게 있을까?"
라는 마음으로 정책을 찾아보게 됐어요.

지금도 저는 정보수집가처럼 살고 있어요.

뉴스 대신 제도 공고를 읽고,
소문 대신 공공정책을 찾아보고,
그를 대신해
“이건 우리에게 해당되는 것 같아.”라고 말해주는 사람으로.

그 역할이 때로는 버겁고,
정보가 많을수록 더 헷갈릴 때도 있지만,
그가 내 삶에 해주는 수많은 보이지 않는 돌봄처럼
저도 그렇게 살아갈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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